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부산CBS 라디오 <라디오매거진 부산=""> 표준FM 102.9MHz(17:30~18:00)
■ 진행 : 이은정 PD
■ 대담 : 강경태 부산디자인진흥원장
강경태 부산디자인진흥원장(사진=이은정 PD)
삭막한 도시를 걷다 보면 조화롭게 색이 입혀진 건물, 예술작품처럼 디자인된 공간이나 조형물을 보면 잠시나마 기분이 좋고 도시 공기가 환기되는 걸 느끼게 되는데요. 그만큼 미술, 공공 디자인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부산에는 디자인 관련 업무, 지역 디자인산업을 만들어가고 있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부산디자인진흥원이 있습니다. 이달 1일부터 디자인센터에서 진흥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새롭게 출발했는데요. '매거진 초대석' 3일은 부산디자인진흥원 강경태 원장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이은정> 지난 1일부터 부산디자인센터에서 부산디자인진흥원으로 명칭이 변경됐습니다. 어떤 기관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 강경태> 디자인 기관은 전국에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등 네 군데가 있습니다. 부산디자인진흥원은 기술은 뛰어납니다만 디자인이 다소 열악한 중소기업들에게 디자인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1인이나 소수의 창업기업들에도 디자인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즈니스 발전에는 디자인은 기술개발에 비해 시간은 5분의 1밖에 소요되지 않고, 비용은 5%만 소요됩니다. 그럼에도 그 효과는 5배에 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발전, 특히 부산의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디자인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은정> 부산디자인센터가 명칭 변경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고 들었는데 진흥원이 되면 어떤 점이 달라지나요?
◆ 강경태> 디자인 관련 기관들이 유독 센터라는 명칭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 프로젝트 신청에 공공기관이 할 수 있는 게 있고 공공기관이 할 수 없는 게 좀 있습니다. 그런 경우 직원들이 전화를 걸 때마다 공공기관입니까 아닙니까 부산디자인센터가 마치 사기업인 것처럼 오해하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그런 불필요한 답을 해야 하는 게 왕왕 있었는데 그런 게 없어질 것 같고요. 또 프로젝트를 신청할 때 센터라는 작은 기관이 하는 것보다는 진흥원이라는 크게 보이는 듯한 기관이 신청할 때 좀 더 책임감 있게 보이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많이 따오게 되면 지역 디자인 발전이나 부산발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 직원이 90명 됩니다만 직원들의 프라이드가 아주 많이 올라갔습니다.
◇ 이은정> 국제학을 전공한 교수 출신이신데 디자인이 전공과 거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지난해 12월에 취임하셔서 9개월 정도 됐는데 지내보시니까 어떠신가요.
◆ 강경태> 그동안에는 디자인 전공하신 분들이 원장으로 오셨습니다. 그분들이 디자인센터와 지역 디자인 발전에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그런데 디자인진흥원도 부산 25개 공공기관 중 1개로 부산시, 시의회와의 협조, 대시민 관계, 중앙정부 여러 부처와의 업무 협의와 같은 디자인을 벗어난 다양한 대외 활동을 해야 합니다. 이런 대외활동을 별문제 없이 적극적으로 원활하게 처리해야 점도 있습니다. 이런 데는 디자인 전공하신 분보다는 사회과학을 전공해서 좀 더 다양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사람이 조금 유리한 측면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디자인진흥원장은 한 번쯤은 외부 전문가가 와서 외부의 새로운 바람을 넣는 것도 괜찮지 않나 이런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 이은정> 디자인진흥원으로 새 출발 하게 되는 겁니다. 가장 주력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 강경태> 디자인산업이 연간 17조 원의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100조 원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이 450조 정도 되기 때문에 디자인이 일상생활의 4분의 1 정도의 역량을 크게 미치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포괄적으로 말한다면 남을 감동시키는 것입니다. 저희 기관의 미션이 디자인으로 여는 미래 디자인으로 행복한 부산입니다. 진흥원에서 시행하는 공예디자인, 시각디자인, 제품디자인, 패션디자인, 공공디자인 등 모든 분야에서 부산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시민의 행복 수준을 올리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나가겠습니다.
