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사. (사진=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캡처)
새 정부의 검찰 개혁을 앞두고 현직 검사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찰을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의정부지검 임은정(43·사법연수원 30기)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이 너무 잘못해 지탄의 대상이 된 위기의 나날이지만, 국민들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듯한 이때, 우리가 조금만 잘해도 국민들이 놀라 다시 돌아보는 기회가 되지 않겠냐는 희망의 메시지를 띄우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임 검사는 "지난 몇 달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마냥 몇 번의 기회를 그냥 놓아 버리는 모습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검찰에 몸담은 공무원으로 분노하고 참담해 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며칠 사이 대한민국과 검찰의 공기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임 검사는 "워낙 비정상의 일상화에 익숙해진 상태라, 당연히 해야 할 것을 당연히 하는 그 '당연함'에 감동하고 있다"며 "그 당연함이 왜 이리 신선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이어 "사방에서 조여오는 압박에 살얼음판 걷듯 늘 조마조마하게 살았었는데, 갑자기 숨쉬기가 편해져서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며 "내부게시판에 글을 써도 징계 회부하겠다는 협박을 더 이상 받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이 제 손과 발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버렸나 보다"고 덧붙였다.
곧 정해질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임 검사는 "우리 검찰을 '대통령을 위한 검찰', '검찰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검찰'로 바로 세울 의지와 선한 지혜를 가진 분이 오셨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또 "정치검찰의 오욕은 출세의 대가를 받은 일부 정치검사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검찰 구성원에게도 너무나 치욕스럽고 고통스러워 벗어던지고 싶은 형구"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조직이기주의를 벗어나 대한민국의 검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금까지처럼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염치없지만, 검찰을 포기하지 말아 주십사 페이스북 친구분들에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른바 '도가니 사건'의 공판검사였던 임 검사는 지난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 내부게시판에 소극적인 수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는 등 쓴소리를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