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자의 쏘왓]경제지표 최악인데 코스피는 왜 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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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선 회복한 코스피, 코로나 전 수치까지 넘어선 코스닥 '순풍'
취업자 수 21년 2개월만에 가장 큰 폭 감소, 상장사 1분기 순이익 반토막
'포스트 코로나' 풍부한 유동성+경제 재개 기대+뉴이코노미= 증시 상승 이끌어
전문가들 "3분기 코로나 확산세 지속되고 경제지표 나쁘다면 금융시장 반응할 것"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휘몰아친 뒤 받아든 경제성적표는 역시 최악이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의 1분기 순익 결과는 '반토막'이 났고요. 고용쇼크는 현실화가 됐죠. 어제 발표된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재난지원금으로 인해 '깜짝'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바닥을 맴돌고 있고요.

그런데 놀랍게도 증시는 두 달 만에 2000선을 찍으며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월에 서킷브레이커니, 사이드브레이크니 하면서 1400선까지 내려가 1100선 전망이 나왔던 때가 마치 몇년 전 처럼 말이죠. 증시는 결국 실물경제 흐름을 반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몇 번 더 휘청할 거란 경고도 있었는데, 정말 개인 투자자들의 승리일까요? 대체 지금 상황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래픽=고경민 기자)

 

1. 실물 경제지표, 얼마나 최악?

고용은 이제 거의 외환위기 수준입니다. 뭐 언제야 고용 위기가 아닌 적이 있겠냐만은, 말로만 듣던 IMF 수준으로 회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된 거죠. 지난 달 취업자 수는 21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으니까요.

2020년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56만 2000명으로 1년 전보다 47만 6000명이 줄어들었습니다. 1999년 2월 (-65만 8천명) 이래 최대 감소 폭입니다. 추세는 더욱 무섭습니다. 지난 3월 취업자 수가 2010년 1월 이후 처음 감소 전환 (-19만 5000명)한 데 이어 4월 감소 폭은 배 이상 커졌기 때문이죠.

기업 실적도 예상했던 대로 처참했습니다. 말이 급감이지, 순익이 반토막이 났습니다. 금융업 등을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 592곳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1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0.9%증가하는데 그쳤고요.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31.2%나 줄어들었습니다. 당기순이익은 47.8%로 급감했고요.

에프앤가이드 자료. (그래픽=김성기 기자)

 

2. 그런데 말입니다. 코스피는 V자 반등?

이렇게 경제가 안 좋다, 경제지표가 엉망이다 하는데 코스피는 2000선을 회복했습니다. 두 달 반만에 처음으로 장중 2000선을 찍더니 어제(26일)는 종가 기준 2000선을 돌파한 겁니다.

코스피는 1월 초 2200선 안팎이었는데요(종가 기준).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후에도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다가, 설 연휴가 끝나고부터 2100선으로 내려옵니다. 그러다 2월 20일쯤 신천지와 대구에서 대규모 감염이 확산되면서 쭉 내리막길을 걸었죠. 2월 28일 처음 2000선이 깨지고도 다시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3월 12일 1900선까지 깨진 뒤에는 쭉쭉 내려갔습니다.

이때부터는 진기록들이 쏟아졌습니다. 3월 13일에는 코스피가 18년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요. 금융당국은 공매도를 6개월 동안 금지했습니다. 각종 조치들이 있었지만 3월 19일 1457.64까지 내려가며 최저점을 찍었죠. 코스피가 최악 때는 1100선까지 간다는 비관 전망이 속출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때부터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주식 열풍이 불었습니다. 삼성전자를 사러 삼성증권에 간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까지 돌면서 너도나도 주식 얘기에 열을 올렸고요. 개인들의 자금이 몰리면서 외국인 엑소덕스(증시에 투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상황)에 대항하는 완충기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습니다. 이달 초 6일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방역으로 전환되면서 코스피도 1900대에서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더니 26일이 되어서야 종가 기준으로 2029.78을 찍었고요. 전 거래일보다 35.18포인트(1.76%) 상승하면서 장을 마감했습니다.

코스닥지수는 더 가파르게 오르면서 코로나19 사태 전 수치까지 넘어섰습니다. 26일 종가는 전날보다 9.22포인트(1.28%) 오른 729.11로 마감했습니다. 지난 20일 708.76을 기록하며 지난해 6월26일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700선을 넘긴 이후 계속 상승세인거죠.

