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무기한 개학 연기 투쟁을 시작한 4일 서울의 한 유치원 정문에서 교육청에서 시정명령서를 붙히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개학 연기를 강행한 첫날 일부 유치원이 연기를 돌연 취소하면서 현장은 혼란을 빚었다.
교육당국은 이번 사태를 주도한 한유총 설립허가를 결정하는 초강수로 맞섰다. 아울러 개학 연기 방침을 고수한 유치원들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오는 5일까지 개학하지 않는 곳은 형사고발 하기로 했다.
4일 오전 서울 노원구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두 곳은 무기한 개학 연기를 선언한 인근 A 유치원 원생들에게 긴급 돌봄 서비스를 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 유치원에 긴급 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아이들은 모두 8명. 유치원 관계자들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새 아이들 등원을 준비했다.
하지만 A 유치원이 등원시간 10분 전인 오전 8시50분쯤 개학 연기를 갑자기 철회하면서 현장은 혼선을 겪었다. 서울 수암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관계자는 "등원하기로 한 아이들이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아이들 등원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한동안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도 배치됐다. 이 장학사는 "A 유치원이 갑자기 개학 연기를 철회했다"며 "오기로 한 원생들이 집에서 자체 돌봄 서비스를 하는지, 원래 소속한 유치원으로 등원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유치원 개학일은 오는 5일이었다. A 유치원이 개학을 미루든 미루지 않든 이날 등원하는 아이들은 없었던 것인데, 현장 장학사가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직장인 유환일(33)씨는 "학부모로서 사립유치원들이 일방적으로 개학을 연기한 건 안타깝다"면서 "(이렇게 된 건) 정부도 한유총도 모두 잘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개학을 미룬 유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개학을 연기한 경기 성남의 한 유치원에 아이를 보낸다는 학부모는 한 맘카페 게시물을 통해 "지난주 입학식까지 다 마쳤지만 유치원을 바꾸겠다"며 "원복과 준비물, 입학식 당일 연차료, 육아 돌보미 인건비까지 모두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당국은 개학 연기를 강행한 유치원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시정명령에 나섰다.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개학을 연기한 서울 도봉구의 한 유치원을 찾았다. 문 앞에 '5일 오전 9시까지 개학 불법 연기를 철회하라'는 내용의 시정명령서를 부착한 뒤 돌아갔다.
이 유치원은 이른 아침부터 계속 문이 잠겨 있었고, 자녀를 등원하러 온 부모도 없었다.
전국에서 개학을 미룬 유치원은 이날 낮 12시 기준 239곳으로 집계됐다. 전날 오후 11시(365곳)보다 반나절 만에 34.5%가 줄어든 것이다. 이중 자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 곳은 221곳이었다. 유치원 18곳이 막무가내식 휴업에 들어간 셈이다. 개학 일정을 응답하지 않은 유치원은 23곳이었다.
교육당국은 이날 오전부터 교육청과 교육지원청,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과 함께 사립유치원들의 개원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개원하지 않은 곳은 확인되면 시정명령을 내리고, 오는 5일 오전 9시까지 개원하지 않는 유치원은 형사고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