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참사 현장. (사진=경남경찰청 제공)
37명의 목숨을 앗아간 밀양 세종병원 참사의 사망원인이 대부분이 질식사인 것으로 잠정 결론 나면서, 불 자체보다 연기나 유독가스가 얼마 위험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응급실 내부 CCTV를 보면 26일 오전 7시 25분쯤 처음 뿌연 연기가 나기 시작하더니 불과 3~4분도 안 돼 시야 확보가 어려울 정도로 응급실 내 연기가 가득 찼다.
실제 숨진 사람 가운데 화상으로 숨진 사람은 1명도 없었고, 모두 질식사한 것으로 소방당국과 경찰은 잠정 결론 내렸다.
전문가들은 병원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길에 휩싸여 화상으로 희생되기보다는 연기나 유독가스를 마신 사망자 더 많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연성 물질이 타면서 발생하는 유독가스는 3분만 마셔도 심정지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김유식 한국국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로 인한 연기가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기 때문에 자세를 낮출수록 흡입하는 유독가스의 양을 줄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높이 60cm 이상의 침대에 누워있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연기를 피해 빠르게 몸을 낮출 수 없어 고스란히 유독가스에 노출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밀양 화재, 대부분 질식사인데 스프링클러만 찾나?
때문에 밀양 화재 사망원인 대부분이 질식사인데, 스프링클러 미설치에만 초점을 맞추는 진단이 다소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영주 시립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어느 정도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스프링클러는 열을 감지해 작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밀양 화재처럼 연기가 급속하게 확산하는 상황이라면 스프링클러가 있었어도 그렇게 빨리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독가스에 대한 피해를 미연에 차단할 수 있도록, 병원 내 가연성 소재를 방염처리 하는 법적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