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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재기하라"…여성집회 도 넘은 조롱,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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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 3차집회, 故성재기 대표 빗대 '미러링'
조롱 과도했다는 지적, 주무부처 장관 페북으로
"급진적 표현으로 고립 우려" vs "집회 목적 보라"

7일 오후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여성들이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김재완 기자)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수사를 성별과 관계없이 공정하게 할 것을 요구하는 여성 집회에서 남성을 향한 비난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 주최로 지난 7일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 수사 3차 규탄 집회'에는 여성 6만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1만9천명)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 상당수는 집회 중 "문재인, 재기해"라는 구호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재기하다'라는 말은 지난 2013년 한강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려 숨진 남성연대 성재기 대표를 빗대,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뜻을 담고 있다.

생전 군 가산점 제도 부활,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주장으로 유명해진 성 대표의 이름이, 반대편에게 혐오를 뒤집어 보여주는 미러링(Mirroring) 전략으로 쓰인 것이다.

다만 주최 측은 이와 관련해 "재기하라는 말은 '문제 제기'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롱과 비난은 나흘 전 국무회의에서 '편파 수사 논란'에 대해 선을 긋고 나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경우가 많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정부에 불법촬영 범죄를 엄중해 다뤄줄 것을 주문하면서 '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사건은 편파수사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남성이 가해자인 경우 구속 등 엄벌에 처해지는 비율이 더 높았다"고 했다.

7일 오후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여성들이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김재완 기자)

 

이런 조롱이 과도했다는 지적은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됐었다. 그러다 집회가 끝난 뒤에는 관련한 글을 올린 주무부처 장관들의 소셜미디어로 옮겨붙었다.

"송구스럽고 마음이 무거웠다"는 여성가족부 정현백 장관, "저의 책임이 크다"는 행정안전부 김부겸 장관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댓글로 거센 비난이 이어진 것.

댓글로는 "장관으로 임명해준 당사자에게 죽으라고 하는 말을 귀담아들었다는 거냐", "혐오와 시위를 구분하라"는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아울러 "'메갈 장관'이다"라거나 "페미나 장관이나 다 재기하라"는 등의 폭력적인 반응도 넘쳐났다.

이에 대해 한신대 사회학과 윤상철 교수는 이 같은 여성운동의 지속 가능한 토대를 만들기 위해선 과도한 조롱 등의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사회운동 초기엔 집단의 요구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다른 집단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며 "이런 식의 급진적 표현으로 다른 세력의 지지와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 운동 자체가 고립돼버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수의 운동은 다른 운동과의 연대를 통해 힘을 얻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표현은 온건하게, 목표는 명확하게 하면서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했다.

다만 집회에 등장한 일부 구호보다는 집회의 목적과 요구에 주목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4시간 넘게 진행된 해당 집회에서 공식구호로 채택되지도 않았던 표현을 집회의 전체적 성격으로 간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밝혔다.

윤김 교수는 "여성들이 불법촬영 등의 '역공'을 두려워하면서도 굳이 거리로 나온 건 과격한 표현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며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드러내고 새로운 제도적 변혁을 요청해 응답을 받아내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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