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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투' 트레이너 부당해고…제2의 박창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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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 김동현 씨 약투 직후 2년 일한 체육관서 해고 '날벼락'
체육관 측 "김 씨, 프리랜서고 근무 태만했다" 거짓 해고사유
김 씨, 근로 계약서 미작성, 강제 해고 등으로 노동청 신고
"다른 체육관서 약투 당사자 고용 꺼려" 내부고발자 비애 토로

지난달 유튜브 채널 '박승현 TV'에 출연해 약물 부작용과 일부 트레이너의 '내추럴 코스프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보디빌더 겸 피트니스 트레이너 김동현 씨(우). 좌측은 진행자인 박승현 씨. 사진=박승현 TV 화면 캡처

 

피트니스 업계에서 '약투'가 일어난 지 한 달 남짓 됐다. 미투(Me Too)를 빗댄 약투는 보디빌더나 피트니스 트레이너가 자신의 약물 복용 사실을 직접 고백하고, 쉬쉬했던 업계 내부의 그릇된 관행을 알리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유튜브를 통해 약물 사용을 부추기는 업계 분위기와 약물 트레이너의 사기성 영업을 폭로한 피트니스 트레이너가 약투 직후 2년간 일한 체육관에서 부당 해고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13년차 보디빌더 겸 트레이너인 김동현 씨는 지난달 출연한 유튜브 채널 '박승현 TV'에서 약물 부작용과 일부 트레이너의 '내추럴 코스프레'에 대해 말했다.

김 씨는 "약물을 끊은 후 성기능이 일반인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진단결과, 아이를 못 가질 확률이 50%가 넘는다고 했다"며 "대회 때마다 식약처에서 허가받지 않은, 불법 제조·판매된 약물주사를 엉덩이 부위에 맞아서 피부 조직이 괴사했다. 감정도 하루에 수 십번씩 왔다갔다 했다"고 말했다.

로이더(약물을 사용하는 사람)의 '내추럴(운동만으로 근육을 키운 사람) 코스프레'에 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김 씨는 "약물 종류·사용량에 상관없이 약물을 조금이라도 쓰면 로이더다. 그런데 주변에서 '너 정도면 내추럴이야'라고 얘기하니까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내가 '약쟁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후회했다.

김 씨는 "로이더가 내추럴이라고 속이고 영업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들은 약물을 안 쓰면 본인 같은 근육을 만들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닭가슴살 먹고 벤치프레스 열심히 하면 이렇게 될 수 있습니다'라고 거짓말한다. 돈벌이를 위한 사기영업에 현혹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약투 직후 김 씨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수 년간 근무한 체육관에서 갑자기 해고당했다.

김 씨는 13일 CBS노컷뉴스에 "유튜브를 통해 약투 방송이 나가고 며칠 후 2년간 정직원이자 팀장으로 일한 체육관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체육관 측은 '내가 프리랜서고 근무 태만했다'고 거짓 해고 사유를 들이댔다"고 말했다.

이어 "며칠 전 해당 체육관을 근로 계약서 미작성, 강제 해고, 구두 해고, 임금 체불, 퇴직금 미지급으로 노동청에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새 일자리를 구하는 게 힘들다. 체육관들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약투 당사자를 고용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도 "약투를 계기로 업계에서 약물이 근절되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약투는 지난해 12월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승현 씨가 박승현 TV에 올린 동영상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사용을 고민하는 당신에게'에서 촉발했다.

자신을 약쟁이로 소개한 박 씨는 동영상에서 "약물로 몸이 커질수록 마음은 점점 작아진다. 약물이 무서운 이유는 육체의 파괴가 아니라 정신이 파괴되기 때문"이라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약물을 찾지 않는다. 나는 사랑받지 못한 트라우마가 만든 괴물이다. 여러분은 이런 슬픔을 경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수의 보디빌더가 약투에 동참했다.

여성 피트니스 BJ 이나현 씨는 지난해 12월 박승현 TV에 출연해 직접 경험한 약물 부작용을 고백했다.

이 씨는 "운동을 배우러 보디빌더를 찾아갔는데, '이건 다 쓰는 거야'라고 해서 약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부작용에 대한 부분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며 "약물 복용 이후 얼굴과 목소리가 남성화하면서 우울증·폭식증을 앓았다"고 말했다.

피트니스 트레이너 아놀드 홍 씨는 SNS스타가 되려는 보디빌더의 욕심과 약물 복용을 묵인하는 업계 분위기를 지적했다.

홍 씨는 지난 9일 유튜브 의학채널 '비온뒤'에서 "영세한 피트니스 대회의 경우 참가자에 대한 약물검사가 느슨하다. 약물 보디빌더의 대회 출전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분위기와 대중의 주목을 받고 싶은 마음이 합쳐져 참가자의 약물복용이 만연해졌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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