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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투표독려, 왜 촛불은 안 되고 태극기는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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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제19대 대통령 선거날을 맞아 선거당일 투표참가 독려 방식이 쟁점이 되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조금만 잘못하면 선거법 위반이 된다.

특히 '촛불'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투표참여를 독려할 경우 선거법 위반이 되니까 주의해야 한다. 그렇지만 '태극기'라는 단어를 사용해 투표참여를 독려할 경우 선거법 위반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투표독려 왜 '촛불'은 안 되고 '태극기'는 되는 걸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그게 무슨 말이냐? 촛불은 안 되는데, 태극기는 된다?

= 김현정 앵커 예를 들어서 '촛불이 민심이다. 꼭 투표합시다'라고 투표참여를 권유할 경우 선거법 위반일까? 아닐까?

▶ 누굴 찍으라는 것도 아니고 누굴 반대하는 것도 아니니까 가능한 것 아닌가?

= 그렇게 보이지만 중앙선관위는 안 된다는 해석을 내렸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춧불이 민심'이라는 말 자체가 자유한국당을 반대하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면서 "공직선거법 58조2의 3.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안 된다"고 설명했다.

촛불이 어둠을 밝힌다는 의미의 고유명사지만 '촛불'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정치적 사회적 상징적인 의미가 됐다는 것이다.

대전지역 8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된 '국민주권실현 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가 '촛불이 만든 대선, 미래를 위해 꼭 투표합시다'와 '투표가 촛불입니다. 죽 쒀서 개주지 맙시다'라는 문구가 각각 적힌 현수막 2개를 게시했는데 선관위가 게시불가 결정을 내렸다.

선관위는 "'촛불'이라는 단어가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어 게시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촛불과 관련해서 중앙선관위에 문의가 폭주하고 있는데 중앙선관위 해당부서에 '촛불'이라는 단어를 넣어서 투표참여를 독려가 가능한 문구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더니
"정리가 안 됐다"는 이유로 알려주지 않았다. 아마도 허용된 문구가 없는건지 모르겠다.

▶ 그렇다면 '태극기'를 사용한 문구는 사용 가능한가?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어쩌다 '촛불'과 '태극기'가 상대적인 의미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태극기'라는 단어를 이용한 투표참여 독려는 대부분 가능하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역시 중앙선관위에 '태극기'라는 단어를 사용한 투표참여 캠페인 중 게시 불가 판정을 내린 문구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정리가 안 돼 있다"고 하더니 "질의가 적기도 하고, 아직은 안 된다고 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태극기'가 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는 할 수 있지만 '촛불'은 안 되는데 '태극기'는 된다고 하는 건 아니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중앙선관위의 원론적인 입장은 "'촛불'이나 '태극기'라는 단어를 무조건 사용해서는 안 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 문구들을 하나하나 따져서 어떤건 되고 어떤건 안 되는지 중앙선관위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 태극기나 촛불이나 고유명사 아니냐? 그걸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게 옳은거냐?

= 탄핵과정에서는 '촛불'은 탄핵을 촉구하고 찬성하는 의미의 상징으로 사용됐고, '태극기'는 탄핵을 반대하는 의미의 상징으로 사용된 건 맞다.

그렇지만 법률이나 중앙선관위 규칙 어디에도 '촛블'은 안 되고 '태극기'는 된다는 문구는 없다.

중앙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를 유추할 수 있는 경우에만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제58조의2(투표참여 권유활동)="" 누구든지=""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1. 호별로 방문하여 하는 경우
2. 사전투표소 또는 투표소로부터 100미터 안에서 하는 경우
3.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하는 경우
4. 현수막 등 시설물, 인쇄물, 확성장치·녹음기·녹화기(비디오 및 오디오 기기를 포함한다), 어깨띠, 표찰, 그 밖의 표시물을 사용하여 하는 경우(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사진 또는 그 명칭·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나타내어 하는 경우에 한정한다)>>

법 조문에 '유추 할 수 있는 내용이 나타나는 건 안 된다'는 것인데 '촛불'은 안 되고 '태극기'는 된다는 건 전형적인 '이현령 비현령'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태극기는 나라의 상징이기 때문에 덜 제한적이고 촛불은 고유명사지만 사회적 정치적 상징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걸 어떻게 동일한 잣대로 볼 것인가?

우리나라 헌법에는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있고, 형벌법규의 해석도 '유추해석 금지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 등이 있는데 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법조인들은 지적한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기호를 연상하게 하는 숫자 사용도 제한 된다는데?

= 예를 들자면 이런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꼭 투표합시다'라고 하는데 '이번 선거'를 한글로 쓰면 문제가 없지만, 숫자 2를 이용해서 '2번선거 꼭 투표합시다'라고 하는 것도 안 된다.

