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손수호] "흑사병→콜레라→코로나, 100년 주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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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변호사)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봅니다. 탐정 손수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님, 어서 오십시오.

◆ 손수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금 4명의 확진자가 추가됐다는 속보를 전해 드렸는데 3명은 기존의 확진자와의 접촉자입니다. 그러니까 가족이거나 접촉자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온 확진자들. 그리고 1명이 중국인 관광객인 것으로 이렇게 지금 속보가 점점 추가 정보가 들어오고 있네요. 이런 상황에서 오늘 탐정에서도 신종 코로나 감염병과 관련된 이야기를 가지고 오셨어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오늘은 100년 주기설 이야기를 할 텐데요.

 

◇ 김현정> 100년 주기설?

◆ 손수호> 100년을 주기로 세계적인 감염병이 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죽고 또 그 결과 지구 인구가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거 아니냐.

◇ 김현정> 이런 설이 지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거 저도 봤어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게 근거도 있다고 해요. 근거로 제시되는 게 있습니다. 1720년에 마르세유 흑사병. 또 그 후 100년 지나서 1820년에 인도 콜레라. 또 1920년에 스페인 독감. 그리고 이번에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 김현정> 그러니까. 이렇게 딱 해 놓고 나니까 진짜 그럴듯해 보이더라고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게 근거 있는 이야기라면, 정말 그럴듯한 이야기라면 이번에도 예전 스페인 독감이나 흑사병처럼 심각하게 퍼질 수 있다는 얘기로 이게 전개가 되는 거잖아요.

◆ 손수호> 온라인에서 이런 이야기 나누면서 불안해하는 분들이 꽤 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이 감염병 100년 주기설이 근거 있는 이야기인가, 믿을 수 있는 말인가 한번 좀 살펴보겠습니다.

◇ 김현정> 근거를 좀 찾아보려고 하면 우리가 전의 이야기부터 좀 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 손수호> 그렇습니다. 첫 번째는 마르세유 흑사병이에요. 1720년 5월에 프랑스 남부에 있는 마르세유에 배 한 척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 배가 트리폴리, 또 키프로스 지역을 거쳐서 왔는데 불행히도 페스트균이 전달되고 말았습니다.

◇ 김현정> 페스트균이 흑사병을 일으키는 건데 그 균이 배에 실려서 들어온 거예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결국 마르세유에 흑사병이 발생을 했고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죽기 시작했죠. 시신이 워낙 많이 쌓이다 보니까 페스트 벽이라는 걸 만들어서 격리했을 정도였는데 2년 만에 마르세유 인구 9만 명 중에 5만 명이 사망했다고 해요. 또 주변 지역까지 합하면 약 10만 명이 희생됐죠.

◇ 김현정> 어마어마하네요. 어마어마한 병이었습니다. 그러면 100년 후. 1820년은 어땠습니까?

◆ 손수호> 정확히 1820년은 아니에요. 하지만 1817년에 인도 갠지스강 유역에 풍토병이었던 콜레라가 유행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전 세계를 휩쓸었는데요. 인도 콜카타 지역에 있던 인도 군인 5000명이 일주일 만에 희생됐고요.

◇ 김현정> 일주일 만에 5000명이요?

◆ 손수호> 굉장히 빠르게 진행된 거고. 또 1819년에 유럽 또 그다음에는 중국에까지 상륙합니다. 또 더욱 놀라운 일은 그 이듬해인 1821년에는 우리나라에도 기록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조선 당시에 황해 감사 이용수가 보고한 기록이 있는데요. 내용이 이렇습니다. 사망자가 8000에서 9000명에 이르고 한창 앓고 있는 그런 무리들은 그 수를 다 셀 수 없는 상황이다.

◇ 김현정> 이 조선시대에 8000, 9000명이라는 건 지금의 8000, 9000명이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이라고 해도 많은데 그 당시는 어마어마한 숫자거든요.

◆ 손수호> 결국 당시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 김현정> 그래요. 1920년은 어땠습니까?

◆ 손수호> 스페인 독감이 1918년에 발생했는데요. 많은 분들이 스페인에서 시작된 독감 아니냐고 생각하시는데.

◇ 김현정> 아니에요?

◆ 손수호>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당시 1차 세계 대전 중이었는데요.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군 부대에서 첫 환자가 발생했어요. 그런데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다른 참전국들은 보도를 통제해서 이 독감 얘기를 하지 않았고 참전국이 아니었던 스페인 언론에서 이 병에 대한 뉴스를 중요하게 다뤘거든요.

◇ 김현정> 스페인 언론에서 보도하면서 프랑스에서 발병된 병이 스페인 독감이 된 거예요?

◆ 손수호> 그렇죠. 스페인 독감이 됐습니다.

◇ 김현정> 스페인이 좀 억울하네요, 이렇게 되면. 여태까지 우리는 스페인에서 발생한 스페인 독감인 줄 알았는데 사망자 엄청나게 많았어요.

