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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 전북대 총장선거, 경찰 개입 있었나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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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간부가 교수에게 띄운 문자…선거 질서 '와르르'
내사인가 첩보인가…경찰, "내사는 없었다"
본질은 선거 영향 여부, 수사결과 '오리무중'

말 많고 탈 많던 전북대학교 총장선거였다. 비(非)교원 투표 반영비율 논란으로 한때 파행 위기를 겪더니 급기야 경찰의 선거 개입 의혹까지 터졌다. 지난해 10월 선출된 신임 김동원 총장은 석 달 만인 지난달 28일이 돼서야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전례 없이 혼탁했다'는 안팎의 자조와 비판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진도 계속된다. 한 달여 전 교내 정보전산원 사무실과 현직 교수 1명의 자택 등이 압수수색을 당했고, 지난 13일에는 전·현직 교수 4명의 연구실과 자택·차량에 경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상아탑은 수사기관의 표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표류하고 있다.

경찰청의 내사 의혹을 언급한 A교수의 페이스북. (사진=A교수 페이스북 캡처)

 

◇ 경찰이 휘저은 선거판…혼돈의 소용돌이 휩쓸린 후보들

지난해 10월 20일 새벽 전북대 A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장선거 와중에 경찰청의 내사라니,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 도대체 무슨 사유일까?'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글을 올렸다.

당시 후보 중 한 명이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라는 댓글을 달자 A교수는 '비리 관련입니다'고 답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10월 22일 아침, 전북대 B교수는 전북대학교 교수회 대의기구인 교수평의회 평의원 40여 명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메일에서 '최근 경찰청에서 대학 본부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고 합니다. 이에 교수회는…(중략)…내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는지 대학본부에 공개를 촉구하고자 합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이남호 당시 총장의 비리 의혹이 촉발해 선거판이 과열됐고, 경찰의 내사 착수 여부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선거 직전 경찰청 수사국 소속 경찰 간부 C경감이 교수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까지 공개됐다. C경감은 지난해 10월 18일 이 대학 한 교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남호 총장 비리 관련하여 잠시 통화가능할까요?'라고 물으며 자신의 명함을 함께 보냈다. A교수가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하기 이틀 전에 보낸 문자였다. 문자 내용이 공개되면서 파장은 선거 후 고소·고발전, 기자회견 등으로 이어지는 등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C경감이 교수들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메시지들. (사진=독자 제공)

 

◇ '첩보활동'인가 '내사'인가…경찰 "내사 없었다"

지난해 11월 27일 전북대 교수 40인은 A, B 두 교수를 허위사실유포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또 고발장에서 "(C경감의) 내사설 유포 여부, 유포했다면 경찰내사처리규칙 준수 여부,…(중략)…평교수들이나 경쟁후보자들을 만나 이남호 총장에게 비리가 있는지를 알아본 이유 등을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총장선거를 2주 가량 앞둔 시점에 경찰관이 전북대 교수에게 문자를 보내면서 구태여 '이 총장의 비리'를 언급하고, 경쟁 후보와 접촉한 게 선거 개입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당시 C경감은 상부에 '이 총장 비리 의혹에 대한 소문이 있으니 알아보겠다'고 출장신청서를 낸 뒤 두 차례 전북지역을 찾았다. 그는 총장 후보자를 비롯한 복수의 전북대 교수를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C경감의 소속 부서인 경찰청 수사국 범죄정보과는 일단 내사는 할 수도, 있을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범죄정보과 관계자는 "우리 과는 범죄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전담하고 있고, 내사나 수사는 실제 수사를 하는 부서의 몫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내사는 '경찰 내사 처리규칙'에 따라 '내사착수보고서'를 올린 뒤 윗선의 지휘를 받아서 하게 되는데, 당시 C경감은 내사착수보고서를 작성한 적 없다"며 "C경감이 한 건 내사가 아닌 첩보수집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경찰 차원의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C경감이 이 총장 비리에 대해 보고한 사실은 있지만 어느 선까지 보고가 올라갔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C경감은 당시 전북대에 총장선거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뒤늦게 이를 안 C경감이 보고했을 때 즉시 첩보 활동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며 고의성을 전면 부인했다.

지난해 총장선거로 희비가 엇갈린 이남호 전 전북대 총장(왼쪽)과 김동원 현 전북대 총장(오른쪽). (사진=자료사진)

 

◇ '내사-첩보 논란'은 곁가지…핵심은 총장선거 영향 여부

경찰의 수사와, 수사 전 단계인 내사는 각각 '(경찰청) 범죄수사규칙'과 '경찰 내사 처리규칙'에 따라 이뤄진다. 그러나 범죄정보 수집 활동에 대한 규칙은 따로 정해진 게 없다. 과거 범죄정보과를 거친 한 총경급 인사는 "실무자들은 '수사첩보 수집 및 처리 규칙'을 준용해 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사가 아니라고 해서 경찰과 C경감에게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첩보 수집 및 처리 규칙' 본문에 따라 모든 수사첩보는 수사 착수 전에 누설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C경감은 의혹을 받는 당사자(이 전 총장)의 경쟁자에게 수사첩보와 관련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선거 당일(지난해 10월 29일) 1차 투표와 2차 투표에서 1위를 달리던 이 전 총장은(1차투표 득표 비율 35.90%, 2차투표 득표 비율-40.87%) 같은 날 결선 투표에서 현 김 총장에게 패했다.(결선투표 결과: 김-56.84%, 이-43.10%)

수사를 맡은 전북경찰청 수장 강인철 청장은 지난달 기자 간담회에서 "국립대 총장선거에 경찰관이 기웃한 건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행동이다. 본청 소속이라고 해서 특정 직원을 감싸주는 일은 없다"며 철저히 수사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당초 경찰에 두 달의 시간을 주고 지난달 27일까지 수사를 마치라고 지휘했다. 그러나 수사는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기소 의견 여부도, 예상 송치 시점도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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