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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뉴스] 野땐 반대, 與되니 '입 막기'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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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칼럼' 검찰 고발때 근거로 든 공직선거법 제58조2
법 신설 당시에 야당이었던 민주당 "너무 제한하는 것 아닌가" 반대 의견 피력
해당 법안은 선거 앞두고 과도한 현수막 등 무분펼한 투표 독려 방지 차원
여당 되더니 '선거법' 악용해 언로(言路) 차단 시도…당 안팎 비난 봇물에 부랴부랴 취하
"그러니까 투표 독려나 참여하는 것들을 너무 광범위하게 막는 것은 안 된다는 취지에서 얘기했던 거에요."

2014년 4월 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2소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의 발언입니다.

이번에 민주당이 '민주당만 빼고'라는 비판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교수와 해당 칼럼을 게재한 경향신문을 검찰 고발했을 때 근거로 사용한 공직선거법 '제58조2'에 대한 논의 중이었습니다. 이전까지면 해도 이 법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경향신문 칼럼 (캡처=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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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은 애초 민주당의 문제제기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제동이 걸려, 2소위로 넘어와 보다 깊은 논의가 진행됐던 겁니다. 민주당은 당시 야당이었는데, 해당 법이 '과도하게 투표 독려를 제한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습니다.

"좀 제한되는 것은 맞는데, 또 너무 제한하는 것 아닌가."(전해철 의원)

사실 이 법은 '언로'(言路)를 막으라고 고안된 것도 아닙니다. 법이 신설된 경위를 살펴보면, 당시 제6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분별한 투표 권유 행위를 막자는 취지였습니다.

법안의 제안 이유를 보면, '정당 또는 후보자의 명의가 표시된 현수막 등을 사용한 투표참여 권유행위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져 투표참여 권유행위를 빙자한 선거운동이 실시되고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번 법안이 마련됐다는 겁니다.

당시 회의록에도 보면, 이 법안에 대한 쟁점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나 표찰, 어깨띠 등의 사용 방안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민주당 서영교 위원: 그러니까 어깨띠도 일반인이 아니라 정당인이 해도 되고 다 되는데 정당명, 후보자명이 안 들어가면 된다 이런 말씀이신 거잖아요?

◯새누리당 권성동 위원: 그렇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사무차장 김용희: 그런데 여기에서 명칭을 유추할 수 있는 경우라는 것이포함이 되니까……

◯민주당 서영교 위원: 명칭을 유추할 수 있는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사무차장 김용희: 방금 이야기한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든지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이미 다 널리 알려져 있다든지 이런 경우는 또 해석의 여지가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 2014년 4월 22일 법사위 2소위 회의록 일부 발췌-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그런데 이제와서, 자신들이 야당 시절 반대 의견을 피력했던 그 법을, 심지어 법의 취지와 다르게 법을 악용하여 칼럼을 쓴 교수와 언론사를 고발한다는 게 황당할 노릇입니다.

이러니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리가 없습니다. '그 나물에 그 밥', '도긴개긴'이란 비아냥이 나오는 이윱니다.

이번 일은 '민주당'이라는 당명(黨明)조차 좀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에 여당이 사법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발상이 '민주'를 강조하는 공당에서 어쩌다 나오게 되었는지.


아시다시피, 다양한 생각과 비판, 그리고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혹시 과거 군사독재시절,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다는 향수에 젖어 '민주'의 본질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마저 듭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오만은 위대한 제국과 영웅도 파괴했다"(정성호 의원), "언론의 자유가 중요한 가치라고 믿는 정당"(김부겸 의원) 등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진 데다, 비판에 직면한 당 지도부도 부랴부랴 고발을 취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인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에서는 '#민주당만 빼고'라는 해시태그를 붙이는 게 일부 진보 학자들이나 유력 인사들 사이에서 유행이 되고 있는 모양샙니다. 진중권 전 교수나 김경율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권경애 변호사 등은 '#민주당만_빼고'라는 글귀를 SNS 프로필 사진으로 지정해놨습니다.

갈무리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순간마다 회자되는 명언으로 대체하겠습니다. 18세기 프랑스 계몽사상가 볼테르의 명언으로 알려졌는데, '볼테르 전기'를 집필한 영국 작가 에블린 베아트리체 홀의 명언으로 전해지기도 하는 말입니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의 그것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다(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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