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윤창원기자/자료사진)
조국 법무부장관이 자신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던 수사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당 통화가 조 장관이 천명했던 검찰개혁에 장애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장관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 방배동 자택이 시작된 이후 수사팀을 지휘하던 부부장검사와 통화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수사개입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압수수색에 개입하거나 관여한 게 아니라 남편으로서 아내의 건강을 배려해달라 부탁한 것"이라며 "이는 인륜의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측은 장관이 수사에 개입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신속하게 진행해달라는 말씀을 여러번했다"며 "전화받은 검사는 '원칙과 절차에 따라 집행하겠다'는 취지로 수차례 답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압수수색 방식에 대해 언급했다는 것이다.
특히 조 장관이 통화를 시작하면서 "장관입니다"라며 본인의 직책을 밝혔고, 전화를 받은 검사는 "특수2부 OOO입니다"라고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이 본인의 직책을 밝히고 수사에 대한 언급을 했으므로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이를 두고 압수수색 통화가 위법한지 여부를 떠나 조 장관이 장관직을 유지하는 명분에는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장관은 임명 초기부터 검찰개혁의 적임자가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조 장관은 지난 9월 법무장관 취임식에서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오랫동안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던 법무·검찰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자신과 가족을 둘러싸고 각족 의혹이 제기되자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낙마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이행하라는 국민의 뜻과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정면돌파를 시사했다.
법조계에선 조 장관이 이번 '압수수색 통화'로 자신이 그토록 주장하던 검찰개혁의 명분이 상당부분 퇴색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 장관은 취임식에서 검찰개혁을 '권력기관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조 장관이 자신을 향한 수사에서는 '장관' 직위를 밝히며 수사를 언급해 권한을 남용한 사례라는 취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장관이 인륜을 언급하면서 일선 수사팀에 전화하는 행위를 합리화한다면 검찰 수사가 어떻게 독립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나"라며 "조 장관이 권한을 남용하던 검찰을 '괴물'이라고 묘사했는데 이번에는 스스로 그 꼴이 된 것과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당장 보수 야권에선 조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과 탄핵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 보수 시민단체는 지난 27일 조 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하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가 조 장관을 지지하는 입장을 편 데 이어 조 장관 지지 여론도 만만치 않아 조 장관의 장관직 유지에는 무리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27일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엄정하게 수사하는데도 검찰개혁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실을 성찰해 달라"며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조 장관의 통화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검찰을 비판하는 한편 조 장관에 힘을 싣어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와 함께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적폐청산 시민연대)' 등은 전날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대대적인 촛불집회를 열고 '조국수호'와 동시에 '검찰개혁'을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