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조국 장관 퇴진 촉구 집회' 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이 ‘조국 사퇴’ 변수에도 불구하고 오는 19일 장외집회를 추진키로 확정한 가운데 집회 효과를 두고 당내 반응이 엇갈린다.
당초 한국당은 지난 3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친 반(反)조국 집회가 성공을 거두자, 오는 19일 장외집회를 계획했었다.
그 사이 예상치 못하게 조 전 장관이 물러나자 ‘조국 사퇴’라는 명확한 메시지가 사라졌고, 집회 장기화에 따른 비용부담 등을 이유로 당내에선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조국 사태’을 계기로 불이 붙은 보수결집 움직임을 살려 문재인 정권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조국 사퇴에도 집회 강행…상승세 타고 文 대통령 ‘압박’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포대로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조국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조 전 장관의 사퇴 소식이 전해진 지난 14일 한국당은 이번주 장외집회 일정을 두고 하루 동안 논의 끝에 지난 15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전면에 내걸기로 했던 ‘조국 사퇴’ 대신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에 집중해 ‘대국민 보고대회’ 형식으로 치를 방침이다.
이번 집회는 특히 황 대표 등 지도부 측에서 조 전 장관의 사퇴 변수와 관계없이 기존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지난 3일과 9일 대규모 인원이 집결한 광화문집회를 통해 그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던 한국당 지지율 급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당내에선 보수진영이 똘똘 뭉쳐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지금과 같은 기세를 살리기 위해 추가적인 장외집회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당 지도부에 동조하는 의견이 나온다.
당내 한 초선의원은 16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솔직히 장외집회를 하면 돈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마무리 차원에서라도 이번주 집회는 열어야 한다”며 “과거 우리당이 했던 장외집회와 달리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내 한 관계자도 통화에서 “조 전 장관이 사퇴하긴 했지만, 결국 이런 사태를 초래한 근본 책임이 문 대통령에게 있지 않냐”며 “거의 두 달 동안 나라를 두 동강 내놨는데 대통령에게 좀 더 강도 높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에서 집회 명분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당 지도부는 조 전 장관 사퇴 직후 처음으로 열리는 집회인 점을 감안해 수위 조절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조 전 장관이 스스로 물러났음에도 곧장 ‘대통령 탄핵’ 등을 언급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이날 통화에서 “이번 집회는 전문성 있는 연사들이 나와 경제와 안보 분야 등에서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차원으로 마련된 것”이라며 “아직 ‘탄핵’이니 ‘퇴진’ 등 그런 말을 꺼낼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인력 동원·비용 부담·명확한 ‘타깃’ 부재…당내 불만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의 표명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창원 기자/쟈료사진
지도부의 이같은 강행 의지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두 달 이상 이어진 장외집회 피로감을 호소하는 등 불만도 터져 나온다. 지역구 의원들에게는 집회 참석을 위해 당원들을 서울까지 동원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정권과 싸우는 것도 좋지만, 장외집회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지금 불만들이 많이 쌓여 있다”며 “총선이 6개월도 안 남은 상황에서 선거 자금을 모으기는커녕 계속 이런 식으로 빠져 나가면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집회 참석에 나선 지역 주민들을 실어 나르기 위한 비용이 버스 한 대당 200만~300만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자들에게 자기 부담 비용을 받더라도 상당한 부담이 되는 셈이다.
조 전 장관의 사퇴로 인해 명확한 ‘타깃’이 없어진 상황에서, 무작정 인력만 동원한 집회의 파급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특히 수도권‧중도층의 호응에 힘입어 이전 집회들이 성공을 거둔 점을 감안하면, ‘조국 사퇴’를 대체할 수 있는 메시지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당내 한 재선의원은 “사실 우리당도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조 전 장관이 사퇴를 하는 바람에, 이렇다 할 메시지가 없는 게 고민”이라며 “간결하고 핵심적인 메시지가 아니면 일반 대중들의 호응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를 감안한 듯 지도부는 각 당협위원장들에게 공문을 보내 장외집회 참석을 독려했다. 해당 공문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경우, 최소 동원 인력에 대해 ▲원내당협위원장 400명 ▲원외당협위원장 300명 ▲당협이 없는 국회의원 150명 등 지침을 내렸다. 아울러 집회 전후(前後)와 도중에 사진을 찍어 해당 인원들의 참석 사실을 증명하도록 했다.
장외집회 추진과 별도로 원내에선 대여투쟁의 전선을 청와대 등으로 확대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조국 사태’의 책임을 물어 문 대통령의 사과 기자회견은 물론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 인사들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북핵대응 간담회에서 “오랜 국론분열에 대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대통령을 잘못 보좌했다"며 노영민 비서실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아울러 “여당에서 장관 후보자가 대국민 미디어 사기극을 하도록 판을 깔아줬다”며 이해찬 대표도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