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추천과 검증의 분리 등 시스템은 갖춰인사 세부기준 마련, '코드인사' 극복 등 과제도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출범 이후 100일 동안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무너진 '인사시스템 복원'이라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차관급 인사 등 연이은 고위공직자 낙마는 '시스템인사의 실직적 구현'이라는 과제를 남긴 상태다.
◇ 인사추천위원회 부활 등 인사추천‧검증시스템 구축은 호평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스템인사'를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관련제도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참여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 도입했던 인사추천‧검증시스템인 '인사추천위원회(인사추천위)'의 부활은 그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청와대 내 인사추천위는 있었지만 유명무실이었다.
현재 청와대는 인사추천은 인사수석실에서 검증은 민정수석실에서 진행한 뒤 인사‧민정수석실에서 제출한 5~6배수 명단을 인사추천위에서 심사해 후보자를 3배수 정도로 추리고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조현옥 인사수석이 간사를 맡는 인사추천위에는 정책실장과 안보실장, 정무수석, 민정수석, 국민소통수석, 국정상황실장 등이 고정멤버로 참여하고, 인사 검증 후보자의 카운터파트에 해당하는 담당 수석비서관이 참여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렇듯 시스템인사의 골격이 갖춰진 상태에서 17개 부처 장관을 기준으로 개혁인사와 관료출신 인사의 균형, 지역 안배 등이 달성된 점은 현 정부 인사에서 높게 평가되는 대목이다.
1기 내각에 대해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인 정의당에서도 "전반적으로 개현인사들이 전진 배치된 긍정적인 인선으로 판단된다(노회찬 원내대표)"는 호평이 나왔다.
여성 장관들이 주로 발탁되던 환경부와 여성가족부 뿐만이 아니라 외교부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 요직에 여성 장관들을 발탁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는 공약인 '여성장관 30%'를 달성한 것은 물론이고 성 평등 내각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 연이은 장‧차관 낙마로 野선 '코드인사' 비판…박기영 옹호로 與 내부서도 비판 자처시스템인사의 틀은 갖췄지만 내실은 부족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사실상 첫 번째 낙마인사로 꼽히는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 이후 문 대통령은 "목표 의식이 앞서다 보니 약간 검증이 안이해진 것 아닌가 하는 스스로도 마음을 새롭게 느껴야할 것 같다"며 인사검증시스템 보완을 약속했었다.
이후 청와대 인사‧검증라인은 공직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이후에도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 낙마가 이어졌다.
이들 모두 임명 전후로 관련 분야에서 논란이 예고됐지만 임명이 강행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와 함께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청와대는 "과(過)보다 공(功)이 크다"며 이들을 감쌌지만 이들 모두 문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측근들이었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낙점한 인사들에 대해 솜방망이 검증시스템이 적용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중 일부는 검증을 맡은 민정수석실의 수장인 조국 민정수석의 반대에도 임명이 강행된 것으로 알려져 '대통령이 낙점한 인사들에 대해서는 검증 시스템이 솜방망이가 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잇따른 인사논란을 '코드인사'와 '보은인사'로 규정하며 인사‧검증라인 교체 등을 통한 인사시스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다른 야당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 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정의당마저도 "현재의 인사 시스템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인사시스템 보완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약속했던 '인사추천실명제' 도입과 이른바 '5대 비리(병역면탈‧부동산투기‧세금탈루‧위장전입‧논문표절) 인사 공직배제 세부기준' 발표도 미뤄지고 있어 시스템인사가 정착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제도 보완뿐 아니라 인사 논란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박기영 전 본부장 임명 뒤 논란이 일자 "과가 작지 않지만 공도 함께 평가해 달라"고 옹호했지만, 결국 여론의 거센 반발에 떠밀려 사실상 임명철회를 한 청와대가 이후에도 "인사추천위 운영에는 구조적 문제가 없고 이번 사안은 시각의 문제"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사논란을 기점으로 국정운영의 동력이 돼온 지지율도 출렁였다는 점에서 정권 출범 100일 이후 인사는 형식은 물론 내실을 갖춘 시스템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