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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뉴스]사법농단 잇단 무죄…'신(神)'만이 처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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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정훈 기자 (김현정 앵커 대신 진행)
■ 대담 : 구용회 기자 (CBS 심층취재팀)

◆김정훈>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오늘 구용회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 속으로 훅 들어가 볼까요?

◇구용회> 사법농단사건 중요 관련자들에 대한 1심 선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만,
줄줄이 무죄 선고가 내려지고 있는데요. 이러다가는 "사법농단 사건은 거의 90%가 무죄가 날 것 같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김정훈> '핵심 피고인들 말고는 거의 다 무죄가 나올 것이다... 매우 충격적 전망이네요?

◇구용회> 그렇습니다. 검찰은 사법농단사건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차장 등 14명의 전현직 법관들을 기소했습니다.

그런데 벌써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등 5명의 피고인들에게 무죄가 나왔습니다. 선고는 법리에 근거하고 있겠습니다만, 코로나 전염병 속에서 무죄판결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조망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사법농단 잇딴 무죄...신(神)만이 처벌 가능한가'라는 제목으로 무죄선고의 여파를 분석해 보려 합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훈> 지난주 금요일이었죠.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를 받은 임성근 판사에 대한 무죄 선고가 나왔는데..먼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이라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요?

◇구용회> 임성근 판사는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이었습니다. 이 직책은 두 말 필요가 없습니다. 서울중앙지법내 최대 요직 가운데 하나입니다. 대법관으로 가는 코스 가운데 하나이구요. 대법원장 신뢰가 없으면 실력도 실력이겠지만 '아무나 못가는 자리'라는게 중론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난다긴다'하는 뇌물,재벌,공직자 사건을 주로 다루는 곳이 서울중앙지법의 형사재판부이고. 그 재판장과 영장전담판사 등을 인선하고, 소속법관들의 근무평정, 제반 사법행정 사무에 대한 지휘·감독권 등을 법원장을 보좌하여 행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검찰은 이런 권한을 갖고 재판에 개입했다며 직권남용혐의로 기소했었습니다.

◆김정훈> 재판에서 어떤 사건이 가장 쟁점이었습니까?

◇구용회> 몇 가지 재판건에 개입한 것으로 기소가 됐는데, 가장 유명한 사건이 2014년 8월, 이른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재판입니다. 당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인 가토 다쓰야 기자가 썼죠.

'박 대통령이 세월호 여객선 침몰 당일에 옛 보좌관인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임 판사는 법원행정처 요구를 받고 '대통령 명예에 관한 것이니. 보도내용이 허위인 사실을 명확히 해달라'거나, '판결문 구술본을 고쳐달라'는 등 재판과정에 간섭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김정훈> 재판의 독립권을 훼손하고 간섭한 사실은 인정되는데...그런데 무죄가 나왔어요?

◇구용회> 이 사건 재판장은 정경심씨 소송을 맡았던 송인권 부장판사입니다. 재판장은 "임 판사 행위가 헌법위반은 될지언정, 재판의 독립을 간섭할 '직무 권한' 자체가 없기 때문에 임 판사 행위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결했습니다.

즉, 재판 개입은 사실이지만 추상적 헌법원리에 위배된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 처벌할 수 없다는 겁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훈> 재판부 논리라면 임 판사에 대한 처벌은 실정법상 불가능하고 징계나 다른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입니까?

◇구용회> 그런 얘기입니다. 징계를 하든지, 아니면 헌법에 있는 법관에 대한 탄핵을 진행하든지,그것도 못하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죠. 아니면 너무 비약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신'만이 처벌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김정훈> 사법농단이 터졌을 때부터 이런 판결에 대한 우려가 있지 않았나요?

◇구용회> 그렇습니다. 재판에서 피고인들도 "형사수석부장은 법원장을 보좌하지만 재판업무에 관하여 지휘.감독할 수 있는 사법행정권이 없다. 그래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줄곧 주장해왔습니다.

그래서 수사보다는 "법관 탄핵이 이뤄져야 한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법관 탄핵조치가 헌정사에서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묻혔습니다.

