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주식 투자자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던 상장주식 양도소득 과세 문제에 대해 사실상 '과세 범위 확대'로 결론을 내렸다.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을 대주주뿐 아니라 소액 개인투자자까지 전면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애초 예상과는 아주 거리가 먼 내용이다.
정부는 25일 열린 제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 소액주주 비과세 제도 폐지' 등을 담은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일단, 정부는 코스피 기준으로 지분율 1% 이상이거나 종목별 보유액 10억원 이상인 대주주에게만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현행 제도를 2023년부터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대주주(2021년 4월부터는 지분율 1%, 종목별 보유액 3억원 이상)를 포함해 모든 상장주식 투자자가 주식 양도세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2000만원의 '기본공제'를 설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식 양도차익이 2000만원을 넘는 경우에만 양도세를 부과한다는 뜻이다.
◇ 2023년 소액주주 양도세 비과세 폐지되지만, 기본공제 2000만원
2023년부터 주식 양도차익 2000만원 초과 여부로 소액주주 세 부담이 증가(왼쪽) 또는 감소(오른쪽)하는 사례(사진=기재부 제공)
적용 세율은 현행 '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 25%'의 2단계 누진 구조가 유지된다.
기획재정부는 "과세 확대에 따른 대상 인원, 과세 소득 규모,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본공제 금액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기본공제 2000만 원 설정 시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은 개인 주식 투자자 상위 약 5%인 30만명 정도(지난해 기준)가 될 것으로 기재부는 추정했다.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이 전체 개인 투자자의 5%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면서 '기본공제 금액 2000만원이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기재부 임재현 세제실장은 "일단 시행해 가면서 점진적으로 기본공제 금액을 낮춰 과세 대상을 더욱 넓힘으로써 과세 공평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3년부터 주식 양도세 과세 기준이 '보유자산'(대주주)에서 '소득규모'(양도차익 2000만원 초과)로 바뀜에 따라 상위 5% 투자자 세 부담은 증가가 예상된다.
반면, 주식 양도차익이 기본공제 2000만원 이하인 95%(570여만 명) 개인 투자자의 세 부담은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내리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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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양도세 전면 과세 아닌 상황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는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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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는 2022년 0.02%포인트가 인하되고 2023년에는 0.08%포인트가 추가 인하돼 0.15%로 낮춰질 예정이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판 금액이 기준이어서 매도자가 손실을 보고 팔더라도 세금을 무는데다가 양도세를 내는 투자자 경우 이중과세 논란까지 있어 폐지 요구가 컸다.
그런데도 정부가 폐지 대신 세율을 낮춰 유지하기로 한 까닭은 증권거래세의 주식 양도세 보완적 역할을 외면할 수 없어서다.
기재부 임재현 세제실장은 "주식 양도소득 과세가 전면적으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 과세 공평성을 완전히 담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주식 거래 특성상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통해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세수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정부가 증권거래세 폐지를 주저하는 이유다.
임재현 실장은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 양도세 과세 확대로 세수가 더 늘어난다면 증권거래세 추가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소액주주, 2023년 이후 상장주식 매도하면 취득시기 2022년 말로 간주"
한편, 주식 양도세 과세 확대가 시행되는 2023년 이전에 양도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소액주주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에 대한 보완 조치로 '주식 의제취득시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비과세인 소액주주 상장주식을 2023년 이후 양도할 때 주식 취득 시기를 과세 확대 시행 직전인 2022년 말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주식 취득가액이 2022년 말 현재 가액으로 인정된다는 얘기다.
정부는 또, 실제 취득가액과 2022년 말 의제 취득가액 중 더 큰 금액을 공제해 줌으로써 세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하면 2023년 이후 가치 상승분에 대해서만 주식 양도세가 과세되므로 소액주주가 굳이 그 이전에 주식을 팔 이유가 없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정부는 앞으로 공청회와 금융회사 설명회 등을 통한 의견 수렴을 거쳐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을 확정한 뒤 이를 '2020년 세법개정안'에 담아 다음 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