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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과정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고 있다.
주로 지원자의 자기소개서 검토 등에 사용되던 AI 시스템은 면접으로까지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AI를 기업 인사 전반에 활용하고 있다.
머잖아 대부분의 기업에서 AI가 사람을 평가하고 선발하는 시대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AI 채용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경험으로 얻은 인재 보는 눈을 활용할 수 없다’, ‘다양한 개성을 갖춘 구직자들을 하나의 잣대로만 평가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 하반기 들어 부쩍 늘어난 AI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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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에는 주요 대기업들도 채용과정에 AI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롯데그룹은 상반기 5개 계열사에서 처음 도입한 AI 채용 툴을 하반기 채용부터 전 계열사에 확대 도입했다. 롯데그룹은 자기소개서 ‘표절분석’과 ‘필요인재부합도 분석’에 AI 시스템을 적용했다.
CJ그룹은 8개 계열사 하반기 공채부터 ‘AI 서류전형 평가툴’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지원자의 자소서를 요약하고 중요한 부분을 강조해 심사관들이 지원자들의 자소서를 보다 꼼꼼히 심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아자동차 또한 자동차업계 최초로 올해 하반기 채용부터 AI를 활용한 자소서 분석 지원 시스템을 도입했다.
KB국민은행은 서류평가에 AI를 활용하는 다른 기업과 달리 면접에서 AI를 활용한다.
◇ 평가과정의 효율성, 공정성 담보에 유리대기업들이 채용과정에 AI 시스템을 도입하는 이유는 평가과정에서 효율성과 객관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가 지난 상반기 채용결과를 분석한 결과 기존 1주일이 소요됐던 자소서 검토기간이 AI 도입 이후 8시간으로 단축됐다. 그만큼 채용절차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는데도 효과적이다. 현실적으로 한 사람이 모든 서류를 검토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같은 평가기준을 가지고 여러 담당자가 평가에 참여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전체적인 평가기준이 같다고 해도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또 평가 과정에 감정이나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고 채용과정에서 부정이 개입할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AI가 이 과정을 대체할 경우 완전히 같은 기준으로 모든 서류를 검토할 수 있다.
◇ AI 채용 확대는 대세관련 업계에서는 시간이 더 지나면 더 많은 기업에서 채용과정에 AI를 적용할 것으로 본다. AI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기업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에서는 AI를 기업 인사 전반에 활용하고 있다. 의료 사무를 전문적으로 위탁 운영하는 솔라스트는 AI를 기업 인사에 활용한 이후 직원 이직률이 37%에서 16%로 대폭 감소했다.
일본 경영컨설팅업체 노무라연구소는 기업 인사와 연계된 AI 시장이 2024년 1722억엔(약 1조7430억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7년과 비교해 50%가량 성장한 규모다.
국내에서도 AI학습에 필요한 채용 관련 빅데이터가 계속 확보되고 있고 기술·환경적 기반은 이미 충분히 마련돼 있는 만큼 향후 동참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 AI 시스템 개발업체 관계자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 구매패턴 분석, 시장조사, 트렌드 예측 등에 빅데이터와 AI를 적극 활용하면서 AI 시스템의 효용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채용 분야에서도 빠른 시일 안에 AI 시스템이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부정적 의견도 증가…해결 과제도 많아하지만 AI 채용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만만치 않다. 1년 전과 비교해 AI 채용 과정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늘어났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AI 채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경험으로 얻은 인재 보는 눈을 활용할 수 없어서’, ‘다양한 개성을 갖춘 구직자들을 하나의 잣대로만 평가하게 될 우려가 있다’ 등을 들고 있다.
기술적으로 AI 기반의 채용 솔루션이 장점은 있지만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우선 AI 알고리즘이 어떤 과정과 기준을 통해 인재를 추천하고 선발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기계학습 기반의 AI 알고리즘도 완벽하지는 않다. 데이터와 학습 내용에 따라 인간처럼 편견을 갖거나 옳지 못한 기준으로 지원자를 선별할 수도 있다.
AI 채용은 구직자들의 부담도 가중시키고 있다. 사람인 조사결과 구직자의 절반정도가 AI면접 때문에 부담감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구직자들은 특히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 “평가 기준을 모르겠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국내 정서상 AI가 아직 사회적으로 신뢰성을 공인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AI시스템을 도입한 기업도 참고자료 수준으로 활용하는데 그치고 있다.
대기업 채용 관계자는 “자체적으로는 AI 시스템의 신뢰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의 경우 신뢰도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 있고 아무래도 채용은 민감한 부분이라 아직까지는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I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확도 높아지는 만큼 향후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해 외부에서도 납득할 만한 결과물이 쌓이면 점수화 등 실제 평가기준으로 포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