◇ 이은정> 디자인진흥원이 진행하는 공공디자인 사업이 있습니다. 공공디자인 영역이라고 하면 광범위해 보이는 데 어떤 효과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강경태 부산디자인진흥원장(사진=이은정 PD)
◆ 강경태> 공공디자인은 종합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난 10여 년간 200건의 공공디자인을 수주했는데요. 그중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 자갈치시장 명품화 사업입니다. 지난 3년간 시행해 오고 있는데 시작하기 전에는 연간 190만 명이 자갈치시장을 방문했는데 지금은 100만 명이 증가해 1년에 290만 명이 다녀가고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오는가? 그것은 첫째로 자갈치시장 건물 앞에 최근 가보신 분은 아시겠습니다만 매우 쾌적하고 매우 아름답고 매우 편리하게 조성돼 있습니다. 자갈치시장 안에 1층에 들어가시면 간판이 예전에는 편편하게 돼 있어서 멀리서 보면 잘 안 보였습니다. 이를 전부 돌출형으로 만들어서 어느 각도에서 보든지 간판 이름을 정확하게 볼 수 있게끔 돼 있습니다. 간판 이름을 외우는 데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번호를 다 붙여 몇 번 횟집에서 보자 이렇게 하면 누구와 만날 때 편리합니다. 해산물이 가장 아름답고 멋있게 보이는 조도가 있습니다. 그게 2000럭스입니다. 횟집마다 밝기가 다르기 때문에 오는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신선도가 다르게 보여요. 이것을 2000럭스로 통일해서 깨끗함과 상쾌함을 더 올려놓았습니다. 전국 최고의 해산물 시장이긴 하지만 내가 아는 사람을 소개받고 왔으면 좀 더 싸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이 있거든요. 그런 불편한 마음 바가지를 쓰고 싶지 않다는 불안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저희 전광판을 구석구석에 달아 주유소처럼 예를 들면 전어 1㎏에 얼마 그것을 한자와 일본어, 영어로 표기했습니다. 또 외국인을 위해 전어를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어떤 사람이 가더라도 공정한 가격에 싸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하는 신뢰가 형성되기 때문에 자갈치시장 관광객 수가 크게 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자갈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것인가 시장의 문제는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데 6개월을 소요합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 공사를 철두철미하게 시행하기 때문에 전국 최고의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 이은정> 요즘 지역마다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 지역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면서 공간이나 환경을 어떻게 잘 디자인하는가에 성공 여부가 달린 것 같기도 한데 부산은 어떻습니까?
◆ 강경태>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도시재생사업은 부산이 가장 잘했습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관 주도로 이뤄지면서 다소 성과가 부진했습니다. 이제는 그야말로 수요자 중심, 주민 중심의 지역 특성 기반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제대로 철두철미하게 시행해서 다시 한번 10년 전의 영광을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은정> 부산 디자인 시장의 현주소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디자인 관련 산업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보니 지역 인재라든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것들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강경태> 예를 들면 자동차나 조선산업 같은 경우는 독자적인 산업입니다. 디자인은 다른 산업을 빛내주는 조연산업입니다.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부산 제조업이 활황이었는데 그때는 디자인도 덩달아 활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제조업이 몰락하면서 디자인도 같이 하강하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부산 산업 자체도 조선이나 자동차 분야에서 관광으로 방향 전환을 하고 있기 때문에 디자인도 역시 관광 쪽으로 해서 관광 안내 표지판이라든가 간판 개선이라든가 공공시설물 개선과 같은 이런 쪽으로 방향이 전환돼야 할 것 같고요. 우리나라 디자인 수준이 세계 7위 정도 되기 때문에 이제는 동남아권, 해외로 진출해서 국내에서 계속 조연으로만 역할이 아니고 디자인 그 자체가 수출 주역이 되는 시대로 빨리 들어가야 되겠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 이은정>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심 있는 시민과 청년들이 많습니다.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 강경태> 1년에 디자인진흥원 방문객 수가 약 6천 명 정도 됩니다. 시민체험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디자인 마인드 함양이라든가 최근 디자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요. 디자인 관련 강의도 많습니다. 무료로 얼마든지 들어 실 수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부산산업 디자인 전람회가 있었는데요. 학생들이 디자인 작품을 전시해서 경쟁하는 콘테스트였는데 올해부터는 부산국제디자인 어워드로 바뀝니다. 영역을 부산권을 넘어 아시아, 세계권으로 넓히고요. 필리핀 학생도 참여할 수 있고 심사에 인도네시아 교수도 참여할 수 있는 국제 규모로 넓히게 되겠습니다. 부산시민, 외국인들까지도 진흥원을 이용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 이은정> 부산 디자인 산업에서 진흥원의 역할이 있다면 말해주시죠.
◆ 강경태> 앞에서도 잠시 말씀드렸습니다만 디자인은 기술개발에 비해 시간은 5분의 1 비용은 5%만 소요됩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무려 5배나 됩니다. 부산에서 추진하는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AI(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첨단 분야에 디자인도 함께 해서 부산산업의 발전, 그리고 부산 발전에 적극 기여하고 싶습니다. 라디오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