또 '투표는 1분이면 됩니다'는 것도 숫자 1을 사용하는 것이니까 안 된다는 것이다.

▶ 정당을 상징하는 색상의 사용도 제한되나?

= 그건 그렇지가 않다. 투표참여를 독려하면서 파란색 바탕으로 해도 되고 붉은색 바탕이나 녹색바탕, 하늘색이나 노란색 어떤 색 바탕이건 가능하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색깔만 가지고도 제한할 수 있지만 색깔은 허용한다"면서 "3원색을 다 막을 수는 없으니까 기호나 숫자만 안 들어가면 된다"고 말했다. 색깔 사용을 제한하면 흰색이나 검은색 밖에 못쓰기 때문에 허용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건 유추가 되어도 가능하고 어떤 건 안 된다고 하는 건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 되는 것이다.

▶ 선거법이 왜 이렇게 복잡한 거냐?

= 첫 번째는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은 1994년 3월 16일 기존의 「대통령선거법」, 「국회의원선거법」 ,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지방자치단체의장선거법」 등 4개의 선거관련법을 통합하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란 이름으로 제정되었다. 2005년 8월 4일, 제21차 일부개정으로 그 명칭이 「공직선거법」으로 변경되었다. 23년이 지난 법이다.

그리고 법률안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말 그대로 '누더기 법률'이다.

예를들어 218조의 경우 새로운 조항이 계속 늘어나면서 218조35까지 가 있다. 219조 앞에 34개의 법조문이 더 있는 것이다.

헌재의 위헌결정이 나올 때마다 정치권이 필요할 때마다 선거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정치지망생 뿐아니라 법조인들 조차 법률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두 번째는 정치권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이 규정하고 있는 선거운동 기간은 대통령선거 22일,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13일에 불과하다.

현행 선거법으로는 총선의 경우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인 선거일 15일 전에는 예비후보로 등록했을 때만 제한적인 선거운동만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직 의원은 의정보고 등의 형태로 사실상 선거운동과 다름없는 정치행위를 할 수 있어 형평성 논란이 계속 있어 왔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치후원금 모금도 현역의원과 정치신인의 경우 차별이 크다. 그러다보니 누더기 선거법을 전면개정하지 않고 땜질식 개정만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선거법이 지나치게 규제일변도이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 기간과 선거비용, 선거연령, 투표시간 등 말 그대로 공직자를 선출하는 과정에 필요한 대부분의 규정을 포괄하고 있다. 200여개의 규제 항목만으로도 모자라 법이나 시행령 조항으로도 판가름하기 어려운 부분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그러다보니 선거 관리에 충실해야할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를 통제하고 있다는 비판을받고 있는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우리나라 선거법은 가능한 것 몇 가지만 명시해두고 나머지는 다 하지 말라는 'positive law'이니 항시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의존해야 한다"면서 "외국의 사례처럼 하지 말라는 것 몇 가지만 조항에 넣어놓고 나머지는 다 하라는 'negative law'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9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신원초에 마련된 원신동 제5투표소에서 시민들이 기표 후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황진환기자

 

▶ 중앙선관위는 공직선거법을 바꾸자는 입장 아니냐?

= 중앙선관위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 자신들도 난감하다고 얘기한다. 법률에 따라 집행하는 기관이다보니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관위가 지난해 총선이 끝나고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공직선거법 개정시안은 유권자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선거권자의 연령을 현행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또 유권자의 알 권리 강화를 위해 후보자 등록을 앞당기고 입후보예정자의 정책토론회를 상시 허용하며, 언론기관 등의 정책·공약 비교평가의 서열화를 허용하는 한편, 선거공약에 대한 비용추계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도하고 실효성 없는 규제를 완화하는 차원에서 말로 하는 선거운동이나 전화 통화 등을 통한 선거운동을 선거일을 제외하고는 상시 허용하고,
선거 당일에도 SNS·문자메시지 등을 활용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일반 유권자도 선거운동 기간에 소품과 표시물 등을 활용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향우회, 동창회, 종친회, 산악회 등 동호인회 또는 정치인 팬클럽 등 개인 간의 사적인 모임이나 단체의 선거운동도 허용하는 방안이다.

선관위는 정치자금법 또한 대폭 손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치자금의 원활한 조달을 위해 정당후원회 제도도 부활시키자고 제안했다.

국고보조금 배분·지급 방식과 관련, 교섭단체 구성 여부를 불문하고 의석수와 득표수 비율에 따라 배분하고, 경상보조금의 실제 지급액은 연간·분기별 당비수입에 연동해 차등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선관위가 제안한 대로 공직선거법이 개정됐더라면 '촛불'이나 '태극기'를 둘러싼 논란이 없었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빨리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헌법개정보다 더 중요한 게 공직선거법 개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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