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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故 노회찬 의원 연설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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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진보정의당 출범 당시 노 의원의 당 대표 수락연설 영상 추모식서 울려퍼져
생전 고인이 가지고 있던 정치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준 명연설로 회자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슬픔에 잠겨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새벽길에 출근하는 청소노동자의 삶을 언급한 故 노회찬 의원의 이른바 '6411번 버스' 연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6일 연세대 대강당에선 故 노회찬 원내대표의 추모식이 엄수됐다.

이 날 추모식은 지난 2012년 진보정의당 출범 당시 노 의원의 당 대표 수락연설 영상으로 시작됐다.

노 의원은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라며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노 의원의 당 대표 수락 연설이 추모식에서 울려 퍼지자 장내는 일순 숙연해졌다. 곳곳에선 추모객들의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노 의원은 "6411번 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노동자들은 한 달에 85만원을 받는 '투명인간'으로 살고 있다"고 설명하며 "사실상 그 동안 이런 분들에게 우리는 투명정당이나 다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존재했지만 보이지 않는 정당, 투명정당, 그것이 이제까지 대한민국 진보정당의 모습이었다. 저는 이제 이분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을 잡을 수 있는 곳으로 이 당을 함께 가져가고자 한다"고 연설을 마무리 했다.

6411번 버스의 연설은 노 의원의 대표적인 명연설 중 하나로 노 의원의 정치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매일 아침 새벽길에 출근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자신의 연설 안에 녹여내 '달변가 정치인 노회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생전 고인과 뜻을 같이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 유시민 작가도 추모사를 낭독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다음은 당시 노회찬 의원의 2012년 진보정의당 당 대표 수락연설 전문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서울시 구로구 가로수 공원에서 출발해서 강남을 거쳐서 개포동 주공 2단지까지 대략 2시간 정도 걸리는 노선버스입니다.

내일 아침에도 이 버스는 새벽 4시 정각에 출발합니다. 새벽 4시에 출발하는 그 버스와 4시 5분 경에 출발하는 그 두 번째 버스는 출발한 지 15분만에 신도림과 구로 시장을 거칠 때쯤이면 좌석은 만석이 되고 버스 사이 그 복도 길까지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바닥에 다 앉는 진풍경이 매일 벌어집니다.

새로운 사람이 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매일 같은 사람이 탑니다. 그래서, 시내버스인데도 마치, 고정석이 있는 것처럼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타고, 강남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내리는지, 모두가 알고 있는 매우 특이한 버스입니다.

이 버스에 타시는 분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새벽 5시 반이면, 직장인 강남의 빌딩에 출근을 해야하는 분들입니다.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시각이기 때문에 매일 이 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 분이 어쩌다가 결근을 하면 누가 어디서 안 탔는지 모두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좀 흘러서, 아침 출근시간이 되고, 낮에도 이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고, 퇴근길에도 이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 누구도 새벽 4시와 새벽 4시 5분에 출발하는 6411번 버스가 출발점부터 거의 만석이 되어서 강남의 여러 정류장에서 5·60대 아주머니들을 다 내려준 후에 종점으로 향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분들이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들딸과 같은 수많은 직장인들이 그 빌딩을 드나들지만, 그 빌딩에 새벽 5시 반에 출근하는 아주머니들에 의해서, 청소되고 정비되고 있는 줄 의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지금 현대자동차, 그 고압선 철탑 위에 올라가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스물 세 명씩 죽어나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용산에서, 지금은 몇 년째 허허벌판으로 방치되고 있는 저 남일당 그 건물에서 사라져간 그 다섯 분도 역시 마찬가지 투명인간입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들은 아홉시 뉴스도 보지 못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이 분들이 유시민을 모르고, 심상정을 모르고, 이 노회찬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분들의 삶이 고단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겠습니까. 이분들이 그 어려움 속에서 우리 같은 사람을 찾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그들 눈앞에 있었습니까. 그들의 손이 닿는 곳에 있었습니까. 그들의 소리가 들리는 곳에 과연 있었습니까.

그 누구 탓도 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이 진보정당, 대한민국을 실제로 움직여온 수많은 투명인간들을 위해 존재할 때, 그 일말의 의의를 우리는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상 그동안 이런 분들에게 우리는 투명정당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정치한다고 목소리 높여 외치지만 이분들이 필요로 할 때, 이분들이 손에 닿는 거리에 우리는 없었습니다. 존재했지만 보이지 않는 정당, 투명정당, 그것이 이제까지 대한민국 진보정당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이분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으로, 이 당을 여러분과 함께 가져가고자 합니다. 여러분 준비되었습니까?

강물은 아래로 흘러갈수록, 그 폭이 넓어진다고 합니다. 우리의 대중 정당은 달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갈 때 실현될 것입니다, 여러분.

진보정당의 공동 대표로, 이 부족한 사람을 선출해주신 것에 대해서 무거운 마음으로 수락하고자 합니다. 저는 진보정의당이 존재하는 그 시각까지, 그리고 제가 대표를 맡고 있는 동안, 저의 모든 것을 바쳐서 심상정 후보를 앞장세워 진보적 정권 교체에 성공하고,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모든 투명인간들의 당으로 이 진보정의당을 거듭 세우는데 제가 가진 모든 것을 털어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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