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8일 병역법 제88조1항1호 등과 관련한 위헌법률심판 사건과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대4(일부위헌)대1(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다만 병역의 종류를 5가지로 구분하면서 대체복무제를 포함하지 않는 병역법 제5조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6(헌법불합치)대 3(각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하면서 2019년 12월 31일까지 개정토록 촉구했다.
헌재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서도 정당한 사유 없이 소집에 응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규정은 합헌 결정을 내려 효력을 유지했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종류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수결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의사결정구조에서 다수와 달리 생각하는 이른바 '소수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반영하는 것은 관용과 다원성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참된 정신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안창호 조용호 재판관은 "병역종류 조항에 대체복무를 규정하라는 것은 병역법과 병역종류 조항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조항을 신설하라는 주장"이라며 "헌법소원심판 사건으로 다투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한편 병역법 제88조1항 처벌 규정은 재판관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2011년 결정 당시와 다른 분위기를 나타냈다.
헌재는 "처벌조항은 병역자원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형벌로 병역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헌재는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병역종류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그에 따른 입법부의 개선입법 및 법원의 후속조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반면에 이진성, 김이수, 이선애, 유남석 재판관은 "병역종류 조항의 위헌 여부는 처벌조항의 위헌 여부와 불가분적 관계에 있다"며 "병역종류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상 처벌조항 중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부분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하는 게 자연스럽다"면서 반대의견을 냈다.
김창종 재판관은 "처벌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조항 자체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처벌 조항의 단순한 포섭·적용에 관한 법원의 재판 결과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결국 관심을 끈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조항은 지난 2004년 8월과 10월, 2011년 8월에 이어 또다시 효력을 유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