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대출을 가장한 보이스 피싱 문자 메시지.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저금리 대출을 가장한 보이스 피싱이 제주에서 발생했다.
제주도민 A씨는 지난 11일 시중은행을 발신자로 한 저금리 대출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2.9%~5.8%의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 준다'는 문자였다.
A씨는 저축은행에서 고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던 상황이라 이자가 싼 대출로 갈아 타기 위해 발신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은행 직원이라는 상대방은 "대출한도를 조회한 결과 6000만원 까지 빌려줄 수 있다"고 말했고, "대출실행을 위해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송한 인터넷주소를 클릭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저금리 대출을 가장한 보이스 피싱 일당의 사기 전화였다.
A씨가 해당 주소를 클릭한 순간 휴대전화에는 전화 가로채기 프로그램이 몰래 설치됐다. A씨가 금융회사나 금융감독원, 경찰 등으로 전화해도 보이스피싱 일당이 중간에서 전화를 가로채 받는 프로그램이었던 것이다.
보이스 피싱 일당은 지난 17일에는 저축은행 직원을 사칭하고 전화를 걸어 "대출약관상 타 은행에서 대출을 받게 되면 가압류 등 채권추심이 실행되기 때문에 금융거래 정지를 피하려면 당장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라"고 압박했다.
A씨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고 해당 저축은행에 통화를 걸었지만 전화 가로채기 프로그램이 설치된 A씨의 휴대전화로는 보이스 피싱 일당의 사실이라는 말만 들을 뿐이었다.
결국 A씨는 금융거래 정지를 피하기 위해 급히 3000만원을 마련하고 집 근처로 찾아온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전달했다.
18일에도 보이스피싱 일당은 금감원을 사칭해 대출실행을 위한 공탁보증예치 명목으로 1800만원을 가로채는 등 A씨로부터 모두 4800만원을 편취했다.
코로나19로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나 중소상공인은 물론 개인의 자금 압박이 커지는 상황을 교묘하게 악용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을 사칭한 저금리 대출로 현혹해 문자메시지의 인터넷주소를 클릭하는 순간 악성 프로그램이 설치돼 피해를 당하게 된다"며 "금융회사·금감원·수사기관 직원이라는 전화를 받으면 주변 지인의 휴대전화나 유선전화로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또 "코로나19에 따른 불안감에 편승해 정부기관의 재난안전·방역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문자메시지가 발송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코로나19 안내문자 가장한 보이스 피싱 예방법. (사진=금융감독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