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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北 리선권 단장의 으름장, 또 유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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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 회담의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대표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회담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그제(13일)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북측 리선권 단장은 남북관계가 '막역지우'가 됐다며 조명균 장관에게 덕담을 건네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회담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서로가 서로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함께 손잡고 나가는 시대가 됐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불과 3시간여 뒤에 열린 종결회의에서 리선권 단장은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다. 또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장 다음 주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등 중요한 남북관계 일정이 어그러질 수도 있다고 사실상 으름장을 놓은 것입니다.

이번 고위급회담은 4‧27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 이행 상황을 중간 점검하고, 가을 정상회담까지 준비하자며 북한이 먼저 제안했습니다.

따라서 평양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 등이 시원시원하게 논의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 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9월 중에 평양에서 갖기로 하자는 데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날짜를 정하지는 못했습니다.

청와대를 비롯해 회담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남북 모두 가급적 빨리 정상회담을 열자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그런데 9월 9일 70년 정권수립기념일 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해야 하고, 여기에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비롯해 북미관계에 새로운 변수들이 생길 것 같다는 북한의 상황을 감안해 9월 상순에 열기는 어렵고 날짜는 다시 논의해보자는 방향으로 회담이 마무리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9‧9절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이나 남측 고위급 대표단을 초청했다가 퇴짜를 맞으면서 회담이 틀어졌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의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대표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남북 대표단이 13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회담을 마친 뒤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문제는 이같은 억측이 나오도록 북한 대표단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리선권 단장은 회담 직후 정상회담 날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날짜가 다 돼 있다. 기자 선생들 궁금하게 하느라 날짜를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남북 경협에 대한 북한의 불만 제기와 맞물리면서 '정상회담 날짜는 정해졌는데 남측이 어떻게 나오는지 봐서 결정하겠다'며 북한이 칼자루를 쥐고 돌아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습니다.

물론 미국의 대북 제재를 이유로 북한과 약속한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이나 산림협력 등에서 생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태도도 비판받아야 할 측면이 있습니다.

너무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북한의 강력한 항의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마치 판문점 선언 합의 사항 이행이 늦어지면 남북관계가 깨질 것처럼 발언하는 것은 과거로 뒷걸음질치는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동안 북미간 다리 역할을 하면서 전쟁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문재인 대통령의 공이 컸던 게 사실입니다.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연내에 종전선언을 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인물도 문 대통령일 것이고, 그래서 청와대가 남북정상회담을 서두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협상에서 파열음이 생기면 남북 모두에게 득이 될 리 만무합니다.

북한은 핵실험장 폐기와 미사일 발사장 해체 등 자신들의 전향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나선 미국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관계 개선으로 가는 역사적인 결단을 내렸는데 국무부와 재무부 관료들이 옛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북한 대표단의 태도를 보면 북한의 주장처럼 비단 미국 행정부 관료들만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일지 의문을 품게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벌써 두 차례나 만남을 가졌고 서로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실무 협상에 임하는 남북한 당국자들이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고자 나선 양 정상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미래 지향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합니다.

특별히 "민족을 선도하자면 당국자들의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는 리선권 북측 단장의 고언이 빈말에 그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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