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 교도소에서 2년 동안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만기 출소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3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해 '억울한 옥살이'라고 해석한 발언이 국회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추 대표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을 계기로 이슈가 부각된 '사법개혁'과 한 전 총리 사례를 연관 지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野) 3당은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결 일체를 부정한 추 대표의 발언 자체를 사법권에 대한 침해라고 맞대응했다. 특히 한국당은 "박근혜는 당연하고, 한명숙은 억울하느냐"며 역공을 폈다.
추 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총리가 오늘 새벽 출소했다"면서 "진실과 양심을 믿기에 우리는 매우 안타까웠다"고 일련의 사법 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했다. 그는 한 전 총리 사건을 '사법 적폐'와 연루시켰다.
추 대표는 "사관학교 생도처럼 길러지는 엘리트 사법 관료의 관성을 타파하는 노력이 앞으로 보여져야 한다"면서 "박근혜 정부에서는 사법부마저도 때로 정권에 순응해왔고, 검찰도 마찬가지였다"고 비판했다.
한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0년 뇌물죄로 기소돼 박근혜 정부였던 2015년 8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박 전 대통령 당시의 사법부를 비판한 추 대표 발언은 이 같은 판결을 문제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추 대표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도 끌어들였다. 그는 "기소 독점권을 쥔 검사와 양심을 가린 사법부가 인권을 보호하기는커녕 인권 침해의 공범이 됐다"며 "이번 기회에 사법부가 치부를 드러내고 다시는 사법 적폐가 일어나지 않는 기풍을 새롭게 만들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현 대변인도 한 전 총리 출소에 대한 서면 브리핑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때 추모사를 낭독했다는 이유로 한 전 총리를 향해 이명박 정권 하에서 정치보복이 시작됐다"며 "특히 한 전 총리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더불어 잘못된 재판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보여준 사건"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한 전 총리 사건보다 현안인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김 대법원장 후보자를 연일 비판하는 한국당을 겨냥, "한국당은 사법부의 정치화·코드화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며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 문제 등을 사법 적폐로 지목했다.
그러자 한국당은 "한명숙과 민주당은 부끄러운 줄 알라"며 여권이 헌법과 법률을 유린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한 전 총리는 반성은 커녕 오히려 자신이 정치적 박해를 받는 양 '억울한 옥살이'라고 칭했다. 지난 대선이 끝나고 정권이 바뀌자 옥중편지를 통해 '가시밭길' 운운하며 사법부 판단에 불복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라며 "모름지기 사람이라면 염치는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 대변인은 "사법부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징역형을 받은 한 전 총리에 대해선 정치 탄압이라고 반발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앞장서 중형을 외치는 민주당의 이중적 태도에 경악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박근혜는 당연하고 한명숙은 억울하다는 논리는 '아전인수', '내로남불'로 상징되는 이 정부와 판박이"라고 맹비난했다.
보수의 다른 축인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권의 대법원 판결 불복 기류에 대해 "민주당의 말이 사실이라면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사실을 밝히자"며 불쾌한 심기를 피력했다.
주 원내대표는 "수사와 재판이 진행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의 정치화에 이어, 법원이 정치화됐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고, 이번 출소 시점에도 추 대표는 '그 분은 진실을 말했지만 기소도 잘못됐고, 재판도 잘못됐다'고 했다"며 "전직 총리까지 한 사람이 죄가 없는데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것이냐"고 비꼬았다.
국민의당도 사법부에 화살을 돌린 여당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과거 정부의 사법부 판결까지 겨냥하는 것은 이분법적 사고의 전형이자 배격하고자 하는 구악 중의 구악"이라며 추 대표를 겨냥해 "퇴행적 인식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 전 총리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기소와 재판 모두 잘못됐다는 식으로 추 대표가 말했다"며 "이는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