◆김정훈> 사법농단 사건이 터졌을 때 대법원도 연루자에 대한 처리방안을 놓고 골머리를 싸맸던 것으로 아는데..어떻습니까?

◇구용회> 김명수 대법원장의 내심을 알 수 없지만요. 당시 대법원 내부에서도 첫째는 내부징계, 두 번째는 수사의뢰, 세 번째는 탄핵조치 등을 놓고 고민했을 것이라는 얘기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내부징계는 '제식구 봐주기'라는 거센 비판을 피하기 어렵고, 그래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검찰 수사로 넘어오게 됐습니다.

◆김정훈> 세 번째 탄핵안은 왜 논의 테이블에 조차 오르지 못했나요?

구용회> 우리나라에선 탄핵이 박근혜 전 대통령때 딱 한번입니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은 기각됐습니다. 대통령도 탄핵했는데 법관이라고 탄핵을 못할건 없겠죠. 그렇지만 이 법관 탄핵이라는게 참 어려운 겁니다.

◆김정훈> 왜 그렇죠?

◇구용회> 아마 대법원에선 탄핵의 '탄'도 꺼내기 어려웠을 겁니다. 탄핵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생중계'입니다. 탄핵절차에 진입하는 순간 피의사실은 물론이고 재판개입 실태가 미주알고주알 모두 다 전 국민에게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법원 입장에선 검찰 수사보다 더 무서운 게 탄핵이었을 거라는 시각입니다. 재판 개입사실이 낱낱이 대중 앞에 드러나면 사법부 자체가 그걸 감당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죠.

◆김정훈> 그렇다고 탄핵소추가 아예 없던 건 아니지 않나요?

◇구용회> 1985년, 고 유태홍 전 대법원장에게 탄핵소추가 발의됐습니다 일선 판사들에게 불공정한 인사조처를 했다는 이유였는데요. 하지만 국회서 부결됐습니다.

또 2009년 광우병 사건이었죠. 촛불사건 재판 개입으로 신영철 전 대법관에게 발의됐습니다. 그러나 표결되지 않아 자동폐기 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훈> 그렇지만 법원에서 '재판개입을 인정하고도 처벌할 방법이 없다'라고 한다면 그것밖에는 도리가 없지 않을까요?

◇구용회> 사법농단 사건에서 확실한 방법은 물론 탄핵입니다. 말씀드린대로 법관 탄핵 전례가 없구요. 이웃나라 일본에선 좀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국회가 법관 탄핵을 할 수 있겠냐'라는 것이죠. 국회의원들이 법원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여야간 입장도 갈릴겁니다.

◆김정훈> 아까 서두에서 '앞으로도 무죄선고가 쏟아질거다. 90%가 나올거다'라는 예상이 있다고 했는데 그 근거는 뭔가요?

◇구용회> 직권남용 사건을 많이 연구한 법조계인사인데요.

이 분은 "지난 1월 31일 대법원이 내놓은 직권남용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주목해보라"고 귀띔했습니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의 해석을 아주 좁게, 그래서 유죄판결을 아주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고 합니다.

◆김정훈> 어떻게 좁게 해석해서 판례를 만들어 놓았을까요?

◇구용회>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권한을 남용하고, 상대방도 의무없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판례는 "권한을 남용해 지시를 했더라도 지시 받는 상대방이 원칙이나 기준,절차 등을 위반하지 않았다면 '의무없는 일'로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영장전담 판사들에게 모두 무죄가 선고됐는데요. 그들은 영장심사과정에서 얻은 수사정보를 형사수석부장에게 보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보고가 왜 가능했을까요? 형사수석부장이 인사 등 사법행정권과 감독권을 갖고 있기때문에 관행적으로
보고'를 한거죠.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례는 '원칙이나 기준없이 ‘관행적‘으로 진행된 ’일'에 대해, "그것이 원칙과 기준에 맞는지 따져봐라"라고 다시 요구를 한겁니다.

독자 여러분들 지금 들으시고, '무슨 소리지, 말이야 아니야' 하실지 모르겠는데요. 악마는 이런 디테일 속에 숨어있고, 대법원 판례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라는 우스갯아닌 우스갯 소리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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