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자유한국당은 바뀔 수 있을까. 지난 대선을 이른바 ‘태극기 부대’에 의탁해 치렀고,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10~20% 박스권 지지율에 갇혀 있는 한국당이 최근 변화의 몸짓을 보이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1일 데뷔 격인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 완화에 앞장서는 한국당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2일 개정되는 당의 강령에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정체성을 규정했다.
한때 아울렀던 중도계층을 겨냥한 셈이다. 하지만 아직 변화를 입증할 구체적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변화의 몸부림인지, ‘반(反) 개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한지를 판단하긴 이르다.
◇ 외연 확대 카드…지방선거 청년‧여성 가점, 선거연령 하향
한국당은 2일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중산층과 서민 가치 강화’ 의미가 담긴 강령 개정안을 처리한다. 기존 강령의 “보수의 가치”를 “신(新)보수의 가치”로 개정하고, 그 가치의 항목에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을 추가한다. 젊은 층에 다가가기 위해 새로워지겠다는 얘기다.
당헌‧당규 개정안에는 오는 6월 지방선거에 한정해 여성, 청년, 정치신인에게 경선 시 20%의 가점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다. 가점 항목이 중복 적용되는 경우 최대 30%의 가점을 준다. 청년의 기준 연령은 만 45세 미만으로 정했다.
이와 별개로 김 원내대표는 현행 만 19세로 돼 있는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대안을 내놨다. 이는 완강한 반대 입장에서 입장을 일부 변경한 것으로 한국당이 참정권 확대 문제에 있어 결코 소홀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원내대표는 청년 계층 외에 서민, 노동자 계층에 소구하는 정책을 내놓겠다는 포부도 드러내냈다. ‘차별 없는 빨간 날’, ‘비정규직 제로’, ‘사회적 불평등 완화’ 등을 이날 연설의 핵심가치로 제시했다. 중소기업 근로자와 비정규직, 서민층에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 '반성' 반영 혹은 '개혁' 이미지만 차용?하지만 이 같은 변화에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사회적 정의를 목표로 한 개념만 열거했을 뿐 구체적인 정책은 아직 내놓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중소기업 근로자와 소상공인 등에게 빨간 날(공휴일)은 그림의 떡일 뿐”이라며 “누구나 동등하게 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현 방식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불평등 완화, 복지 확대 등도 아직 일반적인 구상에 그친다.
선거연령 하향을 취학연령 하향과 연계한 것도 실현 의지에 의문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만 7세의 취학연령을 만 6세로 1년 앞당겨 만 18세로 선거연령을 인하하더라도 고교생이 투표에 참여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교실의 정치화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겠다”고 했다.
고교생의 투표 참여는 막기 위해선 처음으로 만 6세에 취학한 계층이 만 18세가 되는 해에야 비로소 정책 실행이 가능한 셈이다. 당장 올해 법령을 개정해도 12년 후에나 선거연령 하향이 가능해지는 방식이다.
사실상 실현 의지가 없으면서 ‘우리도 참정권 확대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만 내세우려한다는 반론이 나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