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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피해자 "4년간 직원 20명에게 알렸지만 모두 침묵"(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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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담당자 포함 상사에게 알렸지만 아무조치 없어"
"'잘 몰라서 그래', '예뻐서 그런 것' 등 대답만 돌아와"
서울시는 조사 주체 될 수 없어…"인권위가 조사해야"
청와대 보고도 지적…"고위공직자 누가 신고하나" 우려
피해자 "논점 흐리지 않고 밝혀진 진실에 집중해달라"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왼쪽 첫 번째)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고 상임대표(왼족부터),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사진=이한형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가 수년간 피해 사실을 서울시 내부 직원들에게 알렸지만 제대로 된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서울시의 진상조사단 불참 의사를 명확히 하며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서 이 사안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단체인 한국여성의전화·한국성폭력상담소는 22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이 사안에서 책임의 주체이지, 조사의 주체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피해자는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성고충으로 인한 전보 요청을 20명 가까이 되는 전·현직 비서관에게 말했다. 그러나 시장을 정점으로 한 업무 체계는 침묵하게 하는 위력적 구조였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구성하는 조사단에게 조사 대상이 되는 서울시 공무원이 명명백백히 사실을 말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이 구조가 바뀔 것인지 확신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 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하게 될 직원들이 내부 조사에서 진실된 응답을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부인으로 구성되더라도 서울시가 '주관'하면 (마찬가지로) 그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자료사진)

 

이들에 따르면 피해자는 약 4년 동안 타부서로 이동하기 전까지는 17명에게, 이동 후에는 3명에게 박 전 시장으로부터 받은 성적 괴롭힘에 대해 토로했다. 이들 중에는 피해자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은 물론, 인사 담당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장은 "서울시 자체 조사가 아니라 외부 국가기관의 조사가 필요하다. 경찰의 조사가 지속되고 있으나 '공소권 없음'이라는 결정과 수사 중단은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알 수 없다"면서 "인권위가 긴급조치, 직권조사, 진정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지원 단체, 법률대리인은 인권위 진정조사를 위한 준비를 거쳐 다음 주 인권위에 이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박 전 시장이 고소 사실을 모종의 경로로 인지하게 된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은 "시장이었던 피고소인에게 본격적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졌다"면서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자신의 피해를 의뢰하고 수사 과정과 재판에서 진술할 권리, 공적 사법 판단 및 처벌 과정을 통해 분노하고 용서하고 회복할 기회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은 피해자가 고소인 조사를 받는 당일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이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보고 근거가 대통령비서실 훈령이었다"면서 "이는 앞으로 고위직에 의한 성폭력을 신고해야 할 피해자에게 매우 우려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률가이자 대권 주자였던 박 전 시장이 구체적인 고소 죄명에 대한 명확한 확인 없이 피소 가능성이나 피소 여부만으로 초유의 선택을 했을 거라고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고소장이 경찰에 제출된 시각 이후 박 전 시장의 연락 내역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피해자 측이 검찰이 아닌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게 된 경위도 밝혀졌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고소장을 접수하기 하루 전인 7일 저희 사무실에서 고소장은 전부 완료가 된 상태였다"면서 "피해자와 상의한 다음 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 부장님께 연락을 드리고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장검사가) 피고소인이 누구인지 확인을 해야 면담에 대해서 검토할 수 있다고 해서 피고소인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8일 부장검사와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7일 저녁 부장검사가 다시 연락해 일정 때문에 면담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변호사는 "저는 피해자를 8일 오후 2시에 만나서 얘기를 한 이후에 검사님 면담을 할 예정이었다"면서 "피해자를 만나서 그 상황에 대해서 공유하고 중앙지검으로 고소장 접수는 적절치 않을 것 같아서 서울경찰청에 연락했다. 그 시간이 오후 2시 28분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담당 팀장에게 서울청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사건 범위에 대해 묻자 여성, 아동, 지적 장애인, 고위공직자 사건이 가능하다고 답했다"면서 "고위공직자 사건에 대해 오늘(8일)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고, 바로 조사를 진행해 달라 요청했다. 그 길로 고소장과 증거자료를 갖고 피해자와 함께 서울청에 가서 다음날(9일) 새벽까지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성추행 방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성 고충을 인사 담당자에게 언급하기도 했다. 직장 동료에게는 (박 전 시장으로부터 받은) 불편한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와 속옷 사진을 보여주면서 고충을 호소했다"면서 "그러나 담당자들은 피해자에게 '남은 30년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해줄 테니 다시 비서실로 와달라', '(시장이) 몰라서 그런 것', '(피해자가) 예뻐서 그런 것' 등으로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추행 방조에 있어서 관련자들이 추행의 범행 사실을 알면서도 범행을 용이하게 했는지 봐야 한다"면서 "성고충과 인사고충을 호소했음에도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점과 피해자가 계속 피해에 노출되게 한 점 등이 인정된다면 추행 방조 혐의도 인정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추가 증거를 공개할 계획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증거 자료는 수사 기관에 제출했다. 추가로 확보된 자료가 있을 경우 그 역시 수사기관에 제출할 예정"이라면서 "피해자가 구체적 피해를 말하면 그것을 이유로, 말하지 않으면 또 그것을 이유로 피해자를 공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2차 가해"라고 답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피해자가 전한 글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미경 소장이 대독한 글에서 피해자는 "수치스러워서 숨기고 싶고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나의 아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직 낯설고 미숙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문제의 인식까지도 오래 걸렸고, 문제 제기까지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린 사건이다. 피해자로서 보호되고 싶었고 수사 과정에서, 법정에서 말하고 싶었다"면서 "기다리겠다. 그 어떠한 편견도 없이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과정이 밝혀지기를"이라고 말했다.

헌법에 따른 본인의 권리를 일일이 나열한 피해자는 "본질이 아닌 문제에 대해서 논점을 흐리지 않고 밝혀진 진실에 함께 집중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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