세계 증시가 다 폭락하던 3월 말 기준으로 대부분 오르긴 했지만요. 그 중에서도 국내 증시의 증가 속도는 굉장히 빠릅니다. 경제전문 통신 블룸버그가 세계 증시가 다 폭락한 3월에서 24일을 기준으로 86개 나라의 시가 총액을 집계했는데요, 이달 21일을 기준으로 세계 증시 총액이 24% 정도 회복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기간으로 치면 28% 정도 회복해서 86개 나라 중에 23번째인 것으로 나타났고요. 각국의 최저점으로부터의 회복세를 봤을 때, 우리 증시 반등폭은 주요국들 중에서는 사실상 가장 큰 편입니다.

 

3. 그래서 도대체 왜 올랐냐고요?

우선 풍부한 '유동성'을 첫 손에 꼽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파장이 크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각종 통화정책, 재정정책을 펼치면서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돈을 풀어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천명하면서 경기 회복 기대는 부풀었죠. 투자를 하기 위해 증권사에 잠깐 맡겨두는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25일 기준 약 43조 8000억원으로 여전히 증가 추세입니다. 고용지표, 기업 실적 등은 최악이지만 그 예상까지도 증시가 이미 반영했고요. "2분기까지는 나쁠거 알고 있어"라는 심리가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에 크게 주가가 요동치진 않죠.

초저금리 상황에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한 몫 합니다.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지만 규제가 너무 많고 이미 집값이 너무 오른 상태라 자금이 갈 데가 없다는 겁니다. 동학개미운동이라곤 하지만 주식을 하지 않았던 개인 투자자까지 주식을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세만 잡으면 경제가 되살아나리라는 '기대'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입니다. 전쟁으로 생산 시설이 파괴된 것도 아니고 질병으로 멈춰졌다, 그렇다면 좋아지는 순간 빠르게 회복될 수 있는 게 아니냐라는 예상이 뒤따라오는 건데요. 생활 방역으로 전환한 이후 조금씩 경제 활동을 정상적으로 재개하면서 회복 기대감도 계속 커지는 상황이고요. 코로나19 백신이다, 치료제다 얘기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급등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죠.

다만 3분기에도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되고 경제지표가 좋지 않다면 그때 금융시장이 반응할 확률은 상당히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3월 경제지표는 최악이 없었는데도 주식은 많이 떨어졌다. 시장은 이미 최악의 상황까지 모두 반영해서 주가가 곤두박칠 친 것"이라면서 "대체로 벌어지는 현상들을 보면서 시장이 앞으로는 좋아질거야라는 기대가 자산가격에 투영돼 있다고 보인다. 지금 이렇게 주가가 올라가는 건 미래에 대한 기대인데 그 기대가 만약에 깨진다면 그때 주가는 또 반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카카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4. 날개달린 언택트주가 이끈 증시?

코로나가 앞당긴 '뉴 이코노미의 성장'도 최근 주식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원인일 텐데요.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전세계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뉴 이코노미를 앞당기는 회사의 시가총액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경제가 안 좋다-> 엑손모빌(에너지), 지엠(자동차) 주가가 오르는 건 이해가 되지 않지만, 경제가 안 좋다->아마존(IT) 주가가 오르는 건 이해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죠. 국내만 봐도 대표적인 뉴(NEW) 업종인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 증가 속도가 3%에서 6%(24일 기준) 로 상승하면서 시총 판도를 뒤흔들었고요.

캐나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캐나다 시총 1위는 본래 뱅크오브캐나다였는데 지난 주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 업체 '쇼피파이'라는 회사가 1위에 등극했습니다. 쇼피파이는 창업자가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고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인데요.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가는 올 들어 3배 이상 뛰며 시총 1위 기업이 된 겁니다.

다만 산업이 성장한다는 것과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2000년 초반 닷컴버블이 있던 때, 인터넷에서 쇼핑을 하고 손편지가 아닌 전자메일을 보내는 걸 꿈꿨는데 그 판단이 맞았죠. 하지만 닷컴버블과 관련된 주식 종목은 재미를 보진 못했습니다. 현재 변화된 세상의 주역은 그때는 상장도 안 돼 있던 구글과 네이버 등이고요.

직관적으로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뉴 비즈니스가 잘될 것이라는 것은 합리적 추론이고, 지금 시장은 그 예상을 이미 반영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겁니다. 계산을 해야하는데 이런 류의 비즈니스는 계산이 힘들고요. 전통적인 범주에서 해석되기 어렵기 때문에 주가가 결국 펀더멘털에 수렴할 수 밖에 없다는 '가치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최근의 증시는 약간은 이해하기 힘든 흐름 일 수도 있죠.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뉴 이코노미와 유동성이 만나 생긴 쏠림 현상이 당장에 중지될 이유는 그다지 많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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