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는 5월 9일 분명히 종료된다"고 못 박으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가운데 3일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류영주 기자이재명 대통령의 연이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선포가 효과를 보는 모양새다. 5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유예 종료를 앞두고 강남3구와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매물이 증가하더니 마침내 강남3구와 용산구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 순하락 현상으로 이어졌다. '부동산 불패' 신화의 대표격인 이들 지역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이 직전주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무려 2년여 만의 일이다.
'부동산 불패' 주인공, 강남부터 시작된 균열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급매물 광고. 연합뉴스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월 4주 주간 아파트 매매가 동향 조사에서 강남구(-0.06%), 송파구(-0.03%), 서초구(-0.02%) 등 강남3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 2024년 상반기 이후 약 2년여 만의 일이며 주로 환산하면 100주 만의 순하락이다. 지난해 아파트 가격 폭등을 이끌었던 한강벨트의 용산구(-0.01)도 하락 전환했다.
지표 뿐만 아니라 개별 거래에서도 큰 폭의 하락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99㎡ 9층 물건이 지난 12일 23억 82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2일 31억 4천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조금 지난 시점에서 무려 8억 가까이 가격이 떨어진 셈이다.
강남3구의 가격 하락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결과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월 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약 7만 8500건으로 한 달 전 대비 15.4% 급증했다. 특히 송파구(22.3%)와 성동구(19.8%)의 매물 증가세는 서울 평균을 크게 상회하며 가격 하방 압박에 힘을 실었다. 한국부동산원 매매수급지수에서도 서울 동남권(강남3구) 지수가 99.95로 약 1년 만에 100 아래(매수인 우위)로 돌아섰다.
대통령 강경 발언에 서울 상급지 주도 하락세 4월까지는 지속될 듯
연합뉴스이른바 서울 상급지 아파트 가격 하락 현상의 시작은 이재명 대통령의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유예 종료 발언이 기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 이 대통령이 양도세중과 유예는 없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양도세중과 대상인 다주택자들이 유예 종료일인 5월 9일 이전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주택이라도 팔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자 주로 상급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유예가 종료되면 양도차익에 최대 75% 세율이 적용될 수 있어 다주택자들이 큰 폭의 가격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집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는데 이어 이 대통령이 투기목적의 1주택자들을 겨냥한 발언까지 하자 보유세 증가 등을 우려한 강남3구 고가 주택 보유자들마저 차익 실현을 위한 매물 내놓기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이지현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강남3구에 복수의 주택을 보유한 소유주가 의미 있는 숫자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오히려 강남3구는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히 누적돼 있던 상태였다. 차익 실현을 위한 현실적인 욕구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서울 상급지 주택 가격 하락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유예 종료일 한 달 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인 상태에서 종료일 전까지 계약이 성사되려면 해당 지자체의 매수 허가가 떨어져야 하는데 심사기간이 대략 한 달 정도 소요되기 때문이다.
양도세중과 유예 종료일 다음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 계속될까
서울 상급지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다주택자 중과세유예 종료일 다음에도 계속될까? 또 현재 서울 상급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격 하락기조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 것인가를 놓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당장 강남3구 아파트 가격이 일제히 순하락으로 전환한 한국부동산원 2월 4주 주간 아파트 매매가 동향 자료에서도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의 21개 자치구는 모두 상승기조를 이어갔다. 서울 전체의 아파트 가격은 상승폭이 둔화되는 와중에도 55주째 상승세는 유지했다. 강서,종로,동대문,영등포,성동구는 0.20%대의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 아파트 가격의 대세 하락 전환을 섣불리 단언하기 힘들다고 보는 이유다.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유예 종료일인 5월 9일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은 당분간 매물 잠김 현상이 커질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강남3구, 한강 벨트 지역들은 팔 사람도 없고 살 사람도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출도 불가능한 분위기에 현금이 있다해도 보유세 등 위험회피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매수세도 잠잠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급한 매물은 5월 9일 이전에 다 소화돼 매물 자체도 나오지 않고 향후 변후가 많아 매수세도 신중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것도 변수다. 부동산 시장이 선거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망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