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안성용 기자의 <정보방 -정치를="" 보는="" 방법="">
◇ 임미현> 안성용 기자의 정치를 보는 방법, 정보방 시간입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해 오셨나요?
◈ 안성용>2018년 정기국회가 지난주 토요일 새벽 새해 예산안 통과를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국민들이 잠든 사이에 통과된 예산안 관련 소식으로 준비했습니다.
◇ 임미현>예산안 통과와 함께 정기국회도 끝났는데, 이번 정기국회에서 의미있는 법안 통과된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 안성용>그렇습니다.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고,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 발생시 처벌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통과됐습니다. 그런데 이 법이 통과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휴가나온 젊은이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결국 세상을 떠났고, 친구들이 제2의 윤창호가 나와서는 안되겠다며 법개정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그 윤창호법을 발의했던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이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고,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음주운전에 적발돼 직권면직됐습니다.
여성폭력방지 기본법이 통과된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 법은 여성폭력과 관련해 수사.재판 과정에서 겪는 2차 피해를 규정하고, 국가가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여성폭력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임미현>반면에 아쉬운 부분도 있는 것 아닙니까?
◈ 안성용> 국정감사기간에 이슈화 됐던 사립유치원들의 전횡을 막는 이른바 사립유치원 3법은 끝내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쟁점은 사립유치원의 '학부모 부담금' 유용시 처벌조항 신설 여부였는데 바른미래당이 중재안까지 제시했지만 한국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국 무산됐습니다.
유치원 3법 처리가 무산되자 사립유치원측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자한당 최곱니다. 끝까지 힘내세요", "감사해서 눈물이 납니다", "한국당 만세입니다"라는 등의 문자를 보냈다고 합니다만, 여론은 분명 한국당에 비판적입니다.
정권을 뺏기고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에도 한국당이 변한 게 없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데 바로 이런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탐대실이라는 말도 생각납니다.
◇ 임미현>예산 관련 얘기로 들어가 보죠. 정부가 낸 예산안에서 9천억원 정도 줄었어요?
◈ 안성용> 이번에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 예산은 469조 5천억원 규몹니다. 정부 원안이 470조 5천억원이었는데 국회 심의 과정에서 5조 2천억원을 감액하고, 4조 2천억원이 증액됐습니다. 그래서 말씀하신대로 정부 원안에서 9천억원이 삭감됐습니다.
◇임미현> 한국당이 대폭 삭감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결국은 얼마 못 깎았네요
한국당은 예산 심사를 시작하면서 정부의 가짜 일자리 예산에서 8조원, 남북협력기금에서 5천억원 등 총 20조원을 깎겠다고 공언했습니다만 감액 규모가 4조 2천억원에 머물렀습니다.
그나마 감액한 일자리 예산도 부족할 경우 기금운용계획 변경이나 예비비 등을 통해서 조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남북협력 관련 예산도 당초 정부안은 일반회계에서 2천억 원을 전입할 생각이었지만 심사 과정에서 1천억원이 삭감됐습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돈 들어갈 일이 많을 때를 대비해서 여유분을 챙겨놓자는 성격이 감했던 것이어서 기금 전입 규모가 줄었다고 해서 당장에 남북경협 사업이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당은 공무원 증원에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당초 정부안에서 3천명을 줄였으니까요. 하지만 퍼센티지로 보면 지난해 예산 심사때보다 오히려 늘었습니다.
◇ 임미현> 한국당이 이른바 예산전쟁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데 왜 그런건가요?
◈ 안성용> 예산안 작성과 심사 구조상 야당이 예산을 삭감하기는 어려운 구조이기는 합니다만, 결정적으로는 한국당의 원내대표 임기가 내일(11일)까지인 점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김성태 원내대표로서는 어떻게든 자신의 손으로 예산안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민주당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던 상황 아니겠습니까? 임기가 얼마 안남은 야당 원내대표가 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에 배수진도 못쳤고, 결국은 한국당이 이기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한국당이 이번 예산 협상에서 건진 게 없다”고 평가를 했구요, 한국당 일부에서는 '민주당과 진보야권 갈라치기에 성공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 이게 자조섞인 농담인지 진담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 임미현>민주당과 진보야권 갈라치기에 성공했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 합의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안성용>지난해 예산안 협상 때는 막판 피 말리는 협상을 하다가 바른정당과 민주평화당이 민주당에 동조하면서 결과적으로 한국당 패싱이 발생했는데, 올해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합작해서 예산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국회 운영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었는데 그래서 더불어한국당이라는 신조어도 나왔습니다.
중소 야3당, 그러니까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예산안과 선거구제개편을 연계시켰지만 결국은 실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의 우군 역할을 해 줬던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여권에 대한 심한 배신감과 실망감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 민주당과 진보야권 갈라치기는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 임미현>그렇다고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한국당에 협조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여하튼 야 3당이 선거구제개편을 위해 강한 드라이를 걸었는데 일단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어요?
◈ 안성용>네, 안타까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17대 국회부터 국회와 정당팀을 담당했는데 이번처럼 선거제도 개혁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었는데 결실을 맺지 못했습니다.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으로서는 현행 선거제도로 총선을 치르면 당 존립이 위태로울 수도 있습니다. 지역구 기반이 약한 정의당도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득표율에 걸맞는 의석수를 보유하게 됩니다.
이처럼 야 3당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서 선거구제개편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두 거대 양당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선거구제개편 논의를 주시해야겠습니다.
◇ 임미현>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세요?
◈ 안성용>국민들로부터 욕을 먹을 각오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각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0월 30일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국회의원 300명을 지역구 의원 200명, 비례대표 100명으로 각각 나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지역구를 47석 줄이고, 비례를 53석 늘리는 방안이지만, 지역구가 없어지는 현역 의원들의 반발로 쉽지도 않을뿐 더러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 지역구는 더 넓어져서 대표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농촌 지역구는 그대로 두고 도시지역구는 둥대 선거구제로 바꾸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방법은 지역구 숫자는 그대로 두고 비례 숫자를 늘리는 겁니다. 물론 국민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만 국회에 들어가는 총액은 유지하면서 의원 숫자만 늘리되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정보방>임미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