◆ 손수호> 당시 전 유럽으로 퍼지면서 유럽인구의 3분의 1이 감염됐습니다. 그리고 또 1차 대전에 참전했던 군인이 돌아오면서 미국에도 번졌고요. 심지어 극지방이나 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에 있는 주민까지 전염됐다고 해요.

당시 세계 인구가 약 16억 명으로 추정되는데 그중에 6억 명이나 감염됐다. 또 사망자도 최소 2500만 명, 최대 1억 명. 이렇게 좀 범위가 넓기는 하거든요, 사망자 추정 범위가. 그 이유는 인도나 중국처럼 인구가 많고 희생자도 많았을 것으로 보이는 지역에서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1차 대전 사망자가 900만 명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 스페인 독감의 피해 규모가 엄청나다는 걸 알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그게 1920년 무렵. 그러니까 100년 주기설대로 한다면 2020년이 된다. 무섭다. 이렇게 되는 거잖아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설명드린 것만 보면 뭐야, 100년 만에 이런 일이 또 생겼어? 큰일 났네라는 생각할 수 있는데 하지만 또 다른 각도에서 보면 반박할 이야기도 많이 있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 (사진=유투브영상 캡쳐)

 

◇ 김현정> 100년 주기설을 그럼 반박하는 근거들을 한번 찾아보죠.

◆ 손수호> 우선 첫 번째는 10만 명이 사망한 1720년 마르세유 흑사병 얘기했는데 사실 흑사병이 더 크게 번진 적도 있어요. 14세기 당시 유럽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7500만에서 2억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거든요.

또 그 후에도 몇 차례 더 유행했습니다. 1600년대 중반에도 영국 런던 인구의 20%가 흑사병으로 사망했고 또 19세기 말에도 중국에서 대유행하고. 이런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굳이 1720년의 유행만 부각시키는 건 글쎄요. 논리적이지는 않을 수 있죠.

◇ 김현정> 감염병 100년 주기설을 반박하는 두 번째 근거는?

◆ 손수호> 다른 주기설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손수호> 한번 들어보시죠. 2002년에 사스가 유행했습니다. 1981년에는 또 에이즈가 처음으로 발견됐습니다. 1962년에는 탄자니아에서 웃음 전염병이라고 하는 병이 또 유행했습니다.

◇ 김현정> 웃음 전염병이 뭐예요?

◆ 손수호> 이게 웃음을 시작해 멈추지 못하고 발작을 일으키는 그런 증상이 전염되는 병인데요.

◇ 김현정> 진짜 웃음 전염병이라는 게 있어요?

◆ 손수호> 그런데 이게 사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게 아니고 심인성 질환으로 추정되기는 합니다마는.

◇ 김현정> 어쨌든 유행했다.

◆ 손수호> 어쨌든 20년을 맞추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또 1940년 초반에는 장티푸스로 수십만 명 사망하고. 이렇게 20년 주기설 만들 수 있거든요.

◇ 김현정> 만들려면 얼마든지 만든다. 병이라는 건 늘 있으니까.

◆ 손수호> 70년 주기설도 가능해요. 다 만들 수 있어요.

◇ 김현정> 그럴 수 있겠네요. 한번 만들어보시겠어요?

◆ 손수호> 2014년에 남수단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했어요. 수천 명 사망했어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70년 전으로 가면 1944년 유럽에서 장티푸스와 발진티푸스가 대유행합니다. 또 70년 더 앞으로 가볼까요? 1875년 피지 제도에서 홍역 유행해서 주민의 20%가 사망했고요. 또 70년 가보죠. 1805년 서아프리카 뇌수막염이 유행했습니다.

◇ 김현정> 참 이렇게 만들려고 마음먹으니까 얼마든지 다양한 주기설이 다양하게 나올 수가 있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또 세 번째는요. 우연만 있고 필연은 없다.

◇ 김현정>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 손수호> 100년 주기에 이런 큰 감염병이 실제 있었지만, 있다 하더라도 그 사건 사이에 인과 관계는 없지 않을까.

◇ 김현정> 그렇죠, 그러네요.

◆ 손수호> 흑사병이 100년 후에 유행한 콜레라에 영향을 준 것도 아니잖아요. 또 콜레라가 스페인 독감에 직접 영향을 준 것도 아니고. 우리가 모르는 아주 간접적인 영향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직접적인 건 보이지 않잖아요. 단순한 우연 아니냐.

◇ 김현정> 100년 주기설 너무 부풀려졌다. 이거 근거 없다라고 하는 네 번째 이유는?

◆ 손수호> 더 이상 대재앙은 없지 않겠느냐.

◇ 김현정> 너무 단정적으로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 손수호> 물론 14세기 흑사병으로 유럽의 인구 3분의 1이 줄었고 또 스페인 독감으로 최대 1억 명이 죽었다고 하지만 이제는 그럴 가능성은 낮지 않느냐 싶은 건데. 일단 이번 세기 들어와서 유행한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좀 확인을 해 보죠.

