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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7천억짜리 ‘경인 아라뱃길’ 엉터리 예측…텅 빈 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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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터미널 조감도(사진=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서해와 한강을 잇는 내륙수로인 '경인 아라뱃길'이 개통된지 5년을 맞았지만 엉터리 수요예측으로 인한 물동량 확보 실패로, 뱃길과 부두는 텅 비어 있다.

지난 2012년 5월 인천 서구 오류동(서해)에서 서울 강서구 개화동(한강)까지 길이 18㎞, 폭 80m, 수심 6.3m의 인공수로인 경인 아라뱃길이 2조7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개통됐다.

경인항은 항만시설(인천터미널 4개 부두·10선석, 김포터미널 3개 부두·10선석)과 물류단지(인천터미널 115만㎡, 김포터미널 89만㎡)를 갖추고 있다. 인천터미널에는 컨테이너 부두 1개와 일반화물 부두 2개, 여객 부두 1개가, 김포터미널에는 컨테이너 부두와 일반화물 부두, 여객 부두가 각 1개씩 있다. 경인 아라뱃길에는 또한 서해갑문과 한강갑문, 횡단 교량 9개가 있다.

하지만 화물 물동량과 여객은 당초 예상치의 10~20% 선에 머물고 있다.

현재 경인항을 이용하는 컨테이너 선사는 경인항 인천터미널과 중국 톈진을 오가는 중국 선사인 EAS 인터내셔날 쉽핑이 유일하다. 그나마 EAS사의 컨테이너선은 매주 월요일에 입항한 뒤 수요일에 출항해 인천터미널 컨테이너 부두는 일주일에 나흘은 비어 있다.

국적 컨테이너 선사는 경인항(인천터미널· 김포터미널)을 아예 이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경인 아라뱃길에는 정기선은 앞서 언급한 중국 톈진 노선 1개뿐이다. 태국·말레이시아 등지로 이어지는 부정기 노선은 30개에 이르지만 인천터미널까지만 운항한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발전소 터빈, 기계설비 등 무게가 많이 나가는 화물들을 실은 바지선은 마산항, 부산항, 평택항에서 한강까지 운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서울 마포구 당인리 발전소에 필요한 화물들이다.

김포터미널 컨테이너 부두와 일반화물 부두는 물량이 없다보니 육상물류부지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 경인 아라뱃길 국적 컨테이너선사 이용 실적 전무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 2008년 컨테이너 물동량을 2011년 29만4천TEU, 2020년 57만5천TEU, 2030년 93만3천TEU로 예측했다.

김포터미널 조감도(사진=한국수자원공사 제공)

 

하지만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해운항만물류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경인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2012년 1만410TEU에 그쳤고, 2016년에는 3만4천464TEU에 불과했다. 또 지난해 9월 해양수산부가 내놓은 ‘2016~2020 전국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을 보면 2015년 컨테이너 물동량은 3만8천 TEU, 2020년 컨테이너 예측 물량은 4만6천TEU에 그쳤다.

KDI는 2020년 자동차, 철강재, 모래 물동량을 각각 46만톤, 53만2천톤, 720만6천톤으로 예상했지만 해수부의 전국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을 보면 자동차, 철강, 모래 예측 물량은 아예 없다.

◇ 유람선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운항 유람선 4척→1척으로 감소

여객선 및 유람선 운항실적도 기대치에 못 미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경인 아라뱃길 유람선 탑승객은 13만2천명으로 KDI 예측치(2011년 기준) 59만 9천명의 22%에 그쳤다.

더욱이 여객선 및 유람선은 지난 2012년 경인 아라뱃길 개통 직후 4척이 운항했으나 현재는 유람선 1척만 운항하고 있다.

운항 구간도 당초 서해와 한강을 오갈 계획이었지만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현재는 인천시 계양구 시천나루~김포터미널 13㎞ 구간에서만 유람선이 운항되고 있다. 인천터미널 여객부두는 개점휴업 상태다.

경인 아라뱃길 전경(사진=한국수자원공사 제공)

 

한국수자원공사는 아라뱃길 관광활성화를 위해 김포터미널에서 여의도까지 유람선을 운항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환경훼손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여기에 한강 일부 구간은 수심이 얕아서 여객선이나 유람선 운항을 위해서는 준설이 필요하다.

◇ 25년 전 '굴포천 방수로'→경인운하→경인 아라뱃길

1992년 상습침수 구역인 굴포천 유역의 범람을 막기 위한 방수로 사업에서 시작된 경인 아라뱃길 사업은 1995년 민간 주도의 ‘경인운하’ 사업으로 궤도를 수정했으나 2003년 감사원의 사업재검토로 중단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는 정권 출범 10개월만인 2008년 12월 경인운하 사업을 민간투자사업에서 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 주도 사업으로 변경해 추진하기로 결정했고, 이듬해 5월 부정적인 인식을 피하기 위해 명칭을 '경인 아라뱃길' 사업으로 변경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굴포천 유역의 홍수피해 경감 및 수도권 물류혁명(물류·여객 수송체계 개선), 친수공간의 관광·문화·레저 시너지 창출'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했다.

이 과정에서 KDI는 지난 2008년 12월 경인운하사업의 비용대비 편익 값(B/C값)이 '1.065'로 경제성이 있다는 내용의 '경인운하사업 수요예측 재조사, 타당성 재조사 및 적격성 조사' 보고서를 내놓았다. B/C 값이 1 이상 나오면 사업의 타당성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경인 아라뱃길 사업의 타당성이 있다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 '대운하' MB 정부추진 국책사업…예견된 실패

하지만 경인 아라뱃길은 부족한 항만 배후인프라, 인근 인천항에 비해 낮은 경쟁력, 주운(舟運) 수로의 낮은 수심과 좁은 폭 등으로 실패는 예견돼 있었다.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황성현 교수는 "인천항과 평택항은 물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배후도로도 잘 갖춰져 있는데 화주입장에서는 굳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인항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며 "이처럼 물동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해갑문(사진=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사실 경인 아라뱃길 사업은 추진 당시부터 반대에 부딪혔다. 컨테이너 전문 운송선사 관계자는 "인천항만 종사자들 뿐만 아니라 항만 전문가들 대부분은 '경인항은 인천항과 인접한 지리적 여건 때문에 효용가치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중복 투자'라며 반대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경인항 개발을 강행해 결국 개장 후 이용자(선사)들이 거의 취항하기를 꺼리는 항만으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경인운하사업을 위해 KDI가 편익(benefit)은 과도하게 늘리고 비용(cost)은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고서는 당시 박현 KDI 공공투자관리센터 민간투자지원실장(현 서울시립대 교수) 등 5명의 KDI 연구진과 11명의 외부위원이 참여했다. 당시 보고서 총괄을 맡은 박 교수는 "물동량은 한 국책연구기관의 예상치를 사용했는데, 우리나라 전체 물동량이 (경인 아라뱃길 개통 이후) 생각만큼 많이 안나온 것 같다"며 "마음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물류수요 예측에 참여했던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물동량과 관련해) 현실보다 조금 더 낙관적인 수치가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약간 더 유리한 여건을 만들어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로 경인 아라뱃길 사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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