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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역세권 땅값이 37만원…미군공여지법은 악법(惡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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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희망프로젝트 1단계 산업단지조성, 토지 보상가격 놓고 주민과 마찰
-토지주 "공여지법 적용 토지 강탈 주장…감평법인 담합 의혹 고소 준비"
-사업자 "적법한 절차로 문제없다…최대한 협의한 후 수용재결 요청할 것"

주한미군 반환공여지 개발과 주변지역 발전을 위해 제정된 특별법(이하 미군공여지법)으로 추진 중인 '파주희망프로젝트 조성사업'이 답보 상태에 빠졌다.

토지 소유자 동의 없이도 토지 등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으로 민간사업자가 시세에 비해 턱없이 낮은 보상가격을 제시하며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민간사업자가 감정평가법인의 감정가 담합을 통해 보상가격을 낮춰 토지를 강탈하려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업자는 합법적 절차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파주희망프로젝트 토지이용계획안. (사진=파주시 제공)

 

◇3.3㎡당 평균 37만원…주변 시세에 비해 턱없이 낮은 보상가격

경기도 파주시는 파주읍 봉암·백석리 일원 376만㎡를 5단계로 나눠 산업·주거·휴양단지 등으로 조성하는 '파주희망프로젝트 조성사업'을 민자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2009년 페라리월드 테마파크로 개발하려다 사업이 무산된 해당 부지는 2015년 기본구상과 타당성 용역을 거쳐 2016년 국토교통부로부터 1단계 산업단지 공급물량 배정을 받았다.

1단계 사업 시행사는 2015년 11월 경기도로부터 사업 인가를 받은 ‘파주센트럴밸리 사업협동조합’이다. 수도권 기업인 65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시는 2017년 8월 미군공여지법에 따라 1단계 산업단지 사업시행승인을 고시했고, 토지 수용을 위해 보상계획을 마련, 2018년 11월 감정평가를 완료하고 협의 절차에 들어갔다.

보상가격은 3.3㎡당 평균 37만원(영농손실보상금은 별도)으로 책정됐는데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인근 월롱~광탄 간 도로 개설, 장문천연가스발전소 개발 등 공익사업으로 보상된 금액(52~60만원)에 비해서도 35% 낮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보상가로는 인근 농지는 고사하고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땅도 살 수 없다며 적절한 보상 또는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민통선 내 토지는 남북평화 분위기를 타고 3.3㎡당 20~100만원선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투자자 증가로 매물이 사라져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도 나온다.

주민들은 민간사업자가 실거래가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상가로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공익사업이라 미명하에 미군공여지법을 악용해 사유 재산을 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수미 토지주 비상대책위원장은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면 산업단지법을 따르면 되는데 사업자는 미군공여지법을 적용해 주민들을 땅을 빼앗으려 한다"면서 "1단계 3개 감정평가법인의 감정가 담합 흔적이 있는 만큼 검찰에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의·중앙선 파주역 앞에 설치된 수용 반대 현수막. (사진=고태현 기자)

 

◇민간사업자 배불리는 미군공여지법?…소유자 동의 없이도 수용 가능

파주희망프로젝트 1단계 일반산업단지 조성부지는 경의·중앙선 파주역과 붙어있다. 또 LG디스플레이 파주LCD산업단지에서 직선거리가 1.5㎞에 불과하다.

민간사업자가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자격을 얻으려면 '도시개발법',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까다로운 적용을 받는다.

전체 사업면적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를 확보하거나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만 사업 자격과 시행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토지 확보 과정에 막대한 자금과 상당한 인력이 투입되지만 작업 기간이 길고, 매입을 할 수 있지도 불투명해 사업자 입장에서는 실행에 있어 엄두를 못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해당 부지는 토지 소유자 동의 없이도 승인만 받으면 사업 진행이 가능한 미군공여지법 적용 대상이다.

미군공여지법 11조, 31조는 민간사업자가 사업·투자계획을 관할청에 신청해 승인을 받으면 사업 시행을 위해 소유자 동의 없이도 토지 등을 수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업 면적의 50% 이상 토지를 확보하기 위한 시간을 줄이고 정확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만큼 수익성도 장담할 수 있다.

때문에 주민들에게는 미군공여지법이 오히려 민간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악법(惡法)’이 된 셈이다.

민간사업자 측 관계자는 "보상가격은 법에 따라 3개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공정성이 확보된 것이고, 사업자가 임의로 가격을 올려줄 수도 없다"면서 "주민들이 보상협의를 계속 거부하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용재결 신청을 할 수밖에 없고 지금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파주시 투자진흥과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주민들이 요구했던 것인데 감정평가를 다시 해달라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사업 시행을 위해 토지 확보가 우선인 만큼 주민들과 최대한 협의하고 안되면 재결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 시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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