2002년과 2003년 사이에 사스. 이거 공식적인 사망자 수가 774명입니다. 그리고 2009년에서 2010년 사이에 유행한 서아프리카 뇌수막염은 1200명을 조금 넘습니다. 그리고 2011년부터 유행하는 콩고 홍역 사망자가 4500명 중반대고요.

◇ 김현정> 에볼라 바이러스는요?

◆ 손수호> 4800명을 조금 넘습니다.

◇ 김현정> 신종 플루.

◆ 손수호> 2만 명이 조금 안 되고요.

◇ 김현정> 메르스는요?

◆ 손수호> 2015년 메르스는 521명인데요. 그리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도 아직까지 500명이 조금 안 되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물론 최근에 발생한 감염병도 심각한 건 맞아요. 방심하면 안 되고 당연히 무시해도 안 됩니다. 최선을 다해서 조치를 하고 대비해야죠.

하지만 과거와 좀 비교해 볼까요. 61년 콜레라는 사망자가 57만 명. 68년 홍콩 독감은 100만 명. 57년 아시아 독감은 200만 명. 이런 사례와 비교하면 21세기 들어서 발생한 이런 감염병 사망자 숫자는 상당히 크게, 아주 극적으로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전염병이 더 약해졌다는 그 의미가 아니라 우리의 방역 수준이라든지 의료 수준이 그보다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 말씀인 거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물론 인류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엄청난 감염병이 등장할 가능성도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완전히 배제할 수 없죠. 하지만 이제 과거 흑사병이나 스페인 독감 당시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은 많이 내려간 거 아닌가, 많이 작아진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고요.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이런 심각한 감염병들과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연결해서 아주 대규모 감염병의 이런 몇 년 주기설을 만들어서 주장하는 건 적절하지 않아 보여요.

◇ 김현정> 그리고 그거 보면서 우리가 너무 공포에 바들바들 떠는 것도 안 된다.

◆ 손수호> 심지어 자연이 스스로 이런 감염병을 통해서 지구 인구를 적절히 조절한다라는 주장도 있는데 그런데 그럼에도 계속 인구는 늘고 있거든요. 잘 설명이 안 되는 거죠.

 

◇ 김현정> 손 변호사님, 얘기 듣고 보니까 20년 주기설, 30년 주기설, 70년 주기설 다 만들 수 있고 좀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구하고 이렇게 계속 퍼지는 이유는 뭐예요?

◆ 손수호> 첫 번째로는 자극적이지 않습니까? 굉장히 무서우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가는 거죠.

◇ 김현정> 두 번째는요?

◆ 손수호> 진실이 섞여 있습니다. 최근에 벌어지는 많은 대형 사기 사건들을 보더라도 아주 터무니없는 곳에서 시작해서 터무니없는 걸로 끝나지는 않아요.

◇ 김현정> 팩트들이 섞여 있죠.

◆ 손수호> 섞여 있습니다. 암호화폐,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 등등 뭔가 그럴 듯한 게 섞여 있거든요. 지금 이 100년 주기설도 진실에 거짓이 끼워 넣어지거나 거짓에 진실을 섞거나. 이렇게 만들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 설득력 있게 들리는 거죠.

◇ 김현정> 세 번째 이유도 있어요?

◆ 손수호> 정보 부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이번에 처음 확인된 거잖아요. 처음 어떻게, 최초에 어떻게 발생했는지 어떻게 인간에게 옮겨졌는지. 또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정보가 좀 부족합니다. 백신이나 치료제도 당연히 지금은 없고요. 관심이 커진 상태지만 정보가 없다 보니까 여러 가설과 추측들이 등장을 하고 또 공포심에 의해서 또 쉽게 확산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 김현정> 그런 생각이 저도 드네요, 저도 드네요. 100년 주기설. 지금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는 100년 주기설의 이모저모를 손 탐정이 좀 분석을 해주셨는데 이번에 준비하시면서 꼭 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습니까?

◆ 손수호> 저도 불안감을 느끼기는 합니다. 특히 중국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고 있고요. 또 우리나라에서도 최초 방역망에 걸리지 않는 환자가 나오다 보니까 걱정이 되죠. 또 뉴스를 듣다가도 중간 중간 속보가 들어오잖아요. 그거 전달해 주실 때 굉장히 저는 무서워요.

◇ 김현정> 제가 최대한 안 무섭게 하려고 하는데도 들으시면서 무섭죠.

◆ 손수호> 이런 불안감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불안감이 자칫 가짜 뉴스 때문에 더 증폭될까봐 걱정됩니다.

◇ 김현정> 맞아요. 공포 마케팅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말씀. 여기까지 듣고 우리 댓꿀쇼에서 좀 더 이어가죠. 수고하셨습니다. 손수호 변호사였습니다.(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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