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광주 광주여대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승리한 문재인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창원기자
당내 첫 순회경선인 호남권 경선에서 압승을 거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
반면 2위 안희정 충남지사와 3위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 전 대표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며 험난한 경선레이스를 앞두게 됐다.
◇ DJ 이후 '호남 1위=민주당 대선후보' 공식…文, 1차투표로 후보 확정 자신감문재인 전 대표는 27일 '야권의 심장'인 광주에서 열린 호남 경선에서 60.2%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며 대권에 성큼 다가섰다.
문 전 대표는 호남권역에서만 14만 2343표를 얻었는데 이는 안희정 지사(4만7215표)와 이재명 성남시장(4만5846표) 보다 각각 3배 이상 많은 것이다. 2,3위 후보 득표율을 합쳐도 문 전 대표의 2/3에 불과하다.
중도보수층을 흡수하며 한때 무서운 확장세를 보였던 안 지사는 20.0% 득표에 그치며 문재인 대세론을 막지 못했고, 19.6%를 얻은 이 시장 역시 2위를 바짝 추격했을 뿐 문 전 대표를 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선기간 내내 '대세론'을 이어온 문 전 대표의 경선 승리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하지만 이른바 '반문(재인)정서'가 상존하며 상대적 취약지로 꼽혔던 호남 지역에서 압승을 거둔 것은 정권 교체를 향한 야권 지지자들의 열망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될만한 사람'에게 표를 몰아주는 '호남의 전략적 투표성향'이 이번에도 작동했다는 것이다.
호남권 압승으로 문 전 대표는 다른 후보들을 기선제압한 것은 물론 '민주당의 적통'이라는 상징성까지 얻었다는 점에서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래로 호남에서 선두를 놓치고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적은 없었다.
2002년 경선에서 지지도와 조직력 모두 열세였던 노무현 후보는 광주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를 누르고 대선후보로 선출됐고, 2007년 정동영 후보, 2012년 문재인 후보 모두 호남에서 1위에 오른 뒤 대선후보 타이틀을 얻었다.
특히 이번 호남 경선은 역대 최고 투표율과 역대 최고 득표율을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게 문 전 대표 측의 설명이다.
캠프 관계자는 "지금까지 호남권역 대의원 투표율이 71%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호남권역 경선에서 60%를 넘는 지지를 받은 후보는 문재인 후보가 처음"이라며 한껏 고무된 캠프 분위기를 전했다.
문 전 대표는 내친 김에 결선투표까지 갈 것도 없이 내달 3일 1차투표에서 과반수 득표로 결과를 확정짓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그는 호남 경선 후 기자들과 만나 "정권교체에 대한 호남의 염원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호남 경선에서 압도적인 승리의 힘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내고 호남의 기대에 반드시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욕심 같아서는 수도권에 올라가기 전에 대세를 결정짓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서도 "충청권역은 안희정 후보의 지지가 강한 곳인데 열심히 해서 극복해보겠다"고 말했다.
◇ 安 '안방' 충청권서 설욕전…李, 수도권서 막판 역전승 노려 호남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과반 득표를 저지한 뒤 막판 대반전을 노리겠다는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 시장의 계획은 일단 빨간불이 켜졌다.
이들은 각각 호남에서 30% 이상 득표한 뒤 '대안론'에 불을 붙여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20% 안팎의 득표에 그치면서 어느 한 쪽도 문 전 대표의 '대항마'로 서지 못했다.
중도보수층을 흡수하며 전국적인 지지도를 보인 안 지사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에서 문 전 대표를 따라잡지 못했다. '의미있는 2위'를 주장했던 이 시장 역시 근소한 차이긴 하지만 안 지사에 밀리며 3위에 머물렀다.
다만 역전을 포기할 때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다음 순회경선이 안희정 지사의 '안방'인 충청권에서 29일에 열리는 만큼 안 지사가 여기서 몰표를 확보해 문 전 대표와 격차를 좁힐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재명 시장의 경우도 '손가락 혁명군'을 중심으로 ARS 모바일 투표에서 예상외의 조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이 희망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안 지사는 이날 경선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의미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면서 "충청에서 만회하고 영남에서 버텨 가장 많은 유권자가 있는 수도권에서 역전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 시장 역시 "기대에는 못 미치긴 하지만 상승추세인 것은 확인됐기 때문에 영남과 충청 경선을 거쳐 본거지인 수도권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호남권역 경선은 출발에 불과하고 본게임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지를 다졌다.