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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고마워요 볼턴! 그리고 아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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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정상 속이고 회담 성사…'한국의 창조물' 사실이면 비스마르크 외교 능가
논쟁적 회고록 불구 긍정적 측면도…韓 노력 부각, 日 속내 적나라하게 폭로
볼턴 주장 무작정 따라가면 위험…아베 이간질에 정당성 부여하게 되는 덫

(사진=연합뉴스)

 

프로이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독일을 통일하고 강대국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 비열한 권모술수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엠스 전보 사건'이다. 빌헬름 국왕과 프랑스 대사 간 회동에서 오간 내용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공개함으로써 보불전쟁을 촉발시켰다.

국왕의 전보를 조작할 만큼 사자의 강심장을 지닌 비스마르크는 프랑스와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 쟁쟁한 국가들을 상대로도 여우같은 수완을 발휘하며 쥐락펴락했다.

최근 화제가 된 존 볼턴의 회고록엔 이런 비스마르크도 울고 갈만큼 걸출한 능력자가 등장한다.

회고록에 따르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있지도 않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제안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해 성사까지 시켰다.

만약 사실이라면 세계 외교사에 기록될 만한 대담무쌍하고도 신묘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가히 '한국의 창조물'(South Korea's creation) 사건이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그런 볼턴을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이는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다.

북미관계를 파탄 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을 뿐 아니라 이를 자랑하기까지 했고 한국 정부에 대한 비방도 서슴지 않았다.

다만 모든 게 그렇듯 꼭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볼턴 회고록은 역설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집념과 고군분투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 입장에서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아베 일본 정부의 진짜 속내를 적나라하게 까발려 준 것이다.

회고록에 따르면 볼턴과 아베는 북미대화를 깨는 차원에서 정확히 공명했다.

아베 총리는 G7회의 참석차 캐나다로 가는 도중 미국에 들러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지도부가 "매우 거칠고 약삭빠른 정치인들"이라고 이간질했다. 정작 자신은 북한에 조건 없는 회담을 수차례 제안했음에도 말이다.

회고록에는 이런 내용들이 숱하게 나오는데 볼턴은 아베의 대북관이 자신의 지론과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낸다.

바로 이런 측면 때문에 볼턴 회고록은 누군가에는 위험한 덫이 될 수 있다.

볼턴의 주관적 견해를 무작정 따라가다가는 의도치 않게 아베와 한편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볼턴을 빌미삼아 일제히 정부 비판에 나선 보수 언론과 달리 보수 야당이 의외로 잠잠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반일 프레임' 위험 신호를 금세 포착할 만큼 영리한 것이다.

실제로 미래통합당은 당내 일각에서 볼턴 회고록 관련 국정조사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지도부 차원의 결정은 미뤄지는 분위기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볼턴이 책에서 말한 대로 북한이란 나라에 대해선 신뢰를 갖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수준의 언급을 넘지 않았다. 당의 공식 논평도 부대변인이 했다.

그런 점에서 볼턴이 비록 우리의 '국민 밉상'이 됐지만 차라리 고맙기도 하다. '용감한' 폭로로 한반도의 냉엄한 현실을 다시금 일깨워 줬다. 그럴 생각은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솔직한 속내를 보여준 아베 총리도 마찬가지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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