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독재국가가 민주국가보다 바이러스에 더 잘 대응할 것이라는 견해는, 주목할 만한 민주국가인 한국, 뉴질랜드, 독일의 성공적 대응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외교안보 정책에 참여했던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명예교수가 '코로나19의 지정학·지리경제학적 영향'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조지프 나이 교수는 27일(현지시간)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하버드대 벨퍼센터가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은 그들의 권력과 통제를 심화시키기 위한 구실로 코로나19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새로운 진원지로 떠오른 남미 국가에선 대통령의 무능과 보건 위기를 틈탄 부패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감염자 수 세계2위로 올라선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방역을 무시하고 군부독재 쿠데타를 옹호하는 행보로 탄핵 압박을 받고 있다. 볼리비아에선 코로나19 사태를 지휘해야 할 보건장관이 인공호흡기 도입과정에서 가격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수감됐다.
파나마에서도 인공호흡기 구매 비리로 대통령 보좌진이 물러나고 부통령이 사임 압박을 받고 있고, 콜롬비아에선 전체 주지사의 절반 가량이 코로나19 관련 횡령이나 불법 수의계약에 관여하는 등 지도층의 부패가 만연한 상태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하버드대 벨퍼센터가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 (사진=연합뉴스)
조지프 나이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둘러싼 미중 갈등에 대해선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향후 양국 간 경쟁과 갈등구조가 심화될 걸로 봤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과 중국 모두 정치적, 경제적인 피해를 봤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의 위상이 뒤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미국 우위가 당분간 유지된다는 얘기다.
다만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미국의 리더십에도 상당한 타격이 있었다는 점은 분명히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좁은 의미의 국익에 집중한 나머지 동맹 관계나 다자기구에 대해선 평가절하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나이 교수는 팬데믹으로 '세계화의 종말'이 언급되고 있지만, 세계화가 끝나는 게 아니라 기후변화, 바이오 등의 이슈를 중심으로 새로운 방향의 세계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팬데믹 사태, 기후변화 등의 국제 문제는 "어떤 국가도 혼자 처리할 수 없다"면서 세계가 협력해야 하는 문제가 더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학자인 나이 교수는 '소프트파워' 개념을 창시한 석학으로,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가정보위원회 의장,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지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선
외교정책위원 등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