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사진=JTBC 뉴스룸 영상 캡쳐)
서지현 검사(창원지검 통영지청)의 폭로로 검찰 내 별도 조사단이 꾸려졌지만, 외부 전문가 역할을 제한적으로 설정해 '셀프 수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그간 문제 제기를 해왔던 검사 대신 여성 간부가 조사단 수장인 만큼, 조직의 이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사단 단장을 맡은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민간 외부위원을 위촉해 조사위원회(위원회)를 운영하겠다"라며 "조사단이 위원회와 수시로 상황을 공유해 자문을 받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사 업무는 검사가 결정한다"고 위원회 역할에 선을 그었다. 검찰 조직을 견제할 만한 외부인은 자문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외부 전문가 참여 선 긋고 시작 "조사 업무는 검사가 결정한다"
서 검사의 폭로로 불거진 성추행이 '검찰 조직 내'에서 이뤄진 성추행이라는 특이점을 감안하면, 외부인원을 배제하고 검사장급 현직 간부가 이끄는 조사단만의 조사로 진실이 규명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가능하다.
앞서 법무부 산하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 대검 산하 검찰개혁위원회는 각각 권고안을 내고 진상 규명에 검찰 외부 전문가를 포함시킬 것과, 검찰 내 성폭력 실태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 등을 권고했다.
검찰 내 성추행 사건들이 개인의 일탈 차원이 아니라 조직 문화와 위로부터의 은폐 압력 등 구조적 문제와 연결돼 있는 만큼, 외부인이 조사에 참여해야 진상규명이 효율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조사단이 실제 조사 작업에는 검사들이 나선다고 밝힘에 따라, 법조계 외부에서 곧바로 비판이 나왔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 한인섭 위원장(서울대 교수)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피해자들의 용기를 북돋우고 적극 증언해내기 위해서는 내부기구로 신뢰성 얻기 어렵다"라고 지적하며 "방향과 결정은 외부전문가가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전문가인 김미순 천주교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외부 전문가가 조사하지 못하고 자문을 주는 데만 그치면 결국 둘이 따로 놀다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라며 "검찰조직의 위계질서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조사가 진행되면 피해자가 오히려 진술만 번복하다 사건이 덮어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 그간 나선 적 없었던 '조사단 단장', "피해자가 얼마나 신뢰할까"신뢰 문제는 조사단의 인적 구성과도 직접 연결된 문제다. 피해자가 겁을 먹지 않고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은, 조사 주체가 실제로 피해를 구제해주고 추가적인 피해를 차단해 줄 것이란 '믿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결국 "누가 내 말을 들어주냐"의 문제다.
김수희 한국여성단체연합 부장은 "성범죄 조사의 경우 피해자와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검찰 조직원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피해자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조사단에 대한 기대가 한 풀 꺾인 모습이다. 한 서울지역 여성 검사는 "조 검사장은 그간 관련 문제에 문제제기를 한 적이 없고 후배 여검사들이 비슷한 일을 당했을 때 의지할 만한 선배는 아니었다"면서 "지금 자리까지 올라오면서 아무렇지 않게 봐 왔던 일을 지금와서 '어떻게 이런 일이"하며 깜짝 놀라는 게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한 여성 변호사 역시 "다스 관계자들이 지난 정부에서 입을 닫았다가 이번 검찰 조사에서 협조하는 이유는 '정권과 검찰이 이번에는 진상을 밝힐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며 "같은 이치로 '믿을만한 언니'도 없는데 뭐하러 2차 피해를 감수해 가며 진실을 말하겠느냐"고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한 한 인사는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면 나중엔 결국 면죄부만 주고 끝나는 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례적인 현직 검사의 폭로가 진상조사단 발족까지 이뤄냈음에도 벌써부터 초라한 성적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