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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내 소견 아니다"? …조덕제 영상 감정인, 왜 말을 번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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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인 박사가 작성한 감정서와 인터뷰의 이율배반 …팩트 체크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조덕제 성추행 사건의 13번씬 메이킹필름과 사건영상 9건을 분석한 윤용인 영상공학 박사의 영상감정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의뢰인 여배우 A씨의 실명 ▲감정인의 실명 ▲감정 접수일 ▲감정을 진행한 기간 ▲감정물 목록 ▲마지막으로 어떤 부분을 감정했는지에 대한 '감정사항'이다.

25일 CBS노컷뉴스는 해당 감정서를 근거로 ["조덕제, 하체 추행만 6번"…뒤집힌 메이킹필름 감정서]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런데 보도 이후 윤 박사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 기사 [조덕제 메이킹필름 감정사 "대법원 산하? 아닌데요"]에서 ▲ "우리는 사설기관으로, '대법원 산하'가 아니다. 대법원에 감정인으로 등록이 되어있을 뿐, '산하'라고 기재한 것은 큰 잘못" ▲ "(성추행, 폭력 등의 여부는) 영상공학 박사의 감정 영역이 아니며, 지극히 개인 의견을 제시한 것" ▲ "아마도 여배우 측이 기자에게 제공한 감정서를 바탕으로 '기자가' 작성한 문구들로 보인다. '입을 크게 벌리고, A에게 실제 키스를 한' 등의 표현은 내가 밝힌 소견이 아니다" 등의 의견을 밝힌다.

마치 CBS노컷뉴스의 기사가 허위이고, 파편화된 조각 몇 개를 가지고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처럼 말한 것이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윤 박사가 2주 동안 감정해 지난해 12월 26일 완성한 54페이지에 이르는 감정서는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그가 어떤 이유로 자신이 작성한 감정서와는 다른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감정서 원본을 공개해 기사의 팩트 체크를 해본다. 판단은 독자의 몫에 맡긴다.

◇ #1 윤용인 박사의 영상감정업체 아이로피쉬는 '대법원 산하'가 아니다?

* 주장 : 윤용인 박사는 25일 스포츠조선에 "우리는 사설기관으로, '대법원 산하'가 아니다. 이에 대해 해당 매체에 즉시 정정을 요구할 것"(이후 정정 완료됨)이라며 "대법원에 감정인으로 등록이 되어있을 뿐, '산하'라고 기재한 것은 큰 잘못이다. 도대체 대법원에 '산하'가 어디있나"라며 웃었다.

* 팩트 체크 : 감정서의 마지막 부분에는 분명하게 적혀 있다. '※아이로피쉬는 대법원 산하 전국법원 특수감정인으로서, 사적인 견해를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감정하였음'.

빨간 박스 속 윤용인 박사의 영상감정서 말미에 적힌 문구. (사진=자료사진)

 



기자는 해당 문구를 그대로 옮겨 기사에 담았다. 그런데 왜 이 문구를 나중에 뺐을까. 내막은 이러하다. 기자는 기사가 송고된 25일 오전 윤 박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처음 "대법원에 '산하'가 어디 있느냐"고 말하던 그는 기자가 "감정서에 있는 대로 적은 것"이라고 답하자 "업체가 아닌 내가 대법원에 감정인으로 등록돼 있다. 윤용인 영상공학 박사로만 나가면 충분하지 않느냐. 대법원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것 같고, 자칫하면 대법원 판결로 읽힐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 기사에서 빼달라"며 수정을 요청했다.

이미 윤 박사는 지난해 10월 디스패치의 요청으로 13번씬 메이킹필름 타임테이블(시간별 캡처본) 및 양측 의견이 담긴 자료에 대해 "손의 거리와 어깨의 방향을 분석할 때, 여자의 음모를 만지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기사의 핵심은 그런 의견을 냈던 윤 박사가 본격적으로 '영상'을 감정해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대법원 산하'라는 표현을 빼더라도 윤용인 박사는 대법원에 등록된 감정인이자 아이로피쉬의 대표이고, 해당 감정서는 이미 대법원에 제출된, 공신력 있는 전문가의 감정서이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요청을 수용했다.

그럼에도 윤 박사는 본인이 감정서에 잘못 적은 문구를 두고, 마치 기자가 오류를 범한 것인양 언급했다.

◇ #2 성추행, 폭력 등의 여부는 영상공학 박사의 감정 영역이 아니며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 주장 : 윤용인 박사는 "(성추행, 폭력 등의 여부는) 영상공학 박사의 감정 영역이 아니며, 지극히 개인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라며 "대법원에서는 어차피 '영상공학 박사'의 성폭행 여부에 대한 의견이나 (성적수치심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등과 같은 의견은 참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용인 박사의 영상감정서 1페이지. 빨간 박스 속 '감정사항'에 '강제추행 치상 및 폭행 여부 분석'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자료사진)

 



* 팩트 체크: 감정서의 첫 장, '감정사항'에는 분명히 적혀 있다. '강제추행 치상 및 폭행 여부 분석'. 이것이 윤용인 박사가 여배우 A 측이 법원에 제출했던 증거물 13번씬 메이킹필름과 9건의 사건영상을 분석한 목적이다. 감정서에 따르면 윤 박사는 사건의 쟁점인 폭행과 강제추행 치상 분야를 따로 나눠, 세밀하게 감정을 진행했다. 영상 감정 이후 강제추행 치상과 폭행 여부에 대한 명확한 의견까지 제시했다.

