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실시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이념과 역사관 검증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상대적으로 정책 수행 능력에 대한 검증은 소홀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중소, 벤처기업과 소상공인업계는 그러나 짧은 시간였지만 업계 현안과 관련한 박 후보자의 답변 등을 살펴볼 때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정책 능력에 의구심이 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후보자가 최저임금 인상을 포함한 중소기업계 현안과 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 때로는 엉뚱한 답변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박 후보자에 대한 자질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면서도 "청문회 내내 답답해서 한숨만 나왔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후보자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잘 안다고 말은 하지만 구체적인 현실은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박 후보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타격 정도를 묻는 정우택 의원의 질문에 "일자리가 조금 줄어들 수 있고 폐업이나 외국으로 기업을 옮길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인천의 한 중소기업 사장은 "최저임금으로 일자리가 조금 줄어드는 정도가 아니라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생각했던 것 보다도 더 현실을 모른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또 뿌리산업인 국내 금형 업체의 경쟁력을 묻는 이훈 의원의 질문에 "기술"이라고 답변했다가 "금형의 경쟁력은 납기에 있다"는 설명을 들어야 했다.
금형업계는 납기를 맞춤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현재 논의중인 근로시간 단축 시기를 늦추고 예외 조항을 인정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현실 인식이 부족하다보니 정책 대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박 후보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묻는 송기헌 의원의 질의에 "직원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며 다소 엉뚱한 답변을 했다.
또 송 의원이 "일감 몰아주기의 해법이 무엇이냐"고 거듭 묻자 "질문을 잘 모르겠다"면서 말을 흐렸다.
소상공인의 폐업에 관한 해법을 묻는 유동수 의원의 질의에는 "소상공인 경쟁을 낮춰야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유 경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변해 힘있는 부처 장관들을 상대로 부처간 업무와 기능 조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묻는 어기구 의원의 질문에는 "큰 원칙과 비전이 있으면 (부처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해 결국 장병완 산자중기위원장의 추가 설명을 들어야 했다.
특히 박 후보자는 전공 분야라고 할 수 있는 벤처 분야에서도 기대했던 만큼의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기업)이 2개 밖에 없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박정 의원의 질문에 박 후보자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정책과 관련한 박 후보자의 답변이 지나치게 짧거나 원론에 그치자 의원들은 잇따라 '전문가적인 견해'를 요청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그 이상 구체적인 답변은 내놓지 못했고 오히려 여러차례 의원들로부터 업계 현실에 대한 설명을 거꾸로 들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기부가 출범한 것은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면서 "따라서 수장의 역량이 그 만큼 중요하다"며 애둘러 박 후보자의 정책 수행 능력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중기부가 장관 공석 사태가 이어지면서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해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었다"면서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장관 임명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