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사망자의 빈소. (사진=이상록 기자)
"뽀뽀하고 출근했는데…아내는 집을 나선지 불과 30분 뒤 살려달라고 절규했습니다"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사망자들의 빈소가 차려진 밀양농협장례식장.
이곳 빈소 전광판에는 유독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70~80대 노인들의 사진 틈에서 보이는 30대 여성의 사진.
세종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다 변을 당한 김모(37·여)씨의 사진이다.
빈소에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 의자에 앉아있던 김씨의 남편 이모(36)씨는 참담한 심정을 억누르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26일 오전 7시쯤 집과 500m 가량 떨어진 병원으로 출근했다.
집을 나서기 전 김씨와 남편 이씨는 입을 맞추며 "잘 다녀와"라고 서로 인사했다.
그렇게 떠났던 아내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건 시각은 7시 30분쯤.
남편 이씨가 전화를 받자 아내는 느닷없이 “자기야 살려줘”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1~2분 뒤 또다시 전화를 건 아내는 재차 “자기야 살려줘”라고 외쳤다.
문제가 생긴 것을 직감한 이씨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전화를 받고 2~3분 만에 도착한 병원은 이미 자욱한 연기로 뒤덮여 있었고,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출입이 통제됐다.
남편은 그렇게 아내를 잃었다.
쾌활하고 시부모에게 싹싹했던 아내.
남편만 믿고 고향 인천을 떠나 밀양에서 새로운 삶을 살았던 아내에게 이씨는 미안한 것이 너무도 많다.
형편이 조금 나아져 집을 장만하면 아이를 갖자고 했던 약속도 지킬 수 없게 됐다.
이씨는 "아내가 병원을 빠져 나올 수 없었던 것은 아마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도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의 아내는 충분히 그럴 만한 사람입니다"라며 비통함 섞인 한숨을 토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