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과거 이명박(77)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용을 대납했다는 취지의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자수서가 공개됐다.
앞서 이 전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을 쏟아낸 김백준 전 청와대 기획관에 이어 이처럼 구체적인 진술이 더해지면서 향후 이 전 대통령이 법정다툼에서 코너에 몰리게 됐다.
지난 10일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이 전 부회장의 자수서를 공개했다.
해당 자수서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은 "미국의 대형로펌 '에이킨 검프'에서 근무하던 김석한 변호사에게 부탁받고 이 전 대통령의 미국 내 법률문제에 드는 비용을 삼성에서 대신 내도록 한 적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두 말하고 상응하는 형사책임을 지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전 부회장은 소송비 대납이 이건희 회장에 대한 대가 성격이었다는 점도 고백했다. 이 전 부회장은 "소송 비용을 대신 지급하는 게 나중에 사면에도 조금은 도움 되지 않겠나 기대가진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 회장은 2009년 조세포탈 등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았다가 같은해 12월 단독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는 입장이다.
지난 5월 23일에 열린 자신의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은 "이건희면 몰라도 이학수를 내 방에 데려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면을 대가로 삼성의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전 대통령은 또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건희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의 사면을 강력히 요구받고, 정치적 위험이 있지만 국익을 위해 삼성 회장이 아닌 IOC 위원으로 사면을 결정했다"고 사면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의 소송비 대납 과정에 대한 이 전 부회장의 진술이 상세하고 구체적인 물증과 연결돼 있어, 이 전 대통령의 진술에 힘을 싣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 "이 전 부회장이 이 전 대통령 측근인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에게 보낸 (다스 소송 관련)수임료 관련 이메일 등 구체적인 물증을 고려하면 이번 이학수 전 부회장의 자수서가 파괴력이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 전 부회장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이 전 대통령이 삼성의 대납비 40억원 중 소송비용으로 쓰고 남은 10억원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김 전 기획관 역시 "이 전 대통령이 10억을 회수해 오라고 지시해 이 전 부회장에게 전달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