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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째 선행…폐지 줍고 깡통 모아 기부하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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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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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넘은 나이에도 독거노인 돕는 '봉사 대장' 윤호례 씨
"봉사는 건강의 비결…'고맙다'는 말 들을 때 가장 기뻐"

윤호례 씨. (사진=연합뉴스)

 

"평생 부유하게 살아본 적 없지만,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남을 도울 수 있어서 더욱 보람을 느껴요"

11일 청주시 청원구 내덕2동 자택에서 윤호례(81)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윤 할머니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내덕2동에서 '마당발'이다.

그는 1982년부터 동네 부녀회 반장을 맡으면서 주변 홀몸노인을 상대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1991년에는 뜻을 같이하는 주민 20여명과 함께 봉사대 '덕우회'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윤씨는 이때부터 동네를 돌아다니며 폐지, 헌 옷, 고철 등 폐품을 모았다.

당시는 우유 팩을 모아 화장지 공장에 갖다주면 새 화장지를 얻을 수 있었다.

윤씨는 받은 화장지를 지역 경로당과 노인들에게 나눴다.

거리에 버려진 깡통도 쓸모가 있었다. 당시 청주에서는 깡통을 주워 200자루에 채워가면 자전거를 1대 주는 사회단체가 있었다.

윤씨는 부지런히 깡통을 모아 자전거로 바꾼 뒤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전달했다. 그가 기부한 자전거는 17대에 달했다.

잡화점을 운영하며 생계를 잇는 게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명절에도 냉기가 가득한 단칸방에서 홀로 지내는 노인을 그는 늘 잊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폐품을 모아 받은 돈으로 기부하면 동네 환경도 깨끗해지고 어려운 사람도 도울 수 있어서 일석이조지"

윤씨는 헌 옷 수거함에서 비교적 쓸 만한 옷을 골라 가게에 진열해 놓는다. 옷값은 단돈 2천원이다. 수익금은 봉사활동을 위한 자금으로 쓰인다.

그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내덕2동 지역봉사대장을 맡고 있다.

봉사대는 매달 반찬을 손수 만들어 지역 독거노인 100여가구에 배달한다. 명절에는 쌀과 이불을 나눈다. 매년 김장 봉사도 빠뜨리지 않고 하고 있다.

윤씨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크고 작은 상도 많이 탔다. 상금은 여지없이 이웃들에게 돌아갔다.

20년 전 '풀뿌리환경대상'으로 받은 상금 500만원도 15만원 제외한 전액을 봉사활동을 위해 썼다.

윤씨의 자녀 5명도 봉사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어머니를 적극 응원해줬다.

그는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봉사대 활동을 못 해서 갑갑해 죽겠어. 몸이 아주 근질근질해"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윤씨는 매일 가가호호 방문해 반찬을 전달한다. 저녁 운동장을 걷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꾸준히 한 봉사활동이 건강을 유지한 비결이라고 말한다.

윤씨는 "어려운 사람을 돕고 난 뒤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며 "마음도 즐겁고 건강도 유지할 수 있으니 멈추지 않고 계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씩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며 "작은 것을 자꾸자꾸 나누다 보면 보람을 느끼고 재미를 느낀다"며 봉사를 망설이는 이들을 위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김태웅 내덕2동 주민복지팀장은 "윤 할머니는 내덕동의 산증인이자 버팀목"이라며 "이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고령에도 봉사를 계속해서 귀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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