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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구, 세계적인 거장 예술품 철거해 고철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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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세계적인 거장 '데니스 오펜하임'의 설치 미술 '꽃의 내부' (사진=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부산의 한 기초단체가 세계적인 예술가의 설치미술 작품을 일방적으로 철거한 뒤 고철로 버린 사실이 드러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는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해운대해수욕장 내 설치 미술 작품 '꽃의 내부'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이 조형물은 세계적인 조각가이자 대지미술의 대부로 알려진 미국 출신 '데니스 오펜하임'이 지난 2010년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공모를 통해 조성한 작품이다.

제작비로 국·시비 8억 원이 들었고 설치 기간만 3개월이 걸렸다.

데니스 오펜하임이 2011년 초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해당 작품은 유작으로 남겨졌다.

2011년 3월에는 오펜하임의 유족이 해운대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 작품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후 '꽃의 내부'는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 곳곳에 녹이 슬었고 특히 지난해 2016년 10월에는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크게 파손된 바 있다.

하지만 해운대구는 별다른 보수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고, 작품은 사실상 방치됐다.

결국, 해운대구는 지난달 작품을 철거하기로 한 뒤 한 달 만에 철거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해운대구는 이 같은 결정을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와 부산지역 미술계 등에 알리지 않았다.

심지어 작품 저작권을 가진 유족 측에도 이 사실을 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철거된 작품은 각각 고철과 폐기물로 버려졌다.

부산비엔날레 측은 예술 유산이 될 수 있는 조형물을 별다른 논의도 없이 철거해 고철로 버린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작품은 세계적인 거장 예술가의 유작으로 남겨져 문화·예술적 유산으로서 큰 가치를 가진 예술품"이라며 "이처럼 고철로 버려질 줄 알았다면 세계적인 예술가를 초청해 작품을 만들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비엔날레 측은 오펜하임의 유족에게 작품이 철거된 사실을 전했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는 "작품을 만든 예술가의 유족에게 철거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것은 다소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다만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조형물 곳곳이 심하게 파손된 상태라 민원이 이어져 철거를 결정했으며, 작품 관리에 관해 부산비엔날레 조직위 측과 통화도 했다"며 철거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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