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지난해 12월 30일 오전 11시, 구미현 회장과 그의 남편 이영열 부회장이 자택이 아닌 강서구 마곡 아워홈 본사 회의실에서 만났다. 임원 경영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해 급하게 잡은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참석한 인원이 구 회장 부부와 감사 한 명, 총 세 명 뿐이었다. 회의실이 크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날 이사회에 올라온 첫 번째 안건은 구 회장에 대한 경영성과급 20억 원 지급 건이었다. 하지만 구 회장은 이해상충 문제로 본인 안건 의결에는 참여할 수 없었다. 상법상 위법 행위다. 대신 그의 남편인 이 부회장이 찬성표를 던졌다. 통과됐다.
두 번째 안건은 반대로 남편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성과급 15억 원 지급 건이었다. 역시 이해상충 문제로 의결에 참여할 수 없는 남편을 대신해 구 회장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들은 내친김에 이영표 경영총괄 사장 등 임원 3명에 대한 성과급 약 9억 원 지급 건도 모두 통과시켰다. 모두 약 45억 원의 성과급 지급이 승인되는 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매출 2조244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국내 대표 급식업체에서 말 그대로 진풍경이 펼쳐졌다.
연합뉴스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이사회에는 아워홈 전체 이사 세 명 중 구 회장 부부 두 명만 참석했다. 참석하지 않은 이사 한 명은 구 회장의 친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의 장남 구재모 사내이사로 알려졌다. 구재모 이사의 부친 구본성 전 부회장은 회삿돈 횡령 및 배임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고 현재 2심 재판 중이다.
따라서 이날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출석 이사(2명)의 과반수(2명) 찬성이 필요했다. 그러나 본인의 성과급 지급 안건의 경우 이해상충의 문제로 본인은 의결에서 빠지기 때문에 남은 한 명의 찬성표만 있으면 된다. 결국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의 성과급을 승인해준 꼴이 됐다.
부부간 상호 승인?…"이해상충, 업무상 배임 소지"
법조계에서는 이처럼 부부간 상호 승인 구조 역시 실질적 이해상충이자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상법상 이사회 결의에 관해서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부부가 서로를 대신해 의결에 참여했다면 이는 실질적 이해상충에 해당할 수 있고, 이사로서의 충실의무를 위반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기업 전문 변호사는 "부부라는 특별한 이해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안건에 참여한 것 자체가 강행 규정 위반으로 의결의 효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선관주의의무 원칙에도 위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법상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는 사회적 평균인의 주의 의무 수준을 의미한다.
여기에 회사 자금으로 배우자에게 고액 성과급을 지급한 의결 구조는 배임의 고의와 이익 귀속 요건을 충족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한 명 또는 특정인에 의해 좌우되거나, 이해상충 구조가 명백한 경우 결의 자체가 무효 또는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구미현 회장 부부가 회계연도가 끝나기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30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졸속으로 성과급을 지급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다. 오는 4월 29일 아워홈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매각되기 직전, 오너 일가가 마지막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구 회장 부부가 인수 주체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체결한 '텀시트(Term Sheet·가계약)' 조항을 피하기 위해 고액의 성과급을 조기 지급했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단독]아워홈 구미현 부부 수십억 성과급…한화 매각 전 먹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