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달 24일 '코로나19 해외유입 관련 지역사회 감염 확산차단'과 관련한 브리핑을 통해 정부에 해외입국자 명단을 실시간으로 제공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사진=수원시 제공)
지난달 26일 캐나다에서 귀국한 20대 여성 A씨. 인천공항에서 코로나19 특별입국절차에 따라 검역당국으로부터 발열검사 등을 받았다. 무증상자로 분류된 A씨는 마중나온 가족들과 함께 경기도 수원의 집으로 돌아왔다.
곧바로 A씨는 정부의 해외입국자 특별관리지침대로 2주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A씨는 입국 다음날인 27일부터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났고, 31일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받은 뒤 지난 1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가족이었다. A씨가 무증상 감염자였던 탓에 가족들은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돼 버렸다. A씨 확진 이후 다음날 아버지가 확진됐고, 일주일 뒤 함께 살던 외할아버지도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동생과 어머니는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수원시는 동생을 임시생활시설인 수원유스호스텔로 옮겼다. 어머니는 홀로 자가 격리 조치됐다.
결국 무증상이었다는 이유로 가족간 접촉을 막지 못하면서 가족 모두의 건강이 위협받게 된 셈이다.
◇ 지자체들, 입국자 격리 대책 마련하고도 입국자 명단 못 받아 '허점'
해외입국자에 의한 지역사회 감염이 늘면서 방역의 최일선에 있는 각 지자체들도 다양한 방역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여전히 중앙정부의 비협조로 A씨 같은 방역 허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가족간 접촉까지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대책까지 마련하고도, 정부가 해외입국자 명단을 주지 않아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는 것.
수원시의 경우 해외입국자가 인천공항을 나서는 순간부터 가족뿐 아니라 모든 접촉을 막기 위해 입국자를 이송하기 위한 '안심차량'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안심차량을 타고 수원으로 이동한 입국자는 진단 검사가 나올 때까지 임시생활시설에 머물도록 했다.
또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은 입국자가 2주간 자가격리하는 동안 나머지 가족들과의 접촉을 피해 저렴한 비용으로 호텔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내 5개 호텔과 업무협약도 맺었다.
하지만 이처럼 철저한 관리가 가능한 입국자가 수원지역만 따졌을 때 하루 평균 20%도 안 된다는 게 염태영 수원시장의 안타까운 호소다. 정부가 실시간으로 입국자 명단을 주지 않아, 스스로 신청을 한 입국자에 한해 '안심차량'에 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염태영 시장은 "수원 관내에서 거주하는 입국자가 하루 평균 100~120명 정도 되는데, 안심차량을 신청하는 입국자는 20~30명 정도밖에 안 된다"며 "무증상 입국자들의 경우 자가격리 중 가족간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3일 지나서야 명단을 넘겨받으면 이미 가족간 접촉이 발생한 이후로 감염병 예방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며 "지금이라도 지방정부의 대응력을 믿고 해외입국자 중 수원지역 거주자 명단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처음부터 입국자 명단을 바탕으로 A씨가 수원시가 마련한 방역 절차에 따를 수 있었다면 가족간 감염을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