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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면 떨어질까…특수학교 입학 위해 약 끊는 장애아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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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장애인의 날]
장애·비장애 '통합교육' 시대에도 특수학교 선택하는 학부모들
장애 자녀의 '중증' 증명하려 '밥 굶겨야 한다'는 조언도 돌아
현장에서 외면 받는 '특수학급'…"통합교육 기제 마련 필요"

분열뇌증을 겪고 있는 시하의 모습. 백혜진씨 제공분열뇌증을 겪고 있는 시하의 모습. 백혜진씨 제공
장애 아동 교육을 위한 특수학급이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 외면 받고 있다.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같은 공간에서 교육 받는 '통합교육'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서 명시적으로 권고될 정도로 국제적인 표준이 됐지만, 일부 학부모들이 느끼는 불안과 염려는 현장에서 불식되지 않고 있다.

특수학교 선택한 학부모들의 속내

분열뇌증을 가진 시하의 어머니 백혜진(39)씨는 최근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일곱 살이 된 시하는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했고 단어 하나 또렷하게 발음하지 못한다. 이런 사정에도 특수학교 입학은 장담할 수 없다. 시하와 비슷하거나 중증인 아이들이 적지 않아서다.

특수학교는 장애인 교육시설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 과정을 운영한다. 아이들 장애 유형에 맞춘 직업교육 등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갖추는 것을 돕는다. 입시 교육 등이 상대적으로 많은 일반 학교와 차이가 있다.

일부 장애 아동을 둔 부모들 사이에서는 특수학교 입학 준비가 또 하나의 '입시'다. 특수학교는 전국 196개교. 면접 당일 아이의 장애 정도를 입증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껴, 평소 먹는 약까지 끊는 부모들도 있다고 한다. 학교 인근으로 이사를 하거나 각종 편법까지 동원되기도 한다.

백씨는 "폭력성을 드러내기 위해 (면접날) 잠을 안 재우거나 약은 물론 밥도 먹이지 않아야 특수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다"라며 "1년 365일 내내 난리를 치다 그날 하루 얌전하면 일반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나 제 품에서 키울 수 없기에 일반학교를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혹시나 내 아이가 놀림을 받진 않을까,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을 뭔가 불편하게 하진 않을까, 많은 도움이 필요한 내 아이가 과연 전담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등 고민이 생겨 특수학교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희귀 유전 질환을 앓는 9살 진희(가명) 역시 2년째 특수학교 입학 대기 상태다. 세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 안모(39)씨는 결국 최근 학교 인근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알아보니 이미 특수학교 주변에 비슷한 선택을 한 장애 아동 학부모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안씨는 "특수학교 300m 이내 빌라촌에 엄마들이 암암리에 위장전입까지 해가며 입학시킨 것을 봤다"라며 "제가 준비하는 대구 지역의 특수학교는 학교에서 가까이 살수록 입학할 확률이 높은데, 이조차도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부모들은 마음을 졸이며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안씨도 마음같아서는 진희를 일반학교에 보내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고 했다. 그는 "저라고 특수학교를 보내고 싶어서 보내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어느 정도 따라온다'고 하면 일반 학교 보내는 게 제 목표"라면서도 "하지만 일반 학교 학생들이 우리 아이의 다름을 인정해줄지, 더 특별하고 별난 취급을 받게 될 것이고 사회에 나오기도 전에 이 학교라는 곳에서 차별 대우를 먼저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라고 걱정했다. 또 "특수학급도 어느 정도 어울릴 수 있는 아이들이 가는 것이지 도울 여력도 없는 곳에 중증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을 보내서 이 아이들이 배울 게 도대체 무엇이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2025년 특수교육통계를 보면, 특수학교는 2021년 187곳에서 2025년 196곳으로 소폭 증가했다. 반면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같은 기간 9만8154명에서 12만735명으로 2만2581명(약 23%) 늘었다. 연 1~2천명 수준이던 증가 폭이 2022년 이후 매년 5천 명 안팎으로 확대되면서 특수학교와 특수교육 대상자 간 격차가 더욱 커졌다.

물리적 통합에 그친 현장…"왜 통합되지 않는가" 물어야


정부는 특수학교 대신 특수학급을 늘리는 길을 택하고 있다. 2021년 1만2042학급에서 1만4658학급으로 약 22% 증가했다.

문제는 물리적인 '통합'에 치중한 교육이라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비장애 학생에 초점이 맞춰진 교육 프로그램과 학교 운영 등이 이뤄지고 있으며, 장애 아동들이 학교폭력 등으로부터 충분히 보호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온다. 장애아동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현실에서 일반학교 선택은 쉽지 않은 결정인 것이다.

공익법단체 두루의 이주언 변호사는 "특수학교가 점점 없어지고 일반학교에서 장애학생과 비장애인이 함께 교육받는 것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라며 "현행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는 장애 아동을 위한 개별화교육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통합교육은 물리적으로 단순히 합쳐 놓기만 한 상태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도 안 되고, (부모들이) 차라리 특수학교를 지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이은선 특수학교협회장도 "특수학교를 절대적으로 늘리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며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 입시 위주 교육을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들을 위한 통합 교육 기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도 각국에 특수학교를 단계적으로 줄이라고 요구한다.

지적장애 아이를 키우는 백선영씨도 "통합교육에 대한 고민이나 대안 마련 없이 특수학교를 늘리겠다는 건 사실상 통합교육에 대한 고민을 포기하겠다는 의미와도 같다"며 "장애가 있다고 해서 비장애 학생과 분리된 환경에서 교육하는 건 차별이라고 권고를 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은 그렇지 않기에 '왜 통합교육이 되지 않고 있나'라는 본질에 대해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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