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2026.1.26 '36주 낙태' 사건 결심공판, 검사→권씨 피의자신문 |
검사 "피고인은 검찰에서 피의자 심문을 받을 당시 '임신 약 34주 내지 36주차에 이르는 태아를 제왕절개식으로 수술해 모체에서 꺼내는 경우, 최소한 태아가 생존한 상태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예견하였음에도 사체 처리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태아를 살인했다는 혐의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하는 질문에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고 살인했다는 혐의를 인정한다고 답했죠." 권씨 "네 맞습니다." 검사 "왜 그렇게 답했죠?" 권씨 "제가 낙태가 아니라 살인이냐고 검사님께 여쭤봤을 때 검사님이 지금 이게 뭐 낙태죄든 살인죄든 죄명이 바뀌는 게 크게 의미가 없고 본인이 얼마나 반성하고 인정하는지에 대해서 그런 거를 보고 이제 형량을 결정하겠다고 말씀하셨고, 이제 그 말이 저한테는 … 낙태는 살인이든 똑같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 낙태를 인정한다는 취지로 말씀드린 건데…." 검사 "(수사 당시) 검사가 낙태랑 살인이랑 똑같다고 얘기하던가요?" 권씨 "그런 취지로…." 검사 "취지라는 게 무슨 얘기인지, 정확히 어떤 기억이 나나요? 검사가 했던 발언이" 권씨 "지금 이게 낙태죄가 되든 아니면 죄명이 다른 걸로 바뀌든 크게 의미가 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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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36주에 임신중지(낙태) 수술을 받고 유튜브 영상을 올려 법정에 서게 된 20대 여성 권모씨. 그녀는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자신에게 적용될 혐의가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검사도 '무슨 죄가 될진 모르겠으나 죄를 지었다'는 취지로 권씨에게 애매한 반성을 요구할 뿐이었습니다.
낙태죄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폐지됐지만, 권씨는 죄인으로 법정에 섰습니다. 가장 중한 범죄인 살인죄 피고인입니다. 수술을 담당한 병원의 원장 윤모씨와 집도의 심모씨도 살인 혐의로, 브로커 2명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됐습니다.
권씨의 기억이긴 하지만 그가 수사검사에게 들었다는 "낙태죄든 살인죄든 크게 의미가 없다"는 말은 여전히 임신중지 결정을 두고 죄인의 처지를 벗어날 수 없는 여성의 현실을 드러내는 듯합니다.
그러나 낙태를 하고 싶어서, 태아를 살해하고 싶어서 고의로 임신을 하는 여성이 어디에 있을까요. 권씨가 산달이 가까운 시점에 임신중지 수술에 이르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 ▶2026.1.26 '36주 낙태' 사건 결심공판, 권씨 변호인→권씨 반대신문 |
변호인 "임신사실은 언제 알게 됐나요?" 권씨 "내시경 검사, 복부 초음파를 한 다음날 알게 됐습니다. … ○○○내과로 알고 있는데, 거기서 임신인 것 같다고 해서 산부인과 진단 받아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변호인 "임신 9개월차라고 들었나요?" 권씨 "제가 들은 주수는 7개월 조금 넘는 주수로 들었습니다." 변호인 "그 전까지는 임신 사실을 몰랐어요?" 권씨 "네 몰랐습니다." 변호인 "출산이 아닌 임신중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 권씨 "아기가 기형으로 태어날까 봐 많은 걱정도 있었고 또한 경제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이었기에 도저히 아기를 행복하게 키울 자신이 없었습니다. 임신 당시에 피임약이나 … 너무 약을 많이 먹기도 했고요." 변호인 "기형아로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요?" 권씨 "네 그 생각도 했습니다. 술 담배도 했고 약도 많이 먹었고 아기가 그렇게 태어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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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가 우연히 임신 사실을 알게 됐을 땐 이미 7개월이 넘은 상황. 추후 재판부가 "친부가 누군지 아냐"고 물었지만 권씨는 "모른다"고 했고, 언제쯤 임신했는지도 정확히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7개월간 '산모답지 않게' 생활한 자신 탓에 아이가 장애를 안고 태어날 수 있다는 우려, 경제적인 사정 등 도저히 행복하게 키울 자신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임신 사실을 안 후 권씨는 산부인과 두 군데를 찾아 임신중지 수술을 문의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인터넷으로 '낙태'가 가능한 병원을 찾았고, 지인을 통해 낙태 수술 브로커와 닿게 됐습니다. 유도분만식 낙태이면 500만원, 제왕절개 방식이면 700만~800만원 정도라고 했습니다. 수술비가 적정한지, 고주수 임신중지엔 어떻게 수술이 이뤄지는지, 회복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믿을만한 정보를 찾기 쉽지 않았고, 권씨가 고민할 시간도 많지 않았습니다.
