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文정권 사법농단 규탄' 현장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윤창원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전격 사퇴에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승리'라며 환호성을 올렸다. 사퇴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대통령의 사과와 검찰의 강력한 수사, 검찰 개혁의 합의 등을 촉구했다.
축배 속에 긴장감도 흐르는 모습이다. 조 전 장관 사퇴를 명분으로 여권에서 밀고 나올 '검찰개혁' 프레임에 '반개혁'으로 비치지 않게끔 대응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는 셈이다.
'조국 정국'을 통한 지지율 상승세를 어떻게 끌고갈 것인지도 관건이다. 검찰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수사 향방도 주시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당 "文 사과해야"…개혁 vs 반개혁 프레임은 우려
한국당은 14일 조 전 장관 사퇴를 '국민의 승리, 민심의 승리'로 칭하면서도,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국 정국'이 이대로 마무리돼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결국 대통령의 책임이다. 국민 앞에 사죄하고 국정을 대전환하라"며 "검찰은 흔들림 없이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검찰 개혁은 국회에 맡기고 대통령은 손을 떼야 한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은 다음 국회로 넘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흔들림 없는 검찰 수사, 공수처법 등 검찰 개혁에 있어 여야 합의처리 등을 강조한 셈이다.
취임 36일 만에 사의를 표명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를 나서고 있는 모습.(사진=이한형 기자)
한국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공수처를 만들어 국가 사법권력을 장악하겠다는 야욕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조국의 경우 자기 수사를 공수처를 통해 어떻게든 못하게 하겠다, 방해 내지는 중단을 시키겠다는 의지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당은 공수처 반대가 '반개혁' 프레임으로 비춰지는 부분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여권에서 조 전 장관 사퇴를 계기로 공수처 도입 등 검찰 개혁을 강하게 밀고 나올 것이란 관측은 이미 제기돼왔다.
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간에 2+2+2 회동을 통해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국회의장 주재로 할 수 있는 정치회의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공수처의 부당성을 내세우며 '합의 처리' 노력을 강조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한국당은 여론의 추이를 면밀히 보기 위해 오는 19일로 계획했던 대규모 집회를 일단 유보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총장단과 긴급 회의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국민에게 말은 송구하다 한 것 같은데 진정성이 있는건지 상황을 좀 봐야할거 같다"며 "정부가 바른길로 간다고 하면 협력하겠지만, 계속 외골수로 간다면 강력한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조국 정국' 상승세 탄 지지율, 유지 관건이른바 '조국 정국'을 거치며 한국당 지지율은 연이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7∼8일, 10∼1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0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한 결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3.0%p 하락한 35.3%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당은 1.2%p 오른 34.4%의 지지율을 기록해 두 당의 격차(0.9%p)는 문재인 정부 들어 최소치를 나타냈다.
특히 중간층의 이동은 주목할 만했다. 중도층은 민주당은 35.2%에서 28.5%로 하락했으나, 한국당은 32.6%에서 33.8%로 올랐다. 중도층에서 한국당이 민주당을 앞선 것도 문 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한국당 핵심 당직자는 통화에서 "상승세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제는 조국을 넘어 보수 통합과 물갈이 등 당내 문제로 아젠다를 이끌어가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중도층의 경우 늦었지만 대통령이 그런 결단을 한 것에 대해 평가할 수 있다"며 "그런 평가를 우리는 '책임'으로 끌고 가야 한다. 사퇴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에 문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지층 결집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조국 사태로 인한 국민적 우려와 위기감을 이미 확인하지 않았느냐"며 "공수처법과 선거법을 막아낸다면 국민적 지지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檢 칼끝 한국당으로 향할까…패스트트랙 수사 촉각조 전 장관 사퇴 이후 검찰의 칼 끝이 한국당을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패스트트랙 수사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수사대상 한국당 의원 60명을 소환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당에선 의원과 당직자 전원 불출석 방침을 명확히 한 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정감사 이후 '총대'를 메고 출석할 계획이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향후 수사 강도가 높아질 경우 '국민적 심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모양새다.
한국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조국 사태를 계기로 그간 패스트트랙을 몰랐던 국민들이 문제점을 깨닫게 됐을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한국당 의원들에 대해 칼날을 들이대면 검찰도 국민적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