'지극히 개인 의견'이라는 윤용인 박사의 주장 역시 본인의 감정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윤 박사는 분명 감정서 말미에 '사적인 견해를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감정하였음'이라는 문구와 함께 자신의 직인을 찍었다.

다음은 윤 박사가 감정서에 최종적으로 적은 소견이다. 감정 결과에 따라 조덕제의 폭행과 강제추행 치상 여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윤용인 박사가 48페이지에 기술한 최종 감정소견. (사진=자료사진)

 



◇ #3 '입을 크게 벌리고, A에게 실제 키스를 한' 표현은 윤용인 박사가 밝힌 소견이 아니다?

* 주장 : 기사에 쓰인 '분석'에 대해 윤용인 박사는 "개인이 의뢰한 감정 결과를 기자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아마도 여배우 측이 기자에게 제공한 감정서를 바탕으로 '기자가' 작성한 문구들로 보인다"라며 "'입을 크게 벌리고, A에게 실제 키스를 한' 등의 표현은 내가 밝힌 소견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팩트 체크 : 여배우 측으로부터 감정서를 입수한 것은 윤 박사의 말대로다. 하지만 '감정서를 바탕으로 기자가 작성한 문구'라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

'입을 크게 벌리고, A에게 실제 키스를 한' 표현은 감정서 13페이지에 등장한다. 윤용인 박사는 해당 페이지 두 번째 단락에 'B(조덕제)가 A에게 B의 입으로 뽀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키스를 하려고 B의 입을 크게 벌리는 것으로 분석됨. 이때도, 감독의 디렉팅과 맞지 않는 행위로 B가 연기가 아닌 실제 키스한 것으로 분석됨. B의 행위는 A에게 뽀뽀가 아닌 실제 키스의 행위를 함으로써 A가 성적수치심이 느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됨'이라는 의견을 기재했다.

'기사에 쓰인 분석'이라고 칭해진 부분 역시 자의적 분석이 아닌 윤용인 박사의 감정 소견을 인용해 요약하거나 풀어 쓴 것이다. 다음은 해당 문장과 관련된 윤용인 박사의 감정 소견이다.

▶ "일단 폭행 관련 분석을 보면 조덕제는 뺨 양쪽을 때리는 '시늉'을 보여준 감독의 디렉팅과 달리 주먹으로 A를 가격해 A가 주저앉고, A의 오른쪽 등 부분을 손바닥으로 가격했다."

빨간 박스에 윤용인 박사가 기재한 폭행 여부 분석 소견. (사진=자료사진)

 



▶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조덕제는 뽀뽀하는 시늉이 아닌 실제 키스를 하려 입을 크게 벌리고, A에게 실제 키스를 한 것으로 분석돼 윤 박사는 A가 충분히 성적수치심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빨간 박스 부분을 보면 윤용인 박사는 'B(조덕제)가 A에게 키스를 하려고 B의 입을 크게 벌리는 것으로 분석됨', 'A에게 뽀뽀가 아닌 실제 키스의 행위를 함으로써 A가 성적 수치심이 느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됨'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사진=자료사진)

 



▶ "촬영에 들어간 조덕제는 A의 가슴을 만지고, 겨드랑이에 오른손을 넣고, 속옷을 찢는다. 해당 프레임에서는 A의 저항하는 몸짓과 괴로운 얼굴 표정이 발견됐다. 윤 박사는 이에 대해 'B(조덕제)의 행위는 A에게는 감독 디렉팅이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연기가 아닌 실제로 성적수치심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빨간 박스에 윤용인 박사가 기재한 강제추행 치상 여부 분석 소견. (사진=자료사진)

 



▶ "영상에 직접 담기지는 않았지만 A의 하체 부위에 손이 닿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프레임도 여섯 차례나 등장했다. 현장 스태프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A는 하의에 벨트 없이 촬영을 진행했다."

빨간 박스에 윤용인 박사가 기재한 강제추행 치상 여부 분석 종합 소견. (사진=자료사진)

 


빨간 박스에 윤용인 박사는 'A의 하의복장이 벨트를 탈의하고 촬영이 진행됐다'는 스태프의 증언을 언급했다. (사진=자료사진)

 



기자는 해당 감정서를 기사화하기 전 윤용인 박사와 전화 취재를 했다. 감정서를 그대로 기사화할 수 있었지만 최소한의 확인 절차를 거치기 위해서였다. 통화에서 감정서에 적힌 그대로 기사화할 것임을 알렸고, 윤용인 박사 역시 이에 대해 별다른 말이 없었다.

25일 오전 전화 통화 이후, 윤 박사 본인이 작성한 감정서와 다른 내용의 인터뷰를 한 이유를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외부에 있어 바쁘다며 나중에 통화하자고 했던 윤 박사는 오후 2시 30분 경 마지막으로 나눈 문자 답신 이후 밤이 될 때까지 전화를 걸어오지도, 받지도 않았다. 지금까지도 그가 스스로 한 말과 쓴 글을 부인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다만, 이런 생각은 든다. 공신력 있는 전문가의 감정은 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로 인해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심지어 한 사람의 인생마저 달라지게 할 수 있다. 그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문가'가 자신이 작성한 감정서에 적힌 말을 부정하면, 대체 누가 그 '전문가'를 신뢰할 수 있고, 스스로 왜 '전문가'라고 자처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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