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이 잇따라 그룹 차원에서 긴급재난지원금 기부를 결정하고 있다. 농협과 메리츠금융 그룹이 지난 주 임직원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재난지원금을 기부한다고 해 논란을 빚으면서 금융권은 자발적 기부에 대해 고심을 거듭했다.
이에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임원들의 재난지원금을 기부하는 '선택적 기부'라는 방법을 찾았고, 다른 금융지주도 참여 해야 하는 것 아닌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13일 코로나19 극복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기 위해 긴급재난지원금 자발적 기부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그룹의 본부장급 이상 임원 약 250명이 재난지원금 전액을 기부하고, 부서장급 이하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직원들의 기부 금액이 정해지면 그룹 차원에서 이에 매칭하는 금액을 추가 기부에 나설 예정이다. 기부액이 1억원이면 매칭 기부율 50%를 적용해 신한금융이 5천만원을 추가로 기부하는 식이다. 매칭 기부율은 그룹사가 자체 결정한다.
우리금융그룹도 이날 그룹 임원 회의를 통해 긴급재난지원금 자발적 기부에 참여키로 결정했다. 그룹사 본부장급 이상 임원 약 200명이 재난지원금을 미신청하거나, 근로복지공단 가상계좌에 입금하는 형태로 기부에 동참하게 된다. 부서장급 이하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자발적 기부'에 동참하지 않은 다른 금융그룹도 고민이 많다. KB금융그룹은 "긴급재난지원금 기부는 각자의 자율적 의사에 맡기기로 했으며 임원들의 경우는 자발적 기부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어 적극 기부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그룹도 "자발적 기부를 결정하진 않았지만 논의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금융그룹이 모두 '자발적 기부'를 하는 상황에서 어디 한 곳만 빠지게 되면 눈에 튀기 마련이라서 대부분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자발적 기부라고 언론에 말은 하고 있지만, 자발적인 듯 자발적이지 않은 기부 아니겠느냐"며 "연봉이 많다는 이유로 재난지원금을 기부하라고 하는 거라면 처음부터 전 국민한테 주지 않으면 됐을 일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