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우한 폐렴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29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 우한 및 인근 지역으로 진입한 취재진을 향해 우려의 시선이 짙다. 방역망도 뚫는 언론사 취재가 과연 '공익'에 기반한 보도인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28일 자사 특파원의 '우한탈출기' 기사로 구설수에 올랐다.
보도에 따르면 이 특파원은 급속한 바이러스 확산 소식을 듣고 22일 아침 최초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도착해 25일까지 내부 취재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3일 새벽 중국 정부가 우한시 봉쇄령을 내려, 빠져 나갈 방도를 찾았다.
외부로 통하는 도로가 거의 끊긴 상황에서 특파원이 탄 택시는 세 차례 실패 후, 지도에 없는 도로로 우한시를 빠져나왔다. 마치 영화 '택시운전사'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현지 분위기를 담아낸 르포성 기사였지만 일부 독자들은 해당 언론사와 기자에게 비판을 쏟아냈다. 중국 당국이 조치한 방역망을 아무런 절차 없이 뚫고 나와 전염 위험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아이디: clic****)은 "봉쇄하는 건 전염 위험이 있어서 그렇게 한 건데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도 있는 무모한 짓을 무용담이나 되듯 보도할 건 아니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아이디: haso****)은 "설마 지금 우한이 폐쇄된 이유를 모르는 건가? 무용담 쓸 일이 아니라 본인이 감염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자가 격리하고 있어야 하지 않나. 이런 사람들 때문에 방역이 뚫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BBC코리아 영상 캡처)
그런가하면 영국 방송사 BBC 역시 특파원을 보내 우한시 현지 분위기를 영상에 담았다. 다만 BBC는 당시까지 봉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후베이성 거리를 중점 취재했고 우한시 검문소 바로 앞에서 "들어가면 못 나온다"는 경찰 경고에 몸을 돌렸다.
각국 정부의 방역대응에도 급속하게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국내 경보는 '위기'에서 '경계'로 격상됐다.
이에 따라 현지 목소리나 분위기를 전하기 위한 언론 취재도 어디까지 이뤄져야 하는지 논쟁이 분분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시행된 한국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에 따르면 취재진은 통제지역을 취재할 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병원, 피난처, 수사기관 등 관계기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2장 3항에는 △언론사와 취재진은 취재 현장이 취재진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취재에 앞서 적절한 안전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재난 현장에 투입되는 취재진은 사내외에서 사전 교육을 받거나 회사가 제정한 준칙 등을 통해 재난 관련 법규를 숙지해야 하며 반드시 안전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등 취재진 안전과 관련된 규정이 명시돼있다.
'언론사는 필요할 경우, 이 준칙을 토대로 각자 사정에 맞춰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자체 준칙을 만들어 시행한다'는 규정도 있지만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라 실제 국내 대다수 언론사에 이 같은 준칙은 부재한 실정이다. 그렇다보니 큰 줄기만 제시돼 있을 뿐, 급변하는 재난 상황에 대처할 메뉴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시민연대) 관계자는 "종군 기자처럼 생명을 담보로 하더라도 취재 기자가 반드시 취재를 해야 할 사안이 있으면 당연히 어디든 갈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전염병 유행지 취재 사안에 대한 가치 판단과 안전 조치를 다룬 자세한 가이드라인이 준수돼야 한다"면서 "국내 대부분 주요 언론사에는 이런 내부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재난보도준칙에 어긋나는 취재활동을 펼친 일부 기자들을 단순히 기자 개인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지역 봉쇄 등 비상시 취재 계획 자체가 없었고, 보도를 결정한 내용 역시 공적 가치보다는 흥미 위주라 논란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언론시민연대 관계자는 "기자 개인보다는 제도권 언론인 조선일보 차원에서 관리가 됐어야 하는 문제"라며 "전염병 지역에 들어갈 때는 사회 보건 체계를 어떻게 지키면서 취재할지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준비가 전혀 없었으니 이런 기사가 생산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취재진 역시 감염 확산 피해를 최소화하고 방역을 지켜야 하는데 본인의 행동이 얼마나 위험하고, 사회에 피해를 줄 수 있는지 모르면 이런 기사가 나올 수 있다. 또 그걸 감내할 정도의 공익 가치가 있는 내용이라고도 보기 어려워 비판을 받게 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