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모(49) 총경의 사건 무마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연이틀 압수수색을 당한 경찰청에서는 무거운 기류가 흘렀다.
경찰이 '명운을 걸겠다'고 공언하며 윤 총경 유착 의혹을 대대적으로 수사했음에도 드러나지 않았던 혐의를 검찰이 포착해 조직의 심장부인 경찰청을 치고 들어온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줄곧 걱정해왔던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 일로 경찰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 檢, 경찰 '윤총경 수사' 비웃듯 연이틀 경찰본청 압수수색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은 전날에 이어 16일에도 경찰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윤 총경 관련 검찰이 경찰을 압수수색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검찰은 지난 2016년 특수잉크 제조업체인 큐브스의 정모 전 대표가 수서경찰서에서 사기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을 당시 윤 총경이 개입해 사건을 무마해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 전 대표로부터 수천만 원 상당의 비상장주식을 공짜로 받고, 그 대가로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보는 것이다.
정 전 대표는 윤 총경을 가수 승리 측에 소개해 준 인물이자, '조국 가족펀드'와도 연관됐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최근 윤 총경을 구속한 검찰은 이번 경찰청 압수수색을 통해 윤 총경이나 그와 관련된 인물이 정 전 대표의 사건기록에 접속한 적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윤 총경의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포착되지 않았다. 경찰은 버닝썬 수사 초반 정 전 대표를 세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금융내역 추적 등은 하지 않았다. 승리와의 관계에 집중한 나머지 윤 총경과의 '거래관계'는 주목하지 못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번 의혹과는 별개로 경찰은 윤 총경이 과거 큐브스 주식을 매입한 정황은 5월 중순 이후에야 파악했다. 미공개 정보 이용을 의심하며 뒤늦게 두 사람의 거래 관계를 캐려했지만, 검찰은 지난달 16일 정 전 대표를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윤 총경을 샅샅이 들여다봤던 건 맞지만, 결과적으로 정 전 대표의 신병을 빨리 확보하지 못했던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 경찰 내부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로…수사권 조정 국면서 위축돼"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에서 ‘경찰총장’ 으로 불리며 승리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 모 총경.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지난 6월 윤 총경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하기까지 경찰 내부에서도 줄곧 "검찰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면 우리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화두가 된 민감한 국면 속 경찰 고위 간부의 유착 의혹에 국민적 시각이 집중됐었기 때문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수사 초반 "경찰의 명운이 걸렸다는 자세로 (수사에) 임할 것"이라고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결국 검찰이 해당 사건을 새로 들여다보는 상황이 오자 경찰 내부에서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뻔히 우려했던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니 매우 침울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특히 수사권 조정, 검찰 개혁이 추진되는 상황인데 이런 중요한 국면에서 경찰이 목소리를 낼 수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일선 경찰관도 "봐주기 수사는 결코 아니었다고 보지만, 그런 내부 시각으로 설득력을 얻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는 부족한 수사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7월30일자로 서울지방경찰청 치안지도관 업무를 맡았던 윤 총경을 최근 직위해제 했다고 16일 밝혔다. 아울러 윤 총경이 구속되기 전 강제수사를 통해 확보한 주식거래 관련 자료를 금융감독원에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청 관계자는 "윤 총경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주식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확보한 자료를 금감원에 분석 의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