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발생한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의 생존자 서모(38)씨. 인천 길병원 응급센터에서 심리적 안정을 취하고 있는 서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이다. (사진=신병근 기자)
"그냥 이렇게 가는구나, 죽는구나… 허무하더라고요."
3일 오전 발생한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의 생존자 서모(38)씨는 인천 길병원 응급센터에서 사고 당시 심경을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전 6시쯤 인천 진두항에서 낚시어선(선창 1호)에 오른 서씨는 출항 후 10여 분쯤 지나고서야 일행들이 "낚싯배 뒤쪽에서 또 다른 배 모양의 불빛이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당시 서씨는 본인의 동생(36), 동생의 직장동료 김모(28)씨와 함께 낚싯배 뒤편에 나와 있었고, 일행으로부터 다른 배의 불빛을 봤다는 말을 듣고서 1분이 채 안돼 낚싯배의 선미 왼쪽을 들이받았다고 밝혔다.
서씨는 "(낚싯배) 뒤쪽에서 배 모양의 불 빛이 있다 해서, '배일거야' 하고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 얘기를 하고 나서 1분이 채 안 된 시간이었던 것 같다"며 "갑자기 뭔가 검은, 깜깜한 곳에서 뭔가 나타난 느낌으로 그 배의 앞 부분이 보이더니, 배가 가는 방향으로 왼쪽 선미를 들이받았다"고 말했다.
충돌과 동시에 서씨 일행 3명은 바다로 튕겨 나갔고, 바다 위에 있던 스티로폼 조각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했다.
구명조끼와 스티로폼으로 바다에 떠오를 수 있었던 서씨 일행은 '죽기 살기'로 구조요청을 했고, 바다에 떠 오른지 10여분 만에 충돌한 급유선에 의해 구조될 수 있었다.
3일 오전 발생한 인천 낚싯배 전복 사고의 한 생존자가 인천 길병원 응급센터 병실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서씨는 "우리와 부딪힌 배(급유선)를 향해 계속 살려주세요라고 외쳤다. 그 배에서 후레쉬를 비추면서 수색을 하니 우리도 소리를 쳤고 크레인으로 끌어올렸다"며 "표류했던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기 때문에 정확한 표시간을 알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서씨는 이날 사고로 사망한 동승자들의 소식을 듣고서 고개를 떨궜다.
그는 "일단 저희가 살아도 죄인인 것 같고,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 현재로서는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서씨 일행 3명과 함께 길병원 응급센터로 이송된 송모(43)씨 등 생존자 4명은 모두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로, 현재 심리적 안정을 취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6시 9분쯤 인천 진도항 남서방 1마일 해상에서 선창 1호가 급유선(336t)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낚싯배가 전복돼 탑승객 22명 중 오후 4시 기준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