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지난 13일 청와대 특활비를 가지고 야당과 청와대간 한 바탕 실랑이가 있었다.
내년 청와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가 특활비 예산 84%를 줄였는데 청와대가 하나도 안 줄인 건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가 올린 내년 특활비 181억5000만원을 "(필요한 예산이니) 삭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특활비는 이미 올해(2018년) 예산 때 선제적으로 삭감된 금액이다"며 "(더 줄이면) 대통령 외교·안보 활동에서 연말에 상당히 압박감을 느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이들 말의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자.
첫째, 청와대 특수활동비는 이미 많이 줄인 금액이라는 임 실장의 말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특수활동비'는 잘 알려진 바 처럼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용도를 '기밀유지가 필요한 활동'으로 명시한 만큼, 증빙자료를 제출하거나 사용처를 공개할 필요가 없다.
'청와대 특수활동비'는 대통령비서실, 대통령경호처 등 대통령실에 할당된 특수활동비를 합친 금액이다. 2019년 예산안에 기재된 금액은 181억 5000만원이 맞다. 대통령경호처 85억, 대통령비서실 96억 5000만원이다.
이 금액은 청와대가 작년 이맘 때 쯤 국회에 제출한 2018년 예산과 동일하다.
둘째, 그렇다면 문재인 청와대가 쓰겠다는 특수활동비는 전임자들의 특수활동비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지난 10년간의 청와대 특수활동비 예산 및 2019년 청와대 특수활동비 예산안. 자료=국회예산정책처 분석평가 보고서, 2009~2012 정부 부처 특수활동비 예산 및 지출 현황(진선미 의원 제공) 등
우선 확인된 대로 문재인 청와대가 수립한 2년간의 특수활동비 평균액은 181억원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 등을 참고해 지난 10년간의 청와대 특수활동비 액수를 확인해본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한 5년간 청와대 특수활동비 평균은 259.6억이다.
260억원과 181억원의 차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식 표현을 빌자면 전 청와대의 특활비가 '그랜져'라면 현 청와대 특활비는 '아반떼'에 해당된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로 늘려서 계산한 청와대 특수활동비는 평균 258억이다. 이 기간 동안 특수활동비 예산은 한 번도 220억 밑으로 떨어진 적 없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이 금액이 크게 줄어든다. 2018년의 특수활동비 예산은 2017년(232억)보다 22% 낮은 액수다. 지난 9년의 평균치인 258억과 비교하면 약 30% 적은 금액이다.
내년 청와대 특활비 예산이 올해 예산에서 '하나도 안 줄인' 것은 맞지만, 크게 보인 것은 올해 예산부터가 눈에 띄게 낮아진데서 오는 착시에서 비롯된 것이다.
셋째, 그렇다면 임 비서실장 말처럼 181억이라는 금액은 대통령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도일까.
특활비는 사용내역 확인절차가 없기 때문에, 타당하게 책정된 것인지 살피기 힘들다. 내역이 비공개 처리되므로 대통령 업무에 필요한 특활비가 어느 수준인지를 판가름하기도 어렵다. 한편 외교, 안보 등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직 특성상 모든 지출내역을 공개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납세자연맹'(이하 납세자연맹)은 올 7월 "(청와대에 특활비 지출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청와대는 '대통령비서실에 편성된 특활비는 통일·외교·안보 등 기밀유지가 필요한 활동에 쓰이고, 지출내역에 국가안전보장, 국방, 외교관계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들어 정보공개를 하지 않았다.
이에 납세자연맹은 청와대 특활비가 오·남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투명한 회계'를 위해 청와대를 상대로 특활비 지출내역 공개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선 올 5월, 대법원은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종합하자면, 올해와 내년 청와대 특활비 예산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필요로 하는 특활비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줄이면 무리가 따르는 수준'이라는 말은 사실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