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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현송월의 클러치백, 우리가 왜 알아야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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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사진=언론사 보도화면 캡처)

 

"북한의 유명 예술인 10여명이 음란물을 제작, 시청하다 적발돼 공개총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중에는 김정은의 옛 애인으로 알려진 가수 현송월도 포함됐습니다."

지난 2013년 8월 한 종편 방송사가 특종이라며 보도한 내용입니다.

당시 보도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현송월은 김정은의 숨겨진 애인이었고, 은하수 관현악단장 등과 함께 가족들이 지켜보는 데서 기관총으로 공개 처형당했습니다.

제보자는 중국내 대북 소식통이었습니다.

현송월 모란봉악단장 (사진=통일부 제공/자료사진)

 

그런데 현송월은 지난 15일 북한 예술단 파견 실무접촉에서 북측 대표로 보란 듯이 나타났습니다. 물론 지난 2015년에도 이미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베이징에 나타난 것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남측 대표단을 맞이하면서 현송월은 시종일관 여유 있는 미소를 보여주었는데 북한에서의 그의 위치가 공고하다는 것을 잘 대변해주는 듯 했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한 내부 정세에 대한 정보 수집 능력에 한계가 있고 우리 정보기관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지만 그동안 죽었다는 사람 중에 살아난 사람들이 많다"고 꼬집었습니다.

그의 지적처럼 이렇게 언론에 의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북한 인사는 또 있습니다.

한 외신은 최근 2인자 반열에 오른 최룡해와 권력 순위를 다투던 황병서 전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처형됐다고 지난해 말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황병서는 권력에서 밀려나 사상교육을 받고 있지만 처형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극도로 폐쇄적이고 통제된 사회라 북한 관련 정보는 확인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아니면 말고식' 보도는 남북관계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개성공단 폐쇄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정부 조사 결과 개성공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문이 걸어 잠근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개발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는데, 이 역시 복수의 탈북자들 증언만 있고 사실로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송월이 김정은 위원장의 애인이라는 설이나 개성공단 의혹 모두 탈북자들의 미확인 증언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제대로 확인된 것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와함께 어제 또 하나의 보도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단독] 2500만 원짜리 명품백 든 현송월'

(사진=언론사 보도화면 캡처)

 

현송월이 소지한 백이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제품으로 2,500만원이며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고가 제품이라는 보도였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사치품 수입을 제한하고 있음에도 현송월은 아랑곳 하지 않고 명품백을 남북 회담장에 들고 나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지만 정작 에르메스 측은 자사 제품이 아니라고 확인했습니다.

또 다수의 언론사가 현송월 단장의 옷차림과 화장 스타일 등을 톱스타 연예인 이상으로 자세히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북한판 걸그룹으로 불리는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있고 젊은 나이에도 북한에서 상당한 지위를 누리고 있는 현송월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김정은의 애인이다', '수천만 원짜리 가방을 들었다'는 등의 지나친 가십성 보도는 쓸데없이 북한을 자극해 판을 깰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동안 단절됐던 남북 대화가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조금씩 복원되고 있지만 아직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어렵게 조성된 대화 분위기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관계당국에서도 여자관계가 복잡했던 김정일과는 달이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적어도 여자 문제는 깨끗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현송월이 옛 애인이라는 근거없는 주장을 한국 언론에서 계속 소개하면 남북관계와 대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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