낙태 수술을 하는 윤모씨의 병원을 찾았을 때 권씨는 이미 임신 35주차였습니다. 병원은 처음엔 수술비로 1천만원을 요구하며 권씨를 돌려보냈다가, 그 다음주 900만원에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낙태한 산모의 유튜브 동영상에서 캡쳐한 초음파 사진과 심박 그래프. 연합뉴스| ▶ 2026.1.26 '36주 낙태' 사건 결심공판, 병원 상담실장 증인신문 |
판사 "처음에 거절했던 이유가 35주차 이상이어서인가요?" 증인 "본인(임신부)이 비용이 마련이 안 돼서요." 판사 "28주와 35주차의 수술비용이 달랐죠?" 증인 "일이백만원 정도 차이 났던 걸로 기억합니다." 판사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뭔가요?" 증인 "주수가 커서요." 판사 "주수가 크면 왜 수술비가 차이나는 거죠?" 증인 "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판사 "금액 차이가 나는 것은 증인이 정하진 않았을 것이고, 누가 정한 겁니까?" 증인 "원장님은 수술하는 걸 원치 않으셔서 아예 세게 불러서 보내라 그런 취지셨어요. 그래서 처음에 1천만원으로 불렀던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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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주수가 어느 정도일 때까지 임신중지 수술이 안전하게 가능한지, 수술비는 어떻게 책정되는지 병원 관계자도 알지 못했습니다. 고주수 산모를 한 차례 돌려보낸 이유는 '임신중지'보다 위험성이 큰 행위를 해야 해서가 아니라 권씨가 그만한 비용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수술 과정에서도 별다른 의학적 설명은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권씨는 브로커를 '병원 관계자'인줄 알았지만, 그는 권씨 같은 임신부를 병원에 연결해주고 건당 수십만원을 받는 외부인이었습니다.
권씨를 살인죄로 기소한 검찰은 그가 태아를 살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고주수 태아임에도 병원에서 알아서 자연스럽게 사산시켜줄 것이라 생각했다는 권씨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사실상 태아 출산 후 살해하는 방식의 임신중지가 이뤄질 수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도 수술을 감행해 살인죄의 고의가 있다는 겁니다.
반면 권씨는 병원 수술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사산하는 형태로 생각했고, 살아있는 채로 아이를 출산하게 되는 상황인 것을 알았다면 낙태 수술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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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피고인 입장에서 그게 중요했나요? 사산하나, 태어나 살아서 나오나, 그게 중요한 문제였나요? 중요한 문제 아니지 않았습니까?" 권씨 "살아서 나온다고 했으면 병원에 가지 않았을 겁니다." 검사 "그러면 병원에서 한 번 더 (어떻게 수술이 이뤄지는지)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권씨 "네 그때 제가 너무 심적으로 불안하고 경험이 없어서 확인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검사 "주수가 크다고 병원에서 비용을 높게 불렀죠. 그럼 '뭔가 어렵구나' 이런 생각을 해서 당연히 병원 측에 한 번 더 확인했어야 하는데 그때 확인을 안 했나요?" 권씨 "네 확인을 안 한 이유가 어렵구나라는 느낌보다 그냥 병원 측에서 요구하는 돈이 모자라구나 이렇게 크게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검사 "모자라거나 그러면 돈을 어떻게 마련해서든 임신을 중단하는 게 중요했다는 거네요?" 권씨 "중절을 하고 싶었습니다. 낙태 수술을" 검사 "태아가 죽어서 나오든 살아서 나오든 어쨌거나 임신 중절이 중요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임신 중절을 한 거 아닌가요?" 권씨 "아닙니다. 살아서 나온다고 어디서라도 말씀해 주셨으면 미혼모시설 들어가서 낳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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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는 폐지됐지만 임신중지 수술은 여전히 음성적인 형태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확한 의료정보와 비용 등 여성의 안전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려는 행정과 입법은 수년째 멈춰있는 반면, 경계선에 있는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은 전광석화처럼 진행됐습니다.(권씨가 유튜브에 영상을 게시한 후 논란이 되자 보건복지부가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고주수 임신중지의 범위나 방식 등에 대한 논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권씨 같은 여성을 형사처벌하려는 시도만 발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입니다. 반면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이 발의해 논의 중인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지란 약물이나 수술 등 의학적인 방법으로 태아가 모체 밖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태아와 그 부속물을 인공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시켜 임신을 중지하는 행위'라고 규정합니다.
헌재의 낙태죄 폐지 취지와 국회 일각에서 논의 중인 입법 방향은 모두 고주차 여부 등을 떠나 임신중지의 책임을 여성에게, 특히 형사처벌 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방향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 2026.1.26 '36주 낙태' 사건 결심공판, 판사→권씨 피고인신문 |
판사 "가족이나 뭐 누구랑 상담 해본 적이 있습니까?" 권씨 "아니요 없습니다. …아무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판사 "부모님하고 관계는 어떻게 됩니까?" 권씨 "친부모님은 제가 한 6살, 그쯤에 집을 나가시고 이제 아빠 손에서 계속 자랐습니다. 이제 지금은 제가 성인이 되고 난 뒤에 부모님이 재혼을 하셨는데 엄마랑 떨어져 산지는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납니다." 판사 "병원에서 출산하는 게 낫겠다고 이야기한 적 있나요?" 권씨 "없습니다." 판사 "돈 이야기만 했나요?" 권씨 "네 맞습니다." 판사 "다른 방법에 대해서 들은 건 없나요?" 권씨 "네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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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권씨에 대해 징역 6년을 구형했습니다. 병원장 윤씨에 대해선 징역 10년과 벌금 500만원, 11억5016만원 추징을, 집도의 심씨에 대해서도 징역 6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브로커 한모씨와 배모씨에 대해선 각각 징역 3년과 3억1195만원 추징,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습니다.
법원은 오는 3월 4일 권씨와 피고인들에 대해 선고를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