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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지하철, 꾸벅꾸벅 버스안내원…움츠린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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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잔뜩 움츠린 베이징 풍경
천안문 광장은 여전히 외국 기자 출입금지 지역

중국 왕징의 텅빈 지하철 (사진=안성용 기자)

 

춘절 연휴 6일째인 29일 오후. 우리나라 서울 명동에 해당하는 왕푸징 거리에 가기 위해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왕징의 한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베이징 지하철은 개표구 앞에 검색대를 설치하고 이용객들의 소지품을 검사하는데 우한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체온검사가 추가됐다. 검색 구역에 들어서자 직원이 다짜고짜 이마에 체온계를 갖다 댔다. 약간 긴장했지만 이내 이상이 없는지 들어가라는 손짓을 한다.

중국의 왕징의 한 지하철 역 (사진=안성용 기자)

 

이어 도착한 승강장은 사람이 거의 없어 썰렁하다. 곧이어 열차가 도착했지만 객차안은 거의 텅 비어 있는 수준이다. 열차가 여러 역을 거치면서 한 두 사람씩 탔지만 마찬가지로 내리는 사람도 있어서 열차내 탑승객 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자금성 옆에 있는 왕푸징으로 가려면 1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14호선과 1호선이 만나는 다왕루역도 환승역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거의 없다. 목적지인 왕푸징역에 도착해 썰렁한 역사를 빠져나와 왕푸징 거리에 이르렀지만 역시 한산했다. 그나마 보이는 사람들중 상당수는 공안과 외국인들이다.

텅빈 중국 왕푸징 거리 (사진=안성용 기자)

 

왕푸징 거리 끝지점에서 공안에게 천안문 광장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자금성으로 착각했는지 거기는 문을 닫아서 소용없다면서도 방법을 가르쳐 준다. 베이징은 공유자전거가 잘 발달돼 있다. 거리가 꽤 되는 만큼 자전거를 탔다. 천안문 광장에 가까울수록 공안들의 숫자가 늘어난다. 공안이 많을수록 위축되는 것은 왜 일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창안다지에(長安大街)를 따라 난 자전거 도로도 무척이나 한산했다. 뒤에서 오는 오토바이나 자전거와 부딪히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는 탄탄대로 그 자체였다.

천안문 광장 부근의 삼엄함을 보여주는 바리케이드 (사진=안성용 기자)

 

이윽고 마오저뚱 주석의 대형 사진이 있는 천안문 앞.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마오주석의 사진이 보이고 왼쪽으로 돌리면 천안문 광장이다.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으려 하자 공안이 달려와 멈추지 말고 계속 가라고 한다. 결국 사진 한장 못찍고 천안문을 통과해야 했다.

좀 억울해서 티엔안먼(천안문)서역을 한참 지나서 자전거를 세워둔 뒤 티엔안먼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걸어서 가려고 하자 걸리적 거리는게 공안이다. 첫번째 공안 검문은 통과했지만 티엔안먼을 50여m 앞두고 두번째 검문에서 결국 제지를 당했다. 사전에 취재 신청을 안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사전에 취재 신청을 해도 가부간에 답이 없어 결과는 똑같다는게 먼저 당했던 동료 특파원의 얘기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베이징 왕징 구역의 텅빈 도로 (사진=안성용 기자)

 

집으로 가는 길 또 한번의 체온측정을 끝내고 탄 왕징으로 향하는 지하철은 왕푸징으로 올 때 보다는 사람이 꽤 늘었다. 역시 외국인이 많았다. 마스크 착용률은 100%.

버스는 어떤 모습일까? 지하철을 타고 가던 도중에 이런 생각이 들어 차오양역에서 내려 왕징행 시내버스를 탔다. 우한과 달리 베이징은 지하철도 그렇고 시내버스도 통제하지 않는다.

자세히 보면 버스 안내원이 조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안성용 기자)

 

하지만 사람이 없다. 30여분 정도 버스를 탔지만 오르고 내린 손님은 서너명이 전부였다. 무료한 버스 안내원이 피곤했는지 꾸벅 꾸벅 졸았다. 차창 밖으로는 호텔로 들어가려는 차를 세우고 운전자의 체온을 측정하는 경비원의 모습이 왠지 애처롭게 스쳐지나갔다.

물론 보통의 춘철 연휴때도 베이징 시내에 차와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번 춘철 연휴는 우한